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통신 및 탐지장치 기술 넘겨 받아 시너지 확대
방산CU로 승격해 그룹 내 독자적 방산 사업 체제 구축
세계에서 네 번째 차세대 FM 무전기, 항공장비 개발
미국 기술 이전 거부에 러시아와 협력, 기술 대거 도입

심각한 수익성 악화로 금성전기는 경영 위기에 처했다. 그룹은 경영혁신 운동인 ‘F-88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하면서 금성전기가 수행하고 있던 여러 사업을 다른 계열사로 이관하기로 결정했다. 방위사업부문을 금성정밀과 통합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
두 회사가 보유한 기술을 한 곳으로 모아 기술력을 향상하고 일괄 생산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그룹의 복안이었다.
본래 금성전기는 분소대용 FM 무전기를 개발하는 등 유무선 통신장비 및 탐지장비 개발에 강점을 갖고 있었다. 통합이 성사되면 금성전기가 보유하고 있던 국가 기간통신망 및 탐지장비, 유무선 군용 통신장비에 대한 축적된 기술력을 활용해 정밀 전자부품 분야에서도 새로운 사업 기회와 시너지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됐다.
통합에 앞서 1991년 3월, 사장단 회의가 열렸다. 금성정밀을 방산CU로 승격시키기 위한 자리였다. 종전에는 소재부품 및 정보통신부문에 소속돼 연관산업 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어려웠고, 사업별 특성을 발휘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금성전기 방위사업부문 인수를 계기로 방산CU로 승격이 결정됐고, 이후 방위산업 특성에 맞는 독자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체계를 확립했다.
“력키금성그를은 최근 그룹 내에 방산CU를 신설, 주력 업종의 하나로 육성키로 했다. 이에 따라 금성전기를 금성통신에 합병하면서 방산부문은 금성정밀로 이관, 사업 창구를 통합했다. 금성정밀은 지난 상반기 국내 최초로 방공용 레이다를 자체 개발 완료한 것을 비롯해 통신·전자전과 사격통제, 유도무기 분야사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정부의 KFP(Korea Fghter Program) 사업과 관련한 항공전자 분야에도 신규 진출할 계획이다.”
금성전기 방위사업부문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금성전기 연구소 일부 기능도 금성정밀로 이관됐다. 이에 따라 금성정밀은 금성전기에서 수행해오던 유무선 통신기기, 사통(射統) 장비 체계 자동화 및 전자전 분야의 축적된 연구개발 기술력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연구소는 단일화 이후인 1991년 10월 중장기 연구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통합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레이다. 유도무기, 수중장비, 항공우주 등 8개 분야를 선정해 연구 개발에 집중했다.
1993년 1월 금성정밀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대(對) 전자전(ECCM) 능력을 보유한 차세대 FM 무전기(PRC-999K)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1985년 국방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이룬 결실이었다.
이 무전기는 군 작전에 치명타를 가하는 전파 교란에 대응능력이 뛰어났다. 스스로 고장 유무를 진단하는 자체 점검기능, 원격조정 기능 등을 갖췄다. 이와 더불어 한국인 체형에 맞게 크기와 무게를 최소화해 휴대하기 편리하게 제작됐다.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긴 했으나 출발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연구개발비가 적게 책정된 데다 핵심 기술도 낙후돼 있어 국내에서 개발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구성품 중 핵심인 송수신기 개발에서 한발 앞서 나가던 금성정밀(사업인수 이전 금성전기)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금성정밀은 사업에 참여한 3개사 중 가장 우수한 실용 시제품을 선보여 1990년 9월 군 무기체계로 선정될 수 있었다.
시제품 제작 이후에도 수 년 간 실용화를 위한 막바지 개발 작업을 거쳤다. 이런 각고의 노력을 거쳐 1993년 1월, 전자전 기능과 함께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차세대 FM 전술 무전기를 완성했다.
생산 효율성 증대와 기능 향상을 위한 각종 장비 및 부품 개발도 이어졌다. 착수 1년 만인 1994년에는 무전기 시험장비인 TSM-1K 양산체제를 갖췄으며, 타사 제품보다 충전시 간을 대폭 단축한 전원공급장치 P-2K(A) 개발에도 성공했다. 차세대 FM 무전기의 성공적인 개발과 양산체계 구축은 우리 군의 자주국방 건설에 크게 기여했다.
포병 사격지휘 자동화체계인 FDC(현 BTCS) 사업도 10여 년에 걸친 우여곡절 끝에 1994년 개발에 성공했다. 개발 기간이 길어진 이유는 장비의 신뢰성, 특히 통신부문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위해 상당기간 보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992년 10월부터 1년 동안 포병학교와 전방부대에서 시험 운용한 결과를 토대로 보완을 거처 장비에 대한 재평가 과정을 거쳤다. 전방부대 배치를 위한 마지막 단계인 무기체계 채택 절차를 통과함으로써 비로소 방산물자 지정을 받았다. 이렇게 개발된 FDC 장비는 사격지휘 제원을 정확히 산출할 수 있어 신속한 사격이 가능했다.
또한 유무선 복합 음성 및 데이터 통신으로 사격 명령을 내릴수 있게 됐다. FDC 장비는 1904년 말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했고, 금성정밀은 포병 사격지휘체계를 진일보시키는 주역이 됐다.
1980년대 중반 금성정밀은 흔히 블랙박스라고 불리는 CVRCockpit Voice Recorder)을 OEM 방식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는 항공산업 특히 불모지나 다름없는 항공전자 분야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금성정밀은 기술개발에 매진해 1990년대 정부가 추진한 F-X 1차 사업(차기 전투기사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그 결과 5개 항공전자 기술도입 생산 품목 중 GAC(General Avionic Computer, 임무동제검퓨터), HUD(Hlead Up Display, 전방시현장치), VHF Radio(통신장비)의 생산을 맡았다. 1994년 후반기, 첫 생산 제품을 납품해 기술력과품질 모든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금성정밀은 초등훈련기 개발사업, 헬기 개량사업, 고등훈련기 개발사업 등으로 계속해서 참여 범위를 넓혀나갔다.
이 시기에 금성정밀은 FM 무전기, FDC 장비, 항공전자 등 방위사업부문의 계속적인 신사업 확대와 함께 민수사업에 대한 사업구조 재편에 역량을 집중했다. 1992년 4월 매출 감소 및 적자 누적에 허덕이던 선박장비사업 철수를 결정한 반면 비교적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계측기 사업 등에 대한 사업 확대를 모색해 나갔다.
1980년대까지 대한민국은 무기체계 개발 및 운용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기술 이전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더구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이스라엘, 이집트 등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 미국산 우선구매법(Buy American Act)을 한국에는 적용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미국 기술을 활용해 만든 우리 방위산업 제품은 수출에 큰 제약을 받았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방위산업 기술 이전을 꺼리는 이유는 국내 방위산업체의 성장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방위산업 시장에서 미국은 우리 방위산업체를 경쟁자로 간주해 견제하는 태도를 취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방위산업 육성을 지원하던 미국이 1980년대 중반부터 더 이상 기술 전수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미국은 우리나라와 이미 수출 계약을 맺은 몇 가지 첨단장비에 대해 수출 불가 통보를 하거나 아예 계약 취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군축 분위기가 전 세계에 확산돼 방위산업 수출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었다.
방어전력 유지에 적합한 자원절약형 첨단기술 무기만이 수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향후 선진 방위산업 기술 도입 및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정부는 첨단장비 수출과 방위산업 기술 이전에 비교적 관대한 프랑스 등 유럽국가와 방위산업 협력체제를 구축하기로 하고 이 사실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부는 마국에 거의 의존해 온 국제 협력 관계를 유럽으로 확대하며,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수출 확대를 꾀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소련 붕괴 및 개방 이후 정부는 러시아와 막후 접촉을 시도했다. 마침내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 민수화 전환사업’에 한국 기업이 적극 참여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아울러 미사일과 다목적 전투기 등 21개 기술 분야를 선정해 항공산업, 해상 및 육상장비, 컴퓨터 기술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 지원 아래 금성정밀은 러시아 첨단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했다. 먼저 임원 및 기술진이 1992년 말 러시아를 방문해 접촉을 시도했다. 이듬해 5월에는 러시아 방문단이 내방해 레이다. 유도탄 개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금성정밀은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맞춰 해외의 선진 방위산업 기술을 도입하고, 자체 개발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은 국내시장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준비과정이기도 했다.
<자료: 나라지키기 40년 LIG넥스원>
<용어설명>
O 전자전(Electronic Warfare) : 적이 전자파(電波)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아군이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체의 군사 활동.
O 미국산 우선구매법(Buy American Act) : 미국에서 생산된 비제조 및 제조품, 원료, 부품 등을 사용한 공급품만을 공공용으로 구매해야 하며, 공공건물의 건축 및 공공사업의 경우 미국에서 생산된 물품, 재료, 공급 제품만이 모든 건축 단계에서 사용되어야 함을 규정한 미국의 국내법(1993년 통과).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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