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봉쇄령 속 온라인 쇼핑등 비대면 소비 급증
운항 축소와 항로 감편을 해운사들은 서둘러 항로를 확대
2020년 4월 2.4만TEU급 컨선 HMM 알헤시라호는 취항
초대형 선단 적기 인도, THE얼라이언스와의 협력으로 성장
임시선박 긴급 투입해 국내 수출기업 화물운송 적극 지원

코로나19는 2019년 11월 중국에서 최초 보고된 전염병이다. 2020년 1월에는 중국을 넘어 아시아권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발생 4개월여 만에 전 세계의 모든 대륙, 거의 모든 국가로 확산되었다. 발생 1년여가 지난 2020년 12월 누적 확진자 수가 8천만 명을 넘어서더니, 2022년 4월에는 확진자 수가 5억 명을 돌파할 만큼 빠른 속도로 확산하며 전 세계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경제는 순식간에 카오스 상태가 되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집합활동이 제한되면서 경제활동이 마비되다시피 했고,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 사이의 연결조차 통제되면서 해운시장에도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최초 발생 이후 중국을 시작으로 주요 항만이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봉쇄되고 선박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입항이 거부되었다. 연쇄적으로 글로벌 생산·교역망이 멈추면서 공급망이 붕괴돼 컨테이너 화물량이 급감했다.
2020년 2~3월 상하이발 운항 취소율은 30%를 넘어섰고,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도 빠른 하락세를 보였다. 글로벌 선사들은 손실 최소화를 위해 항차 축소, 운항 정지, 인력 재배치 등 비상조치에 나섰다. 업계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해운 불황이 재현될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곤 했다.
HMM은 2020년 3월 24일 ‘코로나19 대응 비상상황실’을 설치하고 주요 경제지표, 국가별 코로나19 대응 현황, 해운시장 및 경쟁사 동향, 시나리오별 예상 영향 등을 면밀히 주시했다. 또 3월 29일에는 대표이사의 특별 메시지를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각 상황별로 단계별 대응방안을 수립해 다각적인 노력을 준비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해운 불황의 끄트머리에서 코로나19까지 덮치며 불안감이 커지던 2020년 중반 무렵, 전혀 예상치 못한 국면이 펼쳐졌다. 초기에는 세계 각국이 앞다퉈 봉쇄 조치를 내리는 바람에 내수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었으나, 얼마 후 뜻밖에도 온라인 쇼핑과 이커머스(e-Commerce)가 대체 통로로 떠오르면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한 것이다.
가전, 전자제품, 생활용품, 의료·보건물품 등 거의 모든 소비재 품목의 글로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초기에 내수와 국제무역이 모두 얼어붙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운항 축소와 항로 감편을 단행했던 해운사들은 서둘러 항로를 다시 확대하고 항차를 늘리느라 분주해졌다.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로 인해 미국 LA·롱비치, 중국 상하이 등 주요 항만에는 컨테이너선이 한꺼번에 몰려 들었다. 물량이 폭증하여 항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서 선박들이 항구 앞바다에 수일 혹은 수주씩 대기하는 상황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운임도 폭등했다. 상하이~미국 서안 노선의 경우 2020년 초만 해도 1500달러 수준이었지만 그 후 수직 상승하여 12월에는 4000달러를 돌파하는 급등 추이를 보였다. 상하이~유럽 노선도 같은 기간 1000달러대에서 3000달러대로 상승했다. 2019년에 평균 811에 머물렀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0년 1234, 2021년 3773에서 2022년 1월 7일에는 5109.60까지 상승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주요 선사들은 수요 폭증이라는 특수를 맞았고 해운업은 여러 산업 중에서도 가장 큰 폭으로 실적이 급등하는 산업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되었던 공급망 교란 사태가 역설적으로 해운업의 초호황을 불러오는 초유의 상황으로 반전된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이 해운업의 호황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HMM은 오랜만에 찾아온 ‘특수’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마침 2020년 4월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받은 2만4000TEU급 12척과 1만6000TEU급 8척 등 20척의 초대형 신조 컨테이너선은 특수의 효과를 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실 코로나19 초기만 해도 초대형선에 선적할 화물수요가 부족할지 모른다는 걱정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마치 시기를 맞춘 듯이 선박 인도 시점에 해운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HMM의 초대형선 확보 전략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이 초대형선단이 미주·유럽 노선에 투입되면서 운항 단가가 낮아지고, 높은 운임은 그대로 수익으로 전환되었다.
새로 가입한 해운동맹 THE 얼라이언스와의 공동운항이 2020년 4월 1일 개시된 것도 시기적으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HMM은 이날부터 THE 얼라이언스의 정회원으로서 회원사들과 미주·유럽·아시아 노선의 공동 운항을 시작함으로써, 코로나19 호황기에 극대화된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수년 전부터 구조조정이 계속되던 상황에서도 신념을 가지고 구축해 온 디지털 운항관리·예측 시스템 등 고도화된 정보화 자산이 항로별 화물 배분과 스케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 운항효율을 크게 높이는 기반이 되었다는 점이다.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투자했던 IT 시스템이 빛을 발한 것이다.
세계 최대 선형으로 주목받으며 2020년 4월 운항을 시작한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선 HMM 알헤시라스(HMM Algeciras)호는 2020년 5월 8일 중국 옌텐에서 유럽으로 출발할 때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만선으로 출항하며 시황의 반전을 기대하게 했다.
이때만 해도 코로나19의 창궐로 세계 해운시장의 물동량이 급감하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HMM의 초대형선이 화물을 가득 실은 모습은 업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 이후 순차적으로 건조 완료돼 인도된 초대형선들도 줄줄이 만선 출항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급증하는 물동량을 감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화물수요는 2020년 여름 무렵 코로나19 특수가 본격화하면서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선복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났다. 하지만 외국 선사들은 운임이 높고 물량이 많은 중국을 중심으로 선박을 투입한 것은 물론, 중국의 수요만으로도 화물을 가득 채울 수 있어 한국을 기항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렇다 보니 국내 수출기업들은 화물을 실을 선박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HMM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에 2020년 8월 HMM은 수출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북미 서안 항로에 46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인테그랄(Integral호)를 임시 편성하여 국내 화주들의 긴급 화물을 운송하는 데 투입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운항한 첫 임시선박이었다. 출항지는 국내 화주 보호 차원에서 부산으로 하고, 중국 등 타 지역을 거치지 않고 LA에 직기항하도록 했다. 부산발 임시 추가 서비스는 HMM이 처음이었다.
사실 선박 고장, 수리 등으로 운항이 불가능한 선박 외에는 거의 모든 선박이 운항 중인 상황에서 임시선박을 투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미주 항로에 임시선박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HMM이 기존 노선에 투입 중인 선박을 재배치해야 하고, 노선을 공동운항하는 선사들의 사전 동의도 얻어야 한다. 기항하는 항만과의 일정 재협의도 필요하고, 복귀 항로에서는 화물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수익 감소도 감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기존 노선을 이용하던 화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른 노선에서 소규모 선박 등을 재배치하는 등의 수고도 필요하다.
말하자면 한 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선사가 운영하는 100척에 가까운 모든 선박의 기항 일정, 항로 계획, 하역 순서 등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MM은 국적선사로서의 책임을 다한다는 자세로, 어려운 여건에서 고군분투하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날 운항을 시작으로 HMM은 가용한 선박을 최대한 동원해 수출화물 운송에 투입했다. 미주 서안 노선을 시작으로 2020년 12월에는 미주 동안(부산~서배너(Savannah)) 항로에도 임시선박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2021년 1월에는 유럽 항로에서도 선복 부족이 현실화함에 따라 부산에서 로테르담·함부르크를 잇는 유럽 항로에 5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프리스티지(Prestige)호를 긴급 투입했고, 곧이어 러시아 노선에는 1700TEU급 컨테이너선 인제뉴어티(Ingenuity)호를 긴급 투입했다. 2021년 2월에는 베트남 항로에도 첫 임시선박을 투입했다.
HMM은 수출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노선에서 가용한 모든 선박을 총동원했다. 물동량을 감당하기 위해 3~4척을 동시에 투입하는 달도 많아졌다. 2021년 5월에는 컨테이너선이 아닌 다목적선(MPV, Multi-Purpose Vessel) 우라니아(Urania)호를 투입하기도 했고, 9월에는 무려 9척의 임시선박을 한꺼번에 운항하기도 했다.
2020년 8월 임시선박을 투입하기 시작한 이후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2022년 9월까지 HMM은 대표 국적선사로서의 책임감을 바탕으로 총 81회, 20만5509TEU에 달하는 물량의 임시선박을 운항했다.

정기선 외에 임시선박을 긴급하게 운항하는 동안 HMM은 단순히 수익만을 쫓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출역량이 높지 않고 정기선을 이용할 만큼 수출물량이 많지 않지만 해상운송이 절박한 중견·중소 수출업체들에 대해 상생협력 차원에서 일정 선복을 우선 배려했다.
이와 관련하여 2020년 10월 HMM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한국선주협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국적 해운선사와 수출 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을 위한 관계기관 업무협약’을 맺고, 선박을 구하지 못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수출기업 지원에 나섰다.
당시 국내 수출기업들은 미국의 소비재 수요 증가, 블랙프라이데이, 방역물품 수요 증가 등 여러 요인에 힘입어 수출계약 물량이 급증했다. 하지만 해외 선사들이 수익성 높은 중국~미국 노선에 선박을 집중 배치하는 바람에 중소 수출기업들은 화물을 실을 선박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HMM은 임시선박을 긴급 투입하면서 전체 화물 중 약 60% 이상을 중견·중소기업에 배정하여 무사히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후에도 HMM은 2020년 11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해상운송 지원사업에 협력하기로 하는 협약을 맺고, 미주 항로에서 중소기업에 회차당 350TEU의 선복을 제공했다. 또 2021년 4월 2일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수출 중소기업 장기운송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유럽노선에서도 50TEU의 선복을 제공했다.
2021년 7월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도 ‘수출 농수산식품 해상운송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선복 부족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농식품 수출업체들을 위해 매월 200TEU씩의 선복을 확보하여 농수산 수출품 수송도 지원했다. 처음에는 미주향 서비스로 시작하여 11월에는 호주 노선으로도 확장했다.
이밖에도 HMM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취지에서 코로나19 치료 및 방역을 위한 의료용품과 긴급 구호물품에 대해 최우선 선적을 보장하고 무료와 다름없는 운임으로 운송을 지원하기도 했다. 2021년 5월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40만 명대로 급증하며 희생자가 늘고 있는 인도India를 지원하기 위해 인도를 기항하는 모든 선박에 코로나19 의료용품을 컨테이너당 1달러의 운임만으로 최우선 선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편, HMM은 수출 중소기업의 안정적 해상물류 지원과 중소기업 물류애로 해소를 위한 상생협력에 기여한 공로로 2021년 10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또 12월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부터 같은 이유로 감사패를 받은 데 이어, 2022년 1월에는 대기업인 LG전자로부터도 적극적인 해상운송지원에 감사한다는 의미의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자료: HMM 50년사>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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