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50년 돌아보기-14] 국내 최초 LNG수송사업 진출

채명석 기자

2026-04-14 09:50:27

1986년 10월 6일 인니서 구매한 LNG 실은 선박 평택항에 첫 입항
한국, 세계 7번째 LNG 도입국 이름 올려, 외국 선박 통해 도입
정부, 국내서 건조한 LNG선으로 국내 선사 수송도록 방침 확정
LNG선 운항권 취득 후 현대重서 1호선 ‘현대 유토피아’호 건조

1992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크에서 현대상선이 발주한 대한민국 최초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현대 유토피아호’가 건조되고 있다. 사진= HMM 50년사
1992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크에서 현대상선이 발주한 대한민국 최초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현대 유토피아호’가 건조되고 있다. 사진= HMM 50년사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1970년대에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으며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한 대한민국 정부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에너지 다변화 정책을 추진했다. 마침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연탄과 중유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었으므로, 정부는 새로운 청정에너지로 부상한 액화천연가스(LNG)를 도시가스 및 발전용 에너지원으로 도입해 석탄과 석유의 일정 부분을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1983년 8월 인도네시아 국영석유가스공사(Pertamina)와 LNG 도입계약을 체결하고, 경기도 평택에 국내 최초의 LNG 인수기지를 건설했다. 그리고 1986년 10월 31일 LNG를 실은 첫 선박이 평택항에 입항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도 비로소 LNG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되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LNG 도입국이 되었다. 당시 LNG를 수송한 선박은 모두 외국적 선박이었다.

이후 도시가스의 급속한 보급과 LNG 발전소 건설 등에 힘입어 LNG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러자 정부는 국가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은 LNG의 수송을 더 이상 외국 선박에만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향후 도입할 LNG의 수송과 LNG선 건조를 국적선사와 국내 조선소에 맡기기로 방침을 확정했다.

이 무렵 현대상선은 LNG수송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그리고 국내에도 LNG 도입이 본격화된 1988년 무렵부터 LNG수송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LNG수송 사례를 조사하고 일본의 LNG 선사인 모스크(Mosk)와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1989년 8월에는 사내에 전담팀도 구성해 LNG수송사업 진출 준비를 담당하도록 했다.
1993년 11월 현대중공업 울산조산소에서 열린 현대상산의 첫 번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현대 유토피아호’ 명명식에서 참석자들이 선박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HMM 50년사
1993년 11월 현대중공업 울산조산소에서 열린 현대상산의 첫 번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현대 유토피아호’ 명명식에서 참석자들이 선박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HMM 50년사
1990년 3월 정부는 1994년부터 2013년까지 20년 동안 추가로 도입되는 LNG의 수송과 건조를 담당할 국적선사 및 조선소를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현대상선은 한국가스공사에 LNG수송계획 예비안을 제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수주 작업에 착수했다.

수주 과정에서는 단독운항을 주장하는 현대상선과 컨소시엄 구성을 주장하는 그 외의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그러자 한국가스공사가 경쟁 방식에 따르는 문제점 해소와 위험 분산을 이유로 내세우며 현대상선으로 하여금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를 종용했다. 한국가스공사는 현대상선만의 단독운항은 에너지 정책상의 리스크가 커서 불가하고, 현대상선 없는 컨소시엄 역시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며 현대상선의 결단을 촉구했다. 결국 현대상선은 LNG수송사업이 국민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국책사업임을 감안하여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상선을 비롯해 컨소시엄에 참여한 선사들은 한국선주협회와 함께 논의를 거쳐 LNG선의 선형을 모스(MOSS)형으로 하여 1호선과 2호선 2척을 건조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현대상선을 1호선 운항 선사로, 유공해운을 2호선 운항 선사로 결정하고, 현대상선의 경우 1호선 89%, 2호선 14.18%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LNG 1·2호선의 건조는 독보적인 LNG선 건조 기술을 가진 현대중공업이 맡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합의안을 한국선주협회가 한국가스공사에 제출하고 한국가스공사가 이를 승인함으로써, 현대상선은 국내 최초로 LNG선 운항권을 취득하게 되었다.

1990년 9월 현대상선은 LNG선의 건조, 자금 확보, 취항준비 등 구체적인 건조 계획을 담은 계획서를 한국가스공사에 제출했다. 그리고 그해 10월 한국가스공사로부터 1994년부터 20년간 연간 약 100만t의 수송량을 보장하는 적하보증서를 발급받았다.

이어 1991년 6월 선박건조계약과 건조자금 금융계약을 체결하여 선박 건조를 위한 인허가 절차를 마쳤다. 또 현대중공업은 그해 9월 LNG선에 탑재할 화물탱크공장을 준공하고 12만 5000CBM(㎥)급 LNG 전용선 2척의 건조에 착수했다.

LNG 1호선은 착공 후 2년 2개월 만인 1993년 11월 완공돼 ‘현대 유토피아(Hyundai Utopia)’호로 명명되었다. 이 선박은 선체 내부에 독립된 알루미늄 구형 탱크 4기를 탑재한 모스형으로, 2만 6700마력의 스팀 터빈을 장착했다. 또 최대 속력은 18.5노트로, 연간 100만t의 LNG를 수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마침내 현대 유토피아호는 1994년 6월 23일 울산항을 출항하여 인도네시아 본탕(Bontang)항에서 LNG를 선적하고, 같은 해 7월 11일 평택항에 입항했다. 이로써 현대상선은 본격적으로 LNG수송사업에 진출했다.

현대 유토피아호의 취항은 선박 건조와 취항 모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조선 기술과 선박 운항 능력이 매우 높은 수준임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LNG를 우리 선박이 직접 수송하여 국가의 주요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가적인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현대산선의 두 번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현대 그린피아’호가 LNG를 하역하기 위해 LNG 기지 항구에 접안해 있다. 사진= HMM 50년사
현대산선의 두 번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현대 그린피아’호가 LNG를 하역하기 위해 LNG 기지 항구에 접안해 있다. 사진= HMM 50년사
현대상선이 LNG선 운항권을 취득하고 현대중공업에서 한창 LNG선 건조가 진행되던 1992년 1월, 한국가스공사가 LNG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3·4호선 2척을 추가로 운영하기로 하고 업체 선정 절차를 시작했다. 여기서 현대상선은 4호선의 운영 선사로 선정돼 70.20%의 지분을 확보했다. 동시에 3호선의 지분도 9.80%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정부가 1단계로 시행한 4척의 LNG선 건조·운항 계획에서 전체 400% 중 183.18%의 지분을 확보했다.

그 이후에도 국내 LNG 수요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1994년에는 전년 대비 33% 증가한 586만 t, 1995년에는 20% 증가한 708만t에 달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00년에는 연간 1200만t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었다. 세계적으로도 LNG의 수요 증가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였다.

그러자 정부는 LNG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수입선을 다변화하여 카타르와 오만에서도 추가로 LNG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996년 1월 통상산업부와 한국가스공사는 이를 수송할 5~10호선 6척을 건조·운항하는 2단계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선박을 건조할 조선소와 운항을 맡을 선사는 입찰을 통해 선정하기로 했다. 입찰은 기존의 운항 선사는 2척까지 응찰할 수 있고 신규 참여 선사는 1척을 응찰할 수 있도록 한 제한경쟁입찰 방식이었다. 한국가스공사는 1~4호선의 운항 경험을 바탕으로, 선형을 더 확대한 1996년 5월 6척의 LNG선 건조·운항에 대한 입찰이 공고되고, 8월 실시된 입찰에서 현대상선은 6호선과 9호선 2척에 응찰해 낙찰을 받았다. 이들 두 선박은 1999년 7월부터 카타르의 라스라판항과 평택항을 오가며 연간 60만t 내외의 LNG를 25년간 수송하게 되었다. 현대상선은 안전성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는 모스형을 채택해 이미 운항 중인 LNG선 1·4호선과 선박운항 및 화물관리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입찰에서는 현대상선 외에도 유공해운이 2척, 대한해운과 한진해운이 각각 1척씩을 낙찰받았다.

한편, 카타르·오만과 LNG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후 한국가스공사는 두 나라와 함께 페르시아만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가스공사는 두 나라에서 LNG를 추가 도입하기로 하고, 3단계 LNG선 운항 선사를 선정하기로 했다.

한국가스공사는 1997년 5월 11~17호선 7척의 LNG선 신조 및 운항권 입찰을 공고하고 7월 입찰을 실시했다. 선박 규모 및 입찰 조건은 2단계 입찰 때와 비슷한 제한입찰경쟁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입찰에서 현대상선은 2척을 응찰해 낙찰을 받았다.

이로써 현대상선은 총 17척의 국적 LNG선 가운데 국적 1호선 현대 유토피아호와 4호선 현대 그린피아호를 취항시키고 4척의 운항권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총 6척의 LNG선을 운항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국내 최대 LNG선 운항 선사로서의 입지도 굳힐 수 있게 되었다.

<자료= HMM 50년사>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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