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원서 지원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뉜다. 하나는 ‘지원 대학별 과목 가중치 확인’이고, 다른 하나는 ‘지원 대학 내 모집단위 선택’이다. 과목별 가중치는 대학을 선별하는 기준이 되고, 대학 내 모집단위는 전공을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연세대·고려대, 서강대·성균관대, 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시립대 등 입시 결과가 유사한 대학 간에도 과목 가중치에 따라 지원자에게 확연히 유리한 학교, 그렇지 않은 학교가 있다. 마찬가지로 한 대학 내에서도 모집단위에 따라 합·불이 나뉠 수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서울대 일반전형(가군), 연세대 일반전형(나군), 고려대 일반전형(나군)처럼 수능 100% 전형이라면 관심 있는 전공보다는 합격가능성이 높은 전공으로 선회하는 것도 합격을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삼수 끝에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 입학한 여학생과 인터뷰 내용이다.
Q. 정시 원서 지원 전략이 있다면?
A. 정시는 배치표 보고 쓰는데 고대는 수능 100%이라 점수 맞춰서 간다. 진학사 배치표 보면 경쟁자들 사이에서 내 위치를 알 수 있다. 당연히 문과의 꽃인 경영학과 가고 싶었지만 고대식 환산점수로 2점 부족해 서어서문으로 썼다. 2점이면 큰 차이다.
반영영역 합계에서 영어 2등급이라 1점 감점이 있었고, 사탐은 사‧문 50, 법‧정 48이어서 감점이 많지는 않았다. 대신 영어 감점이 아쉬웠다. 서어서문은 소수어과라 46명 중에 정시로 5명 뽑았다. 바늘구멍이었다. 점수로만 딱딱 끊으면 소수점 0.1점, 0.001점으로도 합격이 갈린다.
반면 서강대는 수학 비율이 높다. 경영학과니까 아무래도 수학 96이상 인 애들이 많다. 나는 수학이 92점이었으니 나한테는 고대가 더 유리했다.
Q. 서어서문 쓸 때 불안하지 않았나?
A. 보통 연대·고대 문·사·철이나 어문 쓰는 사람들은 서강대, 성균관대 높은 과를 같이 쓴다. 서강대 경영, 성대 글로벌경영이랑 고대 낮은 과 같이 쓰는 이유가 뭐겠나? 고대 가고 싶어서 과 낮춰서 쓴 거고, 둘 다 붙으면 고대 가겠다는 거다. 그래서 연·고대 어문, 문·사·철은 추합이 거의 안 돈다.
2017년 정시에서 고대 경영학과 입시 결과가 낮았다. 경영은 많이 뽑고, 서울대 붙으면 빠지니까 최종 합격자 점수는 최초합보다 낮아지게 된다. 소위 '꼬리가 털린다'고 하는데 최초 합 빠지면 추가 합격이 계속 돌게 된다. 그러면 점수가 좀 낮아도 추합 때 딸려서 올라 간다. 하지만 추합이 많이 돌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않나. 3수였으니 불안하기도 하고, 확실한 걸 쓰자 해서 서어서문으로 썼다.
Q. 재수 때 기대만큼 점수 안 나왔나?
A. 영어도 망했고, (가)군 이대 경영, (나)군 연대 교육학과, (다)군 중앙대 경영 썼는데 원서를 잘못 쓴 거 같다. 이대, 중대가 둘 다 안정이어서 하나를 좀 높였어야 했다. 연대는 어문이나 인문으로 낮췄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거 같다. 중앙대는 일단 흑석을 가기 싫었다.(웃음) 그리고 언니가 이대 가라 고했다. '아직 기성세대 인식은 이대가 훨씬 높으니까 둘 다 붙었으면 당연히 중대보다 이대야'라고 해서 이대를 갔다.
Q. 3수 결정할 때 가족들은 어떤 분위기였나?
A. 부모님이 정말 많이 반대 하셨다. 재수까지는 별말 안하셨는데, 3반수는 절대 반대였다. 언니가 특히 심하게 반대했다. '재수 1년 해봐도 안됐잖아. 3반수 몇 달 하는 거로 되겠어? 정시가 이렇게 어려운데 네가 그 바늘구멍 뚫을 수 있겠어? 이대 전공도 좋으니까 그냥 다녀라. 만약에 실패하면 시간 또 허비하는 거고 다른 사람들한테 뒤 처지는 거다. 그냥 다녀라'고 했다.
Q. 고대 합격자 확인 순간 처음 든 생각은?
A. 연대가 일주일 먼저 조기발표를 했다. 고대 발표 당일 늦잠자고 일어나서 보니 오후 3시 58분이었다. 기분도 싱숭생숭해서 '수·만·휘' 보니까 '오전에 입학처 전화해봤는데 오늘 4시 발표 한대요'라는 글이 있었다. 그때부터 고대 입학처 새로 고침을 계속 했다.
합격자 화면에 '합격을 축하합니다' 딱 뜨니까 '아. 됐구나. 드리어 내가 됐구나' 싶었다.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다기보다 '드디어 이 3년의 수험생활을 청산하겠구나. 이제 수능 안 봐도 되는구나'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바로 엄마하고 언니한테 전화해서 '나 붙었어!' 라고 말했다.
Q. 연·고대를 선망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3수까지는 인생에서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힘겹게 온 만큼 가치가있다. 고대 붙기 전에 실패에 대한 마음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다. 이대 돌아 갈 생각도 했다. 그런데 고대와서 보니 똑똑한 애들끼리 모여 있어서 생각하는 것도 넓어지고 배우는 것도 많다. 여러 분도 실력으로 들어와서 실제로 확인해 봤으면 좋겠다.
이경훈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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