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디지털 달러 발행' 예고…암호화폐 시장 가시밭길 가나

파월 "암호화폐 필요없을 것" vs 업계 "탈중앙화 기치 비트코인, 희소성으로 계속 성장"

김수아 기자

2021-07-16 08:45:28

제롬 파월 의장 / 사진 = '위키미디어'캡처
제롬 파월 의장 / 사진 = '위키미디어'캡처
[빅데이터뉴스 김수아 기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달러(CBDC)'를 도입, 가상자산(암호화폐)을 통한 지급결제 필요성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미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CBDC란 지폐 및 동전과 같은 실물 화폐를 대체하기 위해 미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명목 달러화폐로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치는 실물화폐에 고정되게 된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하원에 출석, "오는 9월 발표될 Fed 차원의 디지털 달러에 대한 보고서에 Fed 위원들이 점검한 내용이 담길 것"이라며 Fed 차원의 디지털 달러 발행 진전을 위한 핵심 단계가 진전되고 있음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이를 통해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디지털화폐를 개발하더라도 달러가 전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축통화 보유국인 미국의 파월 의장이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달러(CBDC)’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디지털 화폐 도입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의장은 나아가 "디지털 달러가 나오면 스테이블 코인이나 가상자산이 필요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실물화폐 가치에 고정된 가상자산으로 대표적인 코인이 USDT(테더)다.

테더 코인은 지난 2014년 디지털 달러처럼 사용하는 안정적인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 개념으로 출범, 미국 달러 가격에 연동돼 가치가 '고정'됐다.

이러한 가치 안정성 때문에 투자자들은 비트코인등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할 때 테더코인으로 바꿔놓기도 한다.

테더는 미국 정부가 CBDC를 발행하게 되면 가장 유사한 개념의 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디지털 화폐는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주요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화폐를 이용하면 국가 간 결제에서도 결제 과정이 간소화되고 처리 과정이 빨라진다는 장점이 있어 이미 스웨덴은 지난 2017년 중앙은행에 CBDC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 CBDC인 ‘e-크로나’를 개발을 마친 상태로 2022년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최근 19개 회원국이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유로’ 발행 프로젝트를 공식 천명한바 있다.

중국 역시 지난 2019년 12월 CBDC 발행을 공식 선언한데 이어 지난해 4월 저장성 쑤저우에서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한 디지털화폐인 ‘DCEP’를 공무원들에게 교통비 지급 형태로 시범 사용하기도 하는 등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2022년 디지털 위안화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 각국과 중국에 이어 미국 마저 디지털 화폐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중앙은행의 화폐 통제권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테더 코인처럼 기존 화폐가치와 연동하는 암호화폐인 ‘스테이블 코인’까지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기존 통화 시스템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태다.

이런 이유로 페이스북의 스테이블 코인인 '리브라'를 두고 각국 정부는 화폐 개발 중지를 요구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파월 의장과 각국 정부는 디지털 화폐의 경우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데다 정부 보증이 있는 만큼 높은 안정성으로 인한 암호화폐 시장 평정을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파월 의장의 디지털 달러 도입 발언 이후 개당 3만2천달러 후반이었던 해외 비트코인 가격은 16일 7시 기준(한국시간) 바이낸스 거래소에서 3만1750달러선에서 거래됨으로써 대략 1천달러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 각국 정부의 암호화폐 위축 전망에 대해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의 발행 목적이 각국 정부의 법정 화폐 무한 발행에 따른 인플레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편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자는 탈 중앙화를 표방하며 출범했는데 중앙 통제가 더 강화되는 디지털화폐가 발행된다고 해서 이같은 기치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비트코인 수량이 최대 2100만개에 그침으로써 재화 가격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희소성'이란 최대 무기가 여전히 살아있는 만큼 최근의 비트코인 조정이 끝나면 늦어도 내년 중에는 10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고 이럴 경우 다른 암호화폐(알트코인)도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미 코인이 블록체인 기업의 주식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거들기도 했다.

포털과 커뮤니티에서는 상당수 네티즌들이 유사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코인들 근본 목적이 탈중앙인데 저딴거(디지털 화폐) 필요없다" "파월도 잘 모르네… 블록체인이 중요하다기 보다 발행주체가 중요한거임" "스테이블 코인만 없어지나? 은행도 망할 것"이라는 등 디지털 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디지털화폐로 돈의 흐름을 정부가 손바닥 들여다보듯 다 본다는 뜻인데, 서민들 용돈이나 비상금부터 기업의 자금흐름까지 모든게 정부 통제와 국세청 손바닥 안이 되는 상황을 과연 정치인들이 찬성을 할지(의문스럽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도 지난 14일 "많은 전문가가 디지털 달러, 디지털 유로 등이 완전하게 작동하려면 최소 2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CBDC에 대한 글로벌 규칙 제정은 정치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함으로써 디지털 화폐 도입시 정치적 이슈가 만만찮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김수아 빅데이터뉴스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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