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특별법'은 지난 16대 국회부터 20년 동안 총 8번의 발의와 283명의 국회의원들이 공동발의에 참여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년의 국회 장벽을 넘어 73년의 피맺힌 한을 풀 수 있었던 데에는 그야말로 법안의 성안부터 치밀하게 준비하고 소처럼 밀어붙인 소병철 의원의 전략과 뚝심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소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전남 동부권 의원들(김회재, 서동용, 주철현)과 함께 '여순사건특별법'을 공동으로 추진하자는 협약식을 이끌어 내고, 여순사건 유가족과 학계, 연구소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손수 한 글자 한 글자 법안을 성안해 지난해 7월 지금의 '여순사건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같은해 9월 '여순사건특별법'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에 회부됐고 12월 사상 최초로 국회 행안위에서 주관한 입법공청회도 개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관계부처인 행정안전부가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 여순사건을 다루자는 입장을 견지하며 법안이 진척되지 못하는 고비를 겪었지만, 소 의원이 전해철 행안부 장관과의 담판을 통해 행안부 입장 선회를 이끌어 내면서 '여순사건특별법'심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후 소 의원은 행안위 소속 위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배석해 이례적으로 2차례의 축조심사가 이뤄지는 상황 속에서 여야 행안위원들을 설득하고 발언신청을 통해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직접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4월 힘겹게 소위를 통과한 '여순사건특별법'은 이달 16일 행안위 전체회의 상정이 예정된 당일 오전까지 야당의원의 이견으로 통과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소 의원은 포기하지 않고 야당의원과의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극적으로 수정문안을 만들어 내며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만장일치 통과를 견인해내는 기염을 토했다.
행안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여순사건특별법'을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상정하기까지 소 의원의 노력은 계속됐다.
송영길 당대표를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와 박주민 법사위 간사를 비롯한 민주당 법사위원들을 만나 '여순사건특별법'을 21대 국회 내에서 처리하기 위해선 반드시 6월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간곡히 요청했다.
또 새롭게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로 보임한 윤한홍 의원을 직접 찾아가 '여순사건특별법'제정을 호소한 것을 비롯해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에게 일일이 친전을 전달하며 특별법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행안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한 의미를 강조하며 적극적인 설득에 나섰다.
이러한 소병철 의원의 노력으로 '여순사건특별법은 지난 25일 법사위에서도 여야 만장일치 합의로 통과할 수 있었다.
이렇듯 20년 동안 답보상태에 놓여 있던 '여순사건특별법'은 발의된 지 1년도 안 돼 파죽지세로 달려와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끌어 낸 소병철 의원의 남다른 노력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여순사건특별법'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을 심의·의결하기 위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두고, 실무를 담당할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실무위원회’를 전라남도지사 소속으로 설치·운영하되, 각 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는 정치적 중립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함 ▲ 실무위원회가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 이내의 기간 동안 신고를 접수하고, 최초 진상규명조사 개시일부터 2년 이내에 진상규명조사와 관련된 자료 수집 및 분석을 완료하도록 함 ▲ 치료가 필요한 희생자를 위해 의료지원금 및 생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함 ▲ 여순사건 희생자를 위령하고 평화와 인권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며 위령제례 등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함 등이다.
소병철 의원은 '여순사건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오늘의 이 감격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고 밝히며 “73년의 피맺힌 한, 20년 동안 국회에서 8번의 법안 통과가 무산된 좌절을 오늘로써 마침표를 찍게 됐다”고 강조하면서 “긴 세월 견뎌 온 희생자와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정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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