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지분 늘린 한화에어로…육·해·공·우주 통합 방산 밑그림 그리나

김유승 기자

2026-05-27 16:18:05

KAI 지분 8%까지 확대 계획…항공·우주 포트폴리오 완성 전략
KAI 품을 시 육·해·공 통합 방산 체계 구축…수출 경쟁력 강화
"정부 기조 감안 시 단기간 현실화 어려워...미래 향한 포석"

폴란드 국제방산전시회(MSPO 2025) 당시 한화 부스. 사진=연합뉴스
폴란드 국제방산전시회(MSPO 2025) 당시 한화 부스.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을 잇달아 매집하며 경영권 인수를 향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방산업계는 한화에어로가 항공 분야 포트폴리오 공백을 메우고, 육·해·공과 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방산 라인업'을 완성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다만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민영화에 부정적인 만큼, 미래 시장 재편을 겨냥한 장기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최근 자체 보유 현금 약 1716억원을 투입해 KAI 지분율을 기존 5.09%에서 6.17%로 1.08%포인트 확대했다. 이로써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KAI 주식은 총 601만1635주로 늘어났다. 한화에어로는 연내 총 5000억원 규모의 KAI 주식을 장내 매수할 계획이다. 계획이 완료되면 지분율은 8%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경우 한화에어로는 정부 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26.41%)과 국민연금(8.3%)에 이어 세 번째 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한화에어로가 KAI 지분 확보에 주력한 배경에는 현재 주력 사업이 품고 있는 구조적 한계와 글로벌 경쟁사들의 압박에 따른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한화에어로는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등 지상무기를 앞세워 폴란드, 루마니아, 호주 등에서 대형 수출 계약을 따내며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의 성장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5조751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3.9% 증가한 6389억원으로, 영업이익률도 0.9% 개선된 17.1%를 달성하며 수익성을 입증했다.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럽의 재무장 기조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인한 글로벌 방위비 지출 증가세가 뚜렷해 중장기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다.

물론 한화에어로는 중장기 실적 가시성이 높고 약 4.9년치 일감에 달하는 수주잔고를 보유한 상태다. 다만 이번 1분기 부진이 일시적인 납기 일정 변동에 따른 결과라고 하더라도, 특정 사업에 편중된 포트폴리오의 한계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이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글로벌 선진 방산 기업들이 턴키 방식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독식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수출 고도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AI 인수가 성사되면 KAI의 FA-50 경공격기와 KF-21 차세대 전투기 등 독보적인 완제기 제조 능력에 한화의 첨단 항공 엔진 기술을 결합할 수 있다.

이 경우 '독자 엔진 개발-기체 체계 종합-수출 및 MRO(유지·보수·정비)'로 이어지는 한국형 원스톱 패키지 솔루션 구축이 가능해진다. 우주 분야 역시 한화의 누리호 엔진 기술과 KAI의 위성 플랫폼 제작 역량이 시너지를 내면서, 자체 발사체에 자사 위성을 탑재해 쏘아 올리는 수직계열화 체계까지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KAI의 민영화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민간 주도의 거대 방산 공룡 탄생이 국내 방산 생태계의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독과점 우려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의 정책 기조 자체도 민영화에 부정적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민주당 의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정부가 공공기관 민영화를 추진할 때 소관 상임위원회의 보고나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이른바 '민영화 방지법'을 발의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정부 자산 매각 전면 중단과 진행·검토 중인 매각안 재검토를 지시했다. 국토교통부가 과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분리된 수서고속철도(SR)의 연내 통합을 추진하는 것도 상징적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화의 이번 지분 매집 행보를 단기적인 경영권 확보 시도보다는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며 미래 기회를 모색하려는 장기적인 단계의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화에어로가 항공 분야에 새롭게 진출하려는 의도나 인수에 대한 혁신 같은 게 없지 않고서는 지분을 늘릴 리 없을 것"이라며 "단순한 지분 참여를 넘어 실질적인 경영에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KAI 민영화는 결국 정부의 기조와 방침에 달려 있는 문제라 어떻게 될 것이라는 정답은 없다"며 "민영화는 효율성 측면의 장점이 있어 코레일·SR 사례처럼 철도 분야 역시 해외에서는 민영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래서 정부의 민영화에 대한 입장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황 교수는 "이번 정부에서는 민영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사실상 금기어에 가깝다"며 "미래를 향한 '포석'이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MB정부 당시 공항 민영화 논의가 나왔을 때 당시 야당이었던 진보 진영이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안다"며 "진보 정부는 대체로 큰 정부를 지향해 국유·국영화에는 관심이 많지만 민영화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고 황 교수는 덧붙였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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