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처벌법, ‘관계의 문제’로 넘길 수 없는 범죄의 기준

이병학 기자

2026-01-02 08:00:00

스토킹처벌법, ‘관계의 문제’로 넘길 수 없는 범죄의 기준
[빅데이터뉴스 이병학 기자] 연인이나 지인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을 두고 “감정이 격해진 것뿐”이라거나 “사적인 다툼”으로 치부하는 인식은 여전히 사회 전반에 남아 있다. 하지만 관계가 종료되었거나,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연락·접근이 반복된다면 이는 더 이상 개인 간의 문제로 볼 수 없다. 실제 수사 현장에서는 이 같은 인식 차이로 인해 스토킹 범죄가 장기간 방치되거나, 더 중한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확인된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은 이러한 반복적 괴롭힘 행위를 독립적인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주거·직장 등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연락을 반복하는 행위 등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경우를 ‘스토킹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경범죄나 단순한 민사 분쟁으로 취급되던 행위들이 명확히 형사처벌 대상이 된 것이다.

스토킹 범죄의 특징은 행위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사소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거는 행위, 집 근처를 서성이는 행동만으로 범죄가 성립하는지 의문을 갖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법은 개별 행위의 경중보다 ‘반복성’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 그리고 그로 인해 느끼는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중요하게 본다. 상대방이 분명히 거절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연락이나 접근이 이어졌다면 처벌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특히 스토킹 행위가 주거 침입, 폭행, 협박 등 다른 범죄와 결합될 경우 사안은 급격히 중대해진다. 스토킹처벌법 제18조에 따라 흉기 휴대 스토킹이나 반복·상습적인 스토킹은 가중처벌 대상이 되며, 접근금지나 전자발찌 등 잠정조치가 병과될 수 있다. 이는 스토킹이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강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가해자 입장에서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사과하거나 관계를 회복하려 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적 관점에서는 그 의도가 중요하기보다, 상대방의 명시적인 거부 이후에도 행위가 계속됐는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사과 메시지라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전달돼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준다면 스토킹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스토킹 사건은 초기 대응에 따라 법적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범죄다. 상대방의 의사 표현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그 이후 어떤 행위가 반복됐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기 때문에, 사실관계의 정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무법인 더앤 김승욱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은 관계의 친밀도와 무관하게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반복적 행위를 범죄로 본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단순한 연락이나 방문이라고 생각했던 행동도 법적으로는 스토킹에 해당할 수 있어, 초기 단계에서 자신의 행위가 법의 기준을 넘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병학 빅데이터뉴스 기자 lb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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