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은 재산분할에서 부부가 혼인 중 협력으로 형성·유지한 재산을 나누도록 본다. 퇴직금도 예외가 아니다. 혼인 기간 동안 근로를 통해 퇴직금이 누적됐다면, 이는 부부 공동생활의 결과물로 보고 퇴직금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원의 판단은 지속적으로 축적돼 왔다. 다만 퇴직금 전액을 일률적으로 분할하는 것이 아니라,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산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적용된다. 예컨대 결혼 이전에 입사해 총 20년을 근무했고, 그중 혼인 기간이 10년에 해당한다면, 원칙적으로 퇴직금 예상액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비율만이 분할의 기초가 된다.
실무상 쟁점은 퇴직금의 산정 방식과 이에 대한 입증에 있다. 퇴직금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법원이 회사의 퇴직급여 규정, 근속기간, 임금 수준, 퇴직연금 가입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 시점의 예상 퇴직금을 산정하고 이를 재산분할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 반대로 상대가 퇴직금을 숨기거나 축소하려는 경우도 있어, 재직증명서·급여명세서·근로계약서, 퇴직연금 가입 내역, 사내 규정 등 객관 자료 확보가 중요하다.
또 하나의 쟁점은 퇴직금이 현금화되지 않은 권리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사건에 따라 퇴직금 해당분의 즉시 지급을 명하기보다는, 전체 재산분할 과정에서 예금, 부동산 지분, 보험 해약환급금 등 다른 재산과 상계하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즉, 단순히 현금화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퇴직금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퇴직금재산분할은 결국 “직장 다닌 사람 돈”의 문제가 아니라, 그 직장 생활이 가능하도록 가정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까지 포함한 기여도 판단과 맞물린다. 전업주부로 가사·육아를 담당해 배우자의 장기 근속과 승진, 소득 유지에 기여했다면, 퇴직금 분할에서도 그 비경제적 기여가 반영될 수 있다. 반대로 혼인 파탄 이후 별거가 길었던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공동생활이 끝난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후 증가분을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조정되기도 한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최정욱 변호사는 “퇴직금 재산분할은 ‘아직 수령하지 않은 금원’이라는 이유로 제외되는 영역이 아니라, 혼인 기간 동안 함께 형성한 미래 재산을 어떻게 공정하게 정산할지의 문제”라며 “퇴직금·퇴직연금 내역과 근속·임금 자료를 먼저 확보한 뒤, 다른 재산과 상계해 현실적으로 정산하는 구조까지 함께 설계해야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황인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hi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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