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직원 인사이트 못 버린다”...AI시대, 게임 산업 생존 논의 절실

김유승 기자

2026-04-15 16:26:55

민주당 게임특위·화섬노조 IT위원회, 15일 간담회
AI 대전환 속 게임 산업 발전·고용불안 놓고 현장 목소리 담아
“직원은 생산자이자 고객…의견 배제 시 경쟁력 약화 우려”
“AI 학습도 개인 시간 의존…직원 희생에 기대면 뒤처질 것”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게임특위 위원장(가운데 아래)을 비롯한 게임특위 관계자 및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구성원들이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시대의 K-게임, 노동자에게 길을 묻다' 간담회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유승 기자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게임특위 위원장(가운데 아래)을 비롯한 게임특위 관계자 및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구성원들이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시대의 K-게임, 노동자에게 길을 묻다' 간담회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유승 기자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게임업계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이 보편화되며 과거 5명이 수행하던 개발 업무를 1~2명이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이 높아졌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고용 불안과 성과 배분, 창작권 보호 등 새로운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면서도 현장 인력의 산업 이해를 바탕으로 활용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와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AI시대의 K게임, 노동자에게 길을 묻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간담회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들어보고, AI 전환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사정 협력 체계 구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서 김상호 화섬식품노조 넥슨지회장은 ‘K게임의 미래를 위한 현장의 목소리’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3월 27일부터 4월 10일까지 2주간 IT연대 소속 게임사 8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는 총 1078명이다.

김 지회장에 따르면 게임업계의 AI 활용도는 이미 높은 수준이다. 응답자의 65.6%가 업무에 AI를 자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80.3%는 생산성 향상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AI 도입에 따른 위기감도 뚜렷했다. 응답자의 77.3%가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82.3%는 수익 배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회사와 노조 간에 AI 관련 공식 논의가 진행 중인 곳은 26.7%에 불과했다.
AI 활용에 따른 위기감이 뚜렷한 만큼, 이를 뒷받침할 제도 마련에 대한 요구도 높게 나타났다. AI 관련 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93.1%에 달했다. 다만 법안의 세부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은 12~16%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이해도는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주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였다. 항목별 찬성률은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94.5% △AI 관련 법 제정 93.1% △게임진흥원 설립 91.3% 순이었다.

현재 게임업계는 생성형 AI와 대규모언어모델(LLM) 등 AI 관련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간담회에서도 기술 전환을 거부하기보다는 노사정이 함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실제로 현장의 걱정대로 인력 감축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크래프톤은 약 2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진행했으며, 위메이드 역시 전사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한 바 있다. 또 엔씨소프트는 2024년 희망퇴직과 분사를 통해 본사 인력을 5000명대에서 3000명대로 줄였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따른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중소 게임사에 재직 중인 A씨는 “현재 회사에는 만족하고 있지만, 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장기 근속을 위해 이직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미 채용 시장이 위축된 상태라 쉽지 않다. 개발자로 계속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AI 활용이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인력 감축에만 집중할 경우 오히려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창의성과 기획 역량은 여전히 현장 인력에서 나온다. 그런 만큼 산업 전환 과정에서 종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으면 글로벌 산업 변화 속도에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송가람 화섬식품노조 NC소프트지회장은 “게임 산업의 특이점은 생산자인 회사 직원들이 열성 이용자이자 고객인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라며 “현장에서 직원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 ‘이렇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실제로 회사보다 두 세 발 앞서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가 도래한 만큼 산업 전환이 매끄럽게 이뤄져야 하지만 경영진은 특성상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며 “트렌드를 빠르게 체감하는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한국이 AI 시대를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앞서 선도하는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미 화섬식품노조 넷마블지회장도 “AI라는 좋은 도구가 있다면 이를 적극 활용해 더 의욕적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구성원이 대다수”라며 “대부분이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게임사에 들어왔지만, 회사가 이에 걸맞은 지원을 하고 직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I 학습조차 개인 시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산업 변화에 발맞추기보다 개인의 희생과 노력에 기대고 있는데, 이 경우 사실상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노측과 사측이 정부와 함께 의견을 모아 AI 산업 전환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게임특위 위원장은 “AI 전환은 위기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며 “이 기회가 노동자와 산업 모두에게 열릴 수 있도록 적절한 경쟁의 규칙을 만드는 것이 법의 역할이다.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살피겠다”고 밝혔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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