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자회사 하청 마침표 찍어, “회사 가치 상승 기대”
2007년 이구택 회장 재임 시 직원 2만 명 이하 만들기 위해 도입
산업계 외주화 추세, 베이비부머 집중 인적 구조 해소 목적이었으나
원‧하청 갈등 심화, 젊은 층 인구 감소로 현장 기는 인력 확보 어려워
시너지 없어지고 현장 인력 구조 효율성 극대화 위해 철폐 나선 듯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하청업체 직접고용 결정은 중장기 관점으로 볼 때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 회사 가치를 상승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 후 확대될 수 있는 원청 대상의 파업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노사 문제와 새로 채용될 직원과 기존 직원 간에 벌어질 노노 갈등 우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노동자 측면에서만 부각한 것이며, 포스코라는 회사와 나아가 대한민국 제조 산업의 미래를 놓고 본다면 자회사 하청 제도의 철폐가 옳은 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노사 갈등과 노노 갈등을 감안하더라도 포스코가 직접고용으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기대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가 추정한 직접고용 대상인 7000여 명은 상당히 큰 규모다. 2025년 말 현재 포스코의 직원 수는 1만7000여 명의 41%를 넘고 포스코그룹 전체 직원 수 4만4000여 명에 비해서도 16%에 달한다.
부장급 직원 중심으로 자회사 설립 지원
설립 초기에 이어 성장기까지 포스코 종사자 수도 매년 증가했고, 양대 제철소에 종사하는 임직원 수가 3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력 적체가 심각해졌다. 특히 1960년대 베이비부머의 대거 입사로 세대별 인적 구조가 항아리 형태를 구성하면서 임원 등으로 승진할 자리는 한정된 반면, 대상자들은 넘치는 일이 심각한 수준이 됐다.
이에 이구택 회장이 재임하던 2007년을 전후해 포스코는 자회사 하청 제도를 도입했다. 연령대가 높은 부장급 직원들에게 제철소 관련 업무를 맡아서 퇴직해 회사를 차리면 퇴직 인원이 자본금의 50%를 대고 나머지는 포스코가 투자해서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자회사를 분가시켰다. 제철소와 열연, 냉연 공장 등에는 정규직 직원이 하지 않아도 될 부수 업무가 많았으므로 이러한 업무를 외주화한 것이다.
자회사를 차리며 퇴직한 직원은 포스코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포스코는 자회사 대표가 3년 후 자리에서 물러나길 희망하면 포스코를 퇴직한 후배 직원이 해당 지분을 인수해 회사를 이끌어가도록 해서 업무의 영속성을 지속했다. 본사는 충돌 없이 경력과 나이대가 높은 현장 인력을 퇴직시키면서 은퇴 후에도 그들이 기술과 기능을 계속 제철소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자연스레 연력을 줄일 수 있었다.
포스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열사로 직원 소속을 이전하는 인력 조종도 실시했다.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는 고로 등 공장과 시설을 건설하는 업무를 담당한 건설본부가 있었는데, 한창 공사 중일 때는 물론, 큰 공사를 마무리한 이후에도 상당 수준의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 건설본부의 기능과 인력을 포스코건설과 포스코플랜텍(현재는 두 회사가 합쳐 포스코 이엔씨)에서 흡수했다.
사무 자동화(OA)가 체계적으로 구축되기 전엔 포스코에도 다수의 전산 담당 인력을 필요로 했다. 이들 전산 인력은 포스데이타(현 포스코DX)로 보냈다. 연구‧개발(R&D) 기능과 인력도 산하 기술 전문 연구 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으로 이전했으며, 포스코그룹 임직원들의 교육(HRD) 담당 기관인 포스코인재창조원도 포스코경영연구소(현 포스코경영연구원)에서 인적분할하여 별도 법인으로 설립해 역시 담당 조직과 인력이 빠져나갔다.
이렇게 핵심역량에서 벗어난 업무와 기능을 모두 분리, 독립시켜서 포스코 인원수는 2만 명 이하 수준을 유지했으며, 2022년 물적분할해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가 출범한 직후인 2023년부터 1만7000명 대에 이르고 있다.
삼성, 현대차 등 전 산업계도 제도 도입
자회사 제도 도입은 포스코뿐만 아니라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롯데 등 재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걸쳐 벌어진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었다.
제너럴 일렉트릭(GE) 등 미국과 유럽, 일본의 주요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골리앗’ 같은 거대 기업은 변화에 대처할 능력이 더뎌서 ‘다윗’과 같이 작고 민첩한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경영학자들의 말을 성경처럼 받아들여 실천했다. 소위 총소유비용(TCO)을 낮추기 위해 자산을 될 수 있는 한 줄이는 것은 필수였다.
인력과 기능의 외주화는 물론 사무실과 업무용 자동차와 비행기, 개인에게 지급하는 노트북, 프린터, 전화기 등 회사 구성에 필요한 모든 공간과 장비를 구매가 아닌 빌렸다. 재고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마련한 제조업체의 적기 공급(JIT, 저스트 인 타임) 시스템도 이러한 개념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도입 초기에는 비용 절감 및 수익성 개선 효과가 높게 나타나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자회사 제도는 원청과 하청이라 서열 관계를 고착해 생산 현장 종사자 간 임금과 처우의 차별을 포함한 계급 체제를 만들어 갈등의 요소를 키움으로써 노사 관계를 악화시키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시간이 갈수록 하도급 제도가 기업이 원하는 만큼 기업의 비용과 생산원가 절감 효과가 발생하지도 않았다고 분석했다. 현장 업무를 기피하는 젊은 층들이 하도급에 해당하는 자회사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도 심화했고, 그나마 젊은 층 인구도 급감해 만성 구인난 상태에 빠졌다. 포스코와 같은 철강업체들은 과거에 비해 엄청난 수준의 자동화를 이뤄냈다고 하지만. 24시간 365일 고로와 제조 설비를 가동하는 특성상 일정 수의 현장 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업무 가운데 일정 부분을 자회사에 맡겨왔으나, 인력난으로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시너지가 없어졌다. 즉 자회사 하도급 제도를 도입했던 20년 전에는 옳았지만, 지금은 아닌 상황이 됐다.
‘모든 것 혼자 다 해내는 기업’이 높은 평가 받아
포스코의 하청업체 직접고용 전환은 이러한 모든 외부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본사와 하도급으로 이원화했던 생산 현장에서의 적정 규모 인력 운용을 본사가 모두 관리하는 게 소속감과 효율성을 향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직 구성도에서 단계가 많고 복잡할수록 위 아랫간 서열 관계, 자기 이외에 부서 일에 무관심한 사일로 효과는 커진다. 원청과 하청 관계도 마찬가지”라면서, “인력 흡수를 통해 관계를 단순화한다면 비효율을 제거하는 데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미국이 촉발한 세계화가 단절이 사실상 굳어지면서 공급망 단절은 물론 인력 교류도 제한받을 가능성이 커 지금은 ‘내가 잘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기업보다 ‘나와 관련한 모든 것을 혼자서 잘 해낼 수 있는’ 기업에 투자자들이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2만 명이 넘는 직원 규모를 운용할 포스코도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은 과제는 본사 직원과 채용하는 하청업체 직원 간 화학적 결합을 무리 없이 실현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이번 결정을 직접고용보다는 ‘귀향’이라는 표현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자회사 대표이사 상당수가 포스코에서 근무했던 퇴직한 전직 포스코맨들이니 그들이 옛 일터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자회사 직원은 이러한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미 직접고용을 결정한 이상 포스코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공존하고 화합할 수 있는 전향적인 방향으로 세부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자회사 하도급 제도를 앞장서서 먼저 도입했던 것처럼, 이 제도를 폐지하려는 포스코에 많은 제조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다”라면서 “직접고용만이 하도급 제도의 해결 방안은 아니기 때문에 포스코의 시도가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으려는 산업계 노력의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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