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회장, '첫 80년대생 총수'까지 남은 건 '지분 승계'

성상영 기자

2025-10-17 15:32:03

회장 승진으로 '동일인' 지정 요건 대부분 충족
정몽준 이사장 보유 HD현대 지분 26.6% 받아야
'예정된 수순'이지만…"증여·상속 논하기엔 일러"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회장 ⓒ연합뉴스/HD현대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회장 ⓒ연합뉴스/HD현대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HD현대(267250) 오너 경영 시대를 새롭게 연 정기선 회장이 재계 첫 80년대생 총수 타이틀을 얻을지 관심이 모인다. 1982년생으로 올해 만 43세인 정 회장은 17일 HD현대 사장단 인사를 통해 회장 직함을 공식적으로 달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집단 동일인(총수) 지정까지 사실상 지분 승계만 남겨두게 됐다.

대대적인 세대 교체를 놓고 재계 안팎에서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날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며 경영 일선에서 용퇴한 권오갑 회장이 올해 만 74세로 고령인 데다 정 회장이 오래 전부터 굵직한 사업을 맡으며 성과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장남인 정 회장은 2009년 HD현대(당시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HD현대 경영지원실장, HD현대중공업 선박영업 대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 등을 거치며 경영인 코스를 밟았다. 2016년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과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HD현대인프라코어) 인수 작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그룹 주력 사업인 조선 이외에도 에너지, 전력기기, 선박 자율운항, 건설기계 등 포트폴리오 확장에 구심점 역할을 하며 2023년 부회장, 지난해 수석부회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탄탄한 성과를 토대로 매년 명함을 바꿔 그룹 최고위 경영자까지 단숨에 오른 셈이다.

공정위가 정 회장을 HD현대그룹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올해 5월 기준 88개 대기업집단 오너 또는 그 일가 가운데 유일한 80년대생 총수가 된다. 정 회장을 빼면 재계 순위권 기업 오너 경영인 가운데 첫 80년대생 총수로 유력한 인물은 최근 조선·방산 분야에서 동년배 라이벌로 구도가 형성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도다. 정 회장은 1983년생인 김 부회장보다 출생 연도 기준으로 한 살 많다.
아직 정 회장이 최대 주주가 아니라는 점을 제외하면 요건은 거의 갖춰졌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회사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최대 주주)이면서 경영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대내·외적으로 대표자로 인식되는 경우 해당 인물 또는 법인을 동일인으로 본다. 이 같은 기준에 비춰 보면 HD현대 지분 승계가 사실상 정 회장의 총수 지정 마지막 퍼즐이다.

현재 HD현대 최대 주주는 이 회사 지분 26.6%를 보유한 정몽준 이사장이다. 정 회장은 HD현대 지분 6.1%를 보유해 국민연금(7.5%)에 이은 3대 주주다.

다만 정 이사장이 올해 만 73세로 활발히 대외 활동을 하는 데다 건강 상태가 매우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지분 증여 또는 상속을 논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무엇보다 지분 승계와 관련한 문제는 정 이사장 의중에 달렸다. 정 이사장이 복안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조 단위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쉽지 않다.

동일인 지정 문제와는 별개로 HD현대가 이날 발표한 사장단 인사는 정 이사장이 1988년 정계에 입문한 이후 37년 동안 이어 온 전문 경영인 체제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정 회장을 중심에 둔 세대 교체를 알리는 서곡으로 평가된다. 이번 인사는 지주회사인 HD현대와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이외에도 HD현대중공업,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마린솔루션, 통합 HD건설기계, HD현대로보틱스 등 대부분 사업 회사에서 폭넓게 이뤄졌다.

HD현대는 올해 사장단 인사와 관련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을 앞둔 상황에서 조직의 혼선을 줄이고 합병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예년보다 빠른 시기에 단행됐다"고 설명했다. HD현대와 각 계열사는 향후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 내정자를 정식 선임할 예정이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howing1991@naver.com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