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횡성 '국순당 양조장'에서 만난 전통주의 현재와 미래

최용선 기자

2026-06-19 09:07:00

사진=최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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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뉴스 최용선 기자] “보글보글.”

거대한 발효탱크 안에서 막걸리가 익어가는 소리가 양조장 내부를 채웠다. 탱크 뚜껑을 여는 순간 발효 중인 술 특유의 향이 퍼졌다.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발효 과정은 전통주가 더 이상 과거의 유산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산업이란 것을 실감나게 했다.

지난 17일 찾은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국순당 횡성양조장. 해발 500m 청정지역에 자리한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주 생산시설 가운데 하나다. 백세주와 생막걸리, 1000억 유산균 막걸리 등 다양한 제품이 이곳에서 생산돼 전국은 물론 세계 각국으로 수출된다.

양조장 견학은 우리술 역사·문화 체험공간인 ‘주향로’에서 시작됐다. ‘술 향기 가득한 길’이라는 뜻을 가진 주향로는 전통주 생산시설과 전시공간을 결합한 형태다. 조선시대 술병과 누룩틀, 술을 거르는 용수, 신라시대 술자리 놀이기구인 주령구 모형 등이 전시돼 있어 우리 술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사진=최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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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학로를 따라 이동하자 유리창 너머로 생산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위생복 착용과 소독, 에어샤워를 거쳐 생산시설에 들어서자 규모가 더욱 실감났다. 3층 높이의 발효탱크 수십 개가 줄지어 서 있었고 병입 라인에서는 백세주가 쉴 새 없이 생산되고 있었다.
국순당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탁주, 약주, 과실주, 일반증류주 등 60여 품목이 생산되고 있다. 발효탱크 한 기의 용량은 4만ℓ 규모로 막걸리 기준 약 13만 병을 생산할 수 있다. 생산 공정 대부분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되지만 최종 단계에서는 작업자들이 직접 제품 상태를 점검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생산라인 사이에서 직원들이 불량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사진=최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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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장의 핵심은 역시 발효다. 국순당은 백세주와 생막걸리 등 주요 제품 생산에 자체 기술인 ‘생쌀발효법’을 적용하고 있다. 쌀을 찌지 않고 분쇄한 생쌀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고려시대 명주인 백하주의 제법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기술이다. 발효실 내부에서는 효모가 살아 움직이며 술을 빚어내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양조장 곳곳에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려는 흔적도 엿보였다. 국순당은 2008년부터 우리 술 복원사업을 진행하며 문헌으로만 남아 있던 전통주를 되살리고 있다. 지금까지 복원한 술은 20여 종이 넘는다. 이화주와 청감주, 사시통음주 등 이름조차 생소한 술들이 연구 대상에 올랐다.

이곳에서 만난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은 전통주 복원이 단순히 옛 술을 재현하는 작업에 머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 사진=최용선 기자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 사진=최용선 기자
박 본부장은 “문헌으로 남아 있는 전통주만 600여 종에 달하지만 실제 제품화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복원 과정에서 얻은 발효 기술과 제법은 기존 제품 개선과 신제품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발전시키는 과정 역시 필요하다”며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전통주 산업의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술은 전통적인 이미지에만 머물지 않았다. 유산균을 강조한 프리미엄 막걸리부터 아이스크림, 과자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었다. 전통주를 젊은 세대에게 보다 친숙하게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최근 해외 시장에서도 우리 술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국순당은 현재 60여 개국에 전통주를 수출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막걸리 수요가 꾸준하다는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과거에는 교민 시장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한류 확산과 함께 현지 소비자들이 직접 막걸리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현지 소비자들이 과일향 막걸리 등을 통해 우리 술을 접한 뒤 생막걸리나 백세주 같은 제품으로 관심을 넓혀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주는 과거의 문화유산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진화하는 산업”이라며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와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견학의 마지막은 시음 공간이었다. 각종 막걸리와 갓 생산된 백세주, 복원주 등을 맛보며 각기 다른 향과 풍미를 비교했다. 단순히 술을 마시는 시간이 아니라 술에 담긴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재의 기술을 함께 경험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한때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던 전통주. 그러나 복원과 현대화, 수출 확대라는 새로운 흐름 속에서 다시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강원도 횡성의 한 양조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험 역시 그 변화의 한 단면이었다. 발효탱크 속에서 천천히 익어가는 술처럼, 우리 전통주도 과거의 기억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진화하고 있었다.

자료=데이터앤리서치 /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자료=데이터앤리서치 /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와 관련 본지가 데이터앤리서치에 의뢰해 5월 국순당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포스팅 수=정보량)를 조사한 결과 직전 같은 기간에 비해 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앤리서치는 뉴스·커뮤니티·블로그 등 다양한 채널 및 사이트를 대상으로 5월 국순당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포스팅 수를 빅데이터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난 5월 한 달 간 소비자들의 포스팅은 351건으로 직전 같은 기간(2025.04.01~30) 202건 대비 149건 73.7% 증가했다.

데이터앤리서치 관계자는 "국순당은 지난 5월 초 강원 횡성양조장 ‘주향로’에서 막걸리 빚기 체험, 전통주 시음, 양조장 견학 등을 결합한 ‘우리술 알리기’ 행사를 개최했으며, 웰리힐리파크와의 협업을 통해 가족 단위 방문객과 관광객 유입을 확대했다"면서 "참가 후기와 체험 인증, 전통주 시음 평가 등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관련 언급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5월은 어린이날과 가정의 달 선물 수요, 연휴 여행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로 전통주 체험 관광과 지역 양조장 방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라며 "국순당은 우리술 역사·문화 체험 공간인 주향로를 중심으로 견학 프로그램과 시음 행사를 적극 운영하며 소비자 접점을 확대했고, 전통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백세주, 막걸리 등 대표 제품 관련 리뷰와 방문 후기 게시물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최용선 빅데이터뉴스 기자 cys4677@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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