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유언대용신탁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22년 기준 은행권의 유언대용신탁 시장 규모는 약 2조 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해 총상속재산가액과 비교하면 3.54%에 불과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2024년 1분기(1~3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3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같은 기간에 비해 43%나 증가했다.
이에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유언대용신탁이 유언장의 한계를 보완한다고 말한다. 유언장은 민법에 따른 엄격한 방식과 요건에 맞춰야 효력을 발휘한다. 한편, 2012년 7월 26일부터 개정 신탁법이 발효되면서 민법에서 허용하는 다섯 가지 유언방식(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외에 유언대용신탁도 유언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별도의 유언장 없이 위탁자가 생전에 설계한 대로 재산이 분배될 수 있다. 신탁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유언장에 비해 유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상속계획이 가능하다.
우선 유언대용신탁은 개정 신탁법 제59조에 규정되면서 새로 도입된 제도로 신탁을 설정하는 자(위탁자)가 생전에 자신의 의사표시로 신탁계약을 체결한 뒤 생전에는 위탁자가 수익자로서 수익을 누리다가, 위탁자가 사망한 때에 자신이 지정한 수익자에게 수익권을 귀속시키거나 신탁이익을 취득할 수 있는 수익권을 부여하는 형태의 신탁을 말한다.
유언대용신탁도 일반 신탁과 마찬가지로 위탁자가 신탁한 신탁재산은 독립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 또는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으며(신탁법 제22조), 수탁자가 사망하거나 회생ㆍ파산한 경우 수탁자의 상속재산 내지 회생ㆍ파산재단이 포함되지 않는다.
특히 위탁자가 질병 등으로 나이 어린 자녀가 홀로 남겨질 거라 예견되는 경우, 자녀가 미성년자이거나 낭비벽이 심하거나 정신지체 등의 장애가 있는 경우 생활능력ㆍ재산관리능력이 부족한 상속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유언대용신탁은 신탁계약에 의해 생전에 위탁자가 자유롭게 그 방식에 관하여 설계할 수 있다. 따라서 생전에는 위탁자가 원하는 방법으로 신탁재산을 운용하고 사망한 이후에는 신탁재산의 수익자ㆍ수익의 귀속시기 등을 자유롭게 설계하여 위탁자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충족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실무에서는 은행 등 신탁회사의 신탁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유언대용신탁이 활용되고 있다. 이 경우 신탁계약은 지급방식ㆍ조건 등을 정하는 계약(유언대용신탁)과 신탁된 재산별 운용에 대한 내용을 정하는 계약(개별신탁계약)으로 이중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에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정진아 변호사는 “상속과 증여는 단지 물질적인 의미나 절세를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상속과 증여는 가문의 정통과 명예, 정신과 자산을 계승하고, 다음 세대에게 유산을 전달하는 과정이다. 특히 유언대용신탁은 상속과 증여의 유연성과 안전성을 담보해준다는 점에서 미리 설계하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진아 변호사는 “유언대용신탁은 신탁법 및 민법의 상속과 관련한 규정 등 법률적으로 살펴야 할 부분이 많고,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적법한 절차를 통해 법률 조력을 받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특히 위탁자의 자산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신탁계약서의 작성과 검토, 상속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 만약 상속 및 증여로 인해 소송을 앞두고 있거나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한다면 가사법 전문 변호사의 법률 조력으로 자신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병학 빅데이터뉴스 기자 lb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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