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격제에 올해 실적 달렸다...정유사 고민 깊어진다

김유승 기자

2026-05-23 09:00:00

3월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 정유사 손실 커져
'원가 기반vs국제 가격' 기준으로 정부와 의견 상이
"손실 보전 결과가 실적 분수령...3~4분기 좌우할 것"

여수 국가산업단지. 사진=연합뉴스
여수 국가산업단지.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석유 최고가격을 또 한 번 동결하면서 정유업계의 손실 보전 기준을 둘러싼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 약 10주간 국내 석유제품 도매가가 고정된 가운데, 향후 결정될 손실 산정 방식이 정유사 실적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유사에서 주유소에 공급되는 휘발유 도매가는 리터(L)당 1934원, 경유는 1923원, 등유는 1530원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2일 오전 0시부터 적용되는 '6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한 데 따라 책정된 가격이다. 물론 정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등 시장 상황이 안정화되는 시점에 최고가격제 해제를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는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 발생한 정유사의 손실 보전을 위해 주요 정유사들로부터 유가, 운송비, 공정 운영비 등 원가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취합하며 정산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손실 보전은 분기(3개월) 단위로 이뤄질 예정이다. 첫 정산 대상은 3월 13일부터 6월 13일까지 발생한 손실이다.

이에 대해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동전쟁 대응본부' 브리핑에서 "현재 손실 정산 기준에 대한 고시를 준비하며 정유사들과 보전 기준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 실장은 "고시는 5월 말 마련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다만 기업들이 2분기 종료 후 회계 정산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어 6월 말에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기업의) 준비 기간, 검증 과정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 정산은 7월 이후에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실 정산의 기준과 방향성은 산업부가 수립하지만, 구체적인 검증 및 심사 작업은 외부 회계법인과 전문가로 구성된 최고액정산위원회가 맡는다. 현재 정부는 손실 보전을 원가 기반으로 진행하며, 수출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기대 이익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도입 비용과 감가상각비, 간접비 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관련해 양 실장은 "정유사 입장에서 충분한 보상을 약속한 만큼 이에 대한 정유업계의 반발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 내부에서는 겉으로 내색하기는 어려워도 손실 보전 기준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분위기다. 정유사들은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석유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얻었을 '기대 이익'을 바탕으로 손실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결제가 달러로 이뤄지는 구조상 환율 변동분까지 반영돼야 하는 만큼, 회계상 원가보다는 아시아 석유제품 시장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국제석유제품가격(MOPS)을 기준으로 손실 규모를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유사들이 지난 1분기 정유 4사가 총 5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이는 과거 저가에 매입한 원유의 투입 시차 효과(래깅) 때문이라는 것도 실적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고가 원유를 사들이고 있어 향후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정부 역시 업계 요구대로 보전액을 산정할 경우 정유사 손실보전 명목으로 편성한 4조 2000억 원 규모의 예비비가 조기에 소진돼 고심이 깊을 전망이다.

예컨대 상장 정유사인 에쓰오일을 살펴보면, 하나증권은 최근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2조8615억원에서 2조7003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기존 예상치 대비 5.7% 낮은 수준이다. 2분기와 3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전분기 대비 52%, 52.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4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118.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는 이번 손실 보전 결과가 향후 정유사 실적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 정유업계 가장 큰 변수가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과 손실 보전 규모와 시점으로, 원가와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둘러싼 협의 확정 내용에 따라 3~4분기 실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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