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승진으로 '동일인' 지정 요건 대부분 충족
정몽준 이사장 보유 HD현대 지분 26.6% 받아야
'예정된 수순'이지만…"증여·상속 논하기엔 일러"

대대적인 세대 교체를 놓고 재계 안팎에서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날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며 경영 일선에서 용퇴한 권오갑 회장이 올해 만 74세로 고령인 데다 정 회장이 오래 전부터 굵직한 사업을 맡으며 성과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장남인 정 회장은 2009년 HD현대(당시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HD현대 경영지원실장, HD현대중공업 선박영업 대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 등을 거치며 경영인 코스를 밟았다. 2016년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과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HD현대인프라코어) 인수 작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그룹 주력 사업인 조선 이외에도 에너지, 전력기기, 선박 자율운항, 건설기계 등 포트폴리오 확장에 구심점 역할을 하며 2023년 부회장, 지난해 수석부회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탄탄한 성과를 토대로 매년 명함을 바꿔 그룹 최고위 경영자까지 단숨에 오른 셈이다.
공정위가 정 회장을 HD현대그룹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올해 5월 기준 88개 대기업집단 오너 또는 그 일가 가운데 유일한 80년대생 총수가 된다. 정 회장을 빼면 재계 순위권 기업 오너 경영인 가운데 첫 80년대생 총수로 유력한 인물은 최근 조선·방산 분야에서 동년배 라이벌로 구도가 형성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도다. 정 회장은 1983년생인 김 부회장보다 출생 연도 기준으로 한 살 많다.
현재 HD현대 최대 주주는 이 회사 지분 26.6%를 보유한 정몽준 이사장이다. 정 회장은 HD현대 지분 6.1%를 보유해 국민연금(7.5%)에 이은 3대 주주다.
다만 정 이사장이 올해 만 73세로 활발히 대외 활동을 하는 데다 건강 상태가 매우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지분 증여 또는 상속을 논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무엇보다 지분 승계와 관련한 문제는 정 이사장 의중에 달렸다. 정 이사장이 복안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조 단위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쉽지 않다.
동일인 지정 문제와는 별개로 HD현대가 이날 발표한 사장단 인사는 정 이사장이 1988년 정계에 입문한 이후 37년 동안 이어 온 전문 경영인 체제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정 회장을 중심에 둔 세대 교체를 알리는 서곡으로 평가된다. 이번 인사는 지주회사인 HD현대와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이외에도 HD현대중공업,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마린솔루션, 통합 HD건설기계, HD현대로보틱스 등 대부분 사업 회사에서 폭넓게 이뤄졌다.
HD현대는 올해 사장단 인사와 관련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을 앞둔 상황에서 조직의 혼선을 줄이고 합병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예년보다 빠른 시기에 단행됐다"고 설명했다. HD현대와 각 계열사는 향후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 내정자를 정식 선임할 예정이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howing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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