울산 산단 석화 구조 재편 장기 표류…이해관계 조율 난항
180만 톤 증설 앞두고 감축 동참·신규 설비 제외 의견 분분
가동 전인 최신 시설까지 재편 잣대 대는 건 무리수란 지적도
"정부, 구조 재편 자금 지원 등 현실적인 참여 방안 제공해야"

26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울산 산업단지의 구조조정 논의가 장기 표류하고 있다. 당초 올해 1분기 중 협력안이 도출될 것이라 예상한 것과는 달리 아직까지 뚜렷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되며 에쓰오일(S-OIL)과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등 울산 산단 내 기업 간 이해관계 조율은 교착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에쓰오일이 9조원 이상을 투입한 대규모 석화단지 조성 사업인 샤힌 프로젝트가 꼽힌다. 다음 달 설비 완공을 앞둔 이 프로젝트는 원료용 유분 수율이 높은 최신 기술인 ‘TC2C’ 공정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나프타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연간 180만 톤 규모의 에틸렌을 추가 증산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NCC(나프타분해시설) 기업들이 공급과잉을 해소하고자감축에 돌입한 상황에서 대규모 증산 설비의 가동이 예고되며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샤힌 프로젝트의 연산 180만 톤 물량 역시 산단 전체의 구조개편 및 감축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기존 기업들만 감축 시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석유업계 한 관계자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는 아직 실제 가동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실제 그 효율이 나왔는지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공언한 대로의 효율이 나타난다면 일반적인 석유화학 기업으로서는 상당히 위협이 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반면 에쓰오일은 효율성을 높인 최신 설비야말로 정부가 추진하는 고효율 사업 재편 방향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에쓰오일로서는 수년 전부터 준비해 온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구조재편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수익성 측면에서 상당한 무리가 따라서다.
논의가 길어지며 이해관계는 더 복잡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SK지오센트릭을 비롯해 SKC의 SK피아이씨글로벌 등 울산 지역 내 석유화학 자산을 패키지로 묶어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울산 산단의 난항은 구조재편이 진행되고 있는 타 지역 산단의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롯데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와의 합작사인 HD현대케미칼과 오는 9월 통합법인을 출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LG화학과 GS칼텍스도 협력안을 내놓고 연내 최종 승인을 목표로 세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구조재편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석화사들의 신용등급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신용평가업계는 중국발 대규모 증설 여파로 국내 석화사들의 부채비율이 상승한 만큼, 향후 사업재편 효과가 반영되더라도 현 신용등급에 부합하는 수준까지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자구책을 마련하더라도 신용도 하향 압력은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상반기 정기평가가 마감되는 다음 달까지 자산 효율화나 매각 대금 유입 등 가시적인 성과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등급 강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만약 이번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추후 회사채 발행을 비롯한 금융비용과 자금 조달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에쓰오일이 우리나라 석화산업의 구조조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열어주는 게 무리하게 설비를 줄이도록 강제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울산에 짓는 샤힌 프로젝트는 우리 자본이 들어가지 않은 만큼 정부와 협의 난이도가 높을 것"이라며 "다만 지금 짓고 있는 설비를 잘라내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요구이므로, 대신 에쓰오일이 우리나라 석화산업의 구조조정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다른 석화기업들이 자율구조조정 계획을 만들면 정부가 재정 및 금융 비용 등을 대주고 있는데, 그런 과정에 에쓰오일이 참여해 자금을 보태는 식으로 협력업체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산업부의 관료들이 그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앞장서 에쓰오일을 설득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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