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혐의, ‘단순 가담’이라도 형사책임이 문제 되는 이유

황인석 기자

2026-01-28 08:00:00

보이스피싱 혐의, ‘단순 가담’이라도 형사책임이 문제 되는 이유
[빅데이터뉴스 황인석 기자] 보이스피싱 범죄가 사회 전반에 만연해지면서 수사와 처벌 기준도 눈에 띄게 강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총책 등 핵심인물 이외에는 큰 책임을 묻지 않으려 했다면, 최근에는 조직의 말단적 역할을 한 인원들의 처벌 수위 또한 높아지는 추세다. 이로 인해 자신은 범행의 전모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전달책·인출책·현금수거책 등 이른바 ‘단순 가담자’들이 중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이스피싱 혐의의 기본 적용 법리는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였는데, 최근 시행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유인책, 현금수거책 또한 전기통신금융사기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규정하면서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였다.

과거 현금수거책에게 사기죄가 적용되었을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대한 공동정범 내지 방조범으로 처벌받았지만,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르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범죄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거나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도 있도록 하였다. 미수범도 처벌되며, 상습성이 있는 경우에는 1.5배까지 가중처벌된다. 단순 가담자라도 실형 선고 위험이 대폭 높아진 이유다.

실무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가담의 정도’와 ‘범의 인식’이다. 단순히 지시받은 대로 계좌를 전달하거나 현금을 인출해 전달했을 뿐이고 그 보이스피싱 범행의 실체와 전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하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가담하게 된 경위, 현금 등을 수거한 방식이 통상적인지 여부 등 사건에 대한 미필적인 인식 가능성이 있다면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

보이스피싱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이 높다는 점 또한 유의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증거가 비교적 명확한 편에 속하지만, 공범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신병 확보가 문제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피해액이 크거나 반복 가담 정황이 확인되면 ‘단순 가담’이라는 주장만으로는 신병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

재판 단계에서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사기범죄 양형기준이 중요한 판단 근거로 작용한다. 피해 규모, 범행의 조직성, 역할 분담 여부, 전과 유무 등이 선고형을 좌우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 회복 여부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로 평가되지만,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 특정과 합의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수사 초기부터 사건의 성격과 가담 범위를 명확히 정리하는 대응이 필요하다.

보이스피싱 혐의는 ‘몰랐다’는 진술만으로 정리되기 어려운 범죄다. 오히려 초기 진술에 따라 추후 혐의 인정 여부나 양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사 단계에서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을 어떻게 구조화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방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법무법인 더앤 유한규 대표변호사는 “보이스피싱 사건은 단순 가담자라고 하더라도 범행 구조 안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핵심적으로 평가된다”며 “경찰 조사 단계에서의 진술과 대응이 구속 여부와 향후 처벌 수위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초기부터 사실관계를 법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인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hi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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