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위협 속에서… 접근금지명령, 피해자를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

이병학 기자

2025-11-14 10:44:00

윤보현 변호사 / 여울 여성특화센터
윤보현 변호사 / 여울 여성특화센터
[빅데이터뉴스 이병학 기자] 연말 평가·회식이 겹치는 시기, 여성 근로자의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이 증가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참고 넘기면 조용히 끝난다”가 아니라, 회사는 피해 신고 즉시 조사와 보호 조치를 시행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이다. 또한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배제나 불이익을 주는 경우 가해자 뿐 아니라 회사 역시 제재 대상이 된다.

직장 내 성희롱에는 상사나 동료의 신체 접촉과 같은 직접적 행위뿐만 아니라, 회식, 메신저, 회의석상에서의 성적 발언, 원치 않는 음란물 전송, 외모·사생활에 대한 반복적·집요한 평가 등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모든 성적 언동이 포함된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신고 접수 즉시 사용자가 사내 조사를 개시하고, 피해자 분리·보호조치, 비밀유지, 2차 가해 방지를 취하도록 명령한다.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인사평가 하향, 부서 전보, 계약 미갱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법 위반이다.

수사·재판은 정황 증거에 크게 의존한다. 대화 캡처, 회식 사진·동선, 출입기록, 이메일·사내 메신저 원본, 회의록 등은 사건의 맥락을 복원하는 핵심 자료다. 신체 접촉, 강압적 밀착 등은 직장 내 성추행에 해당하며, 비동의 촬영·유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병합 적용될 수 있다. 또한 정신적 피해가 중대할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산재)로 인정받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는 사내 절차와 외부 구제 수단을 병행할 수 있다. 회사를 통해 신고하면 인사부 또는 고충처리기구가 조사를 진행하며, 조사 결과에 따라 가해자 징계, 교육, 재발 방지 명령 등이 부과된다. 동시에 고용노동부 진정과 형사고소를 제기함으로써 회사와 가해자의 책임을 분리해 추궁할 수도 있다. 회사가 조사를 지연·축소하거나 2차 가해를 방치하면, 사용자 처벌·과태료가 뒤따른다.

윤보현 변호사는 “피해자는 ‘문서의 힘’을 믿어야 한다”며 “최초 문제 제기 시점부터 기록을 남기고(이메일·문서 제출), 면담은 날짜·참석자·대화 요지를 메모해 두라”고 조언했다. 이어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분리·재택·유급휴가 등 합리적 보호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불리한 처우가 있었다면 즉시 외부기관에 구제 신청을 병행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결론은 분명하다. 직장 내 성희롱은 개인이 감내할 문제가 아니라, 법이 개입하는 노동·형사 문제다. 회사는 즉시 조사와 피해자 보호 의무를 부담하며, 가해자는 형사적·징계적 책임을 지고, 피해자는 증거를 통해 권리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침묵 대신 기록과 절차를 택하는 것이, 가장 빠른 보호이자 효과적인 재발 방지책이다.

이병학 빅데이터뉴스 기자 lbh@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