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3명중 1명 “항해 중 심각한 가정 파탄 경험”
선원 이혼율이 일반인보다 최대 30% 높다 통계도
장기간 가족과 이별, 좁은 선상 생활이 정신 질환 유발
선원의 관계적 희생 인정하고 보완하는 대책 마련해야

조선·해양 전문매체 스플레시247는 최근 “이혼 관련 정확한 데이터는 부족하지만, 가족 분리, 일과 가정의 갈등, 정신 건강 문제 등이 구조적인 운송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해운 및 내륙 수운 부문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선원 및 해사 전문가 노동조합들의 연합체 노틸러스 연맹(Nautilus Federation)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선원 3명 중 거의 1명꼴로 집을 떠나 있는 동안 심각한 관계 파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영국 상선대(UK Merchant Navy)의 연구에서는 이혼율이 전국 평균보다 20~30%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재 진행 중인 해상 노동 관련 연구에서도 관계 불안정은 선원들이 직면하는 가장 큰 개인적 어려움 중 하나로 꾸준히 꼽히고 있다고 했다.
매체는 “항해는 언제나 (선원의) 희생을 수반하며, 장거리 항해라는 특성상 희생은 불가피한 부분”이라며, “선원들의 이혼에 대한 정확한 세계적 데이터는 아직 부족하지만, 학술 연구, 복지 단체 및 해양 지원 단체의 증거는 선원들이 평균 이상의 관계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그 영향이 가정생활을 넘어 정신 건강, 인력 유지 및 안전에까지 미친다”고 주장했다.
크로아티아, 중국 및 유조선 업계 전반의 연구 결과도 비슷한 맥락을 보였다. 선원들은 장기간 별거하면서 일과 가정의 갈등이 커지고, 이동이 제한된 선상에서 친구 등을 만나지 못해 느끼는 외로움, 그리고 오랜시간 공백으로 귀향을 해도 정착할 자리가 없어져 벌어지는 힘든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는게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일관되게 지적되고 있다. 2021년 연구 결과에서도 기혼 선원의 거의 절반이 일반적인 정신 질환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으며, 계약 기간이 길수록 우울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라그 바흐리 ISWAN 국제 운영 책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선원과 그들의 파트너, 또는 배우자 간의 관계 문제와 관련된 문의가 증가했다”면서, “ISWAN의 가족 지원 프로그램은 가족들이 해상 생활의 현실을 더 잘 이해하고 선원과 가족 간의 소통을 개선하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잘 알려져 있다. 몇 달 동안 집을 떠나 있어야 하는 생활, 불확실한 선원 교대 일정, 부족한 육상 휴가, 재정적 압박, 그리고 단절된 연결 속에서 가족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점 등이 그것이다.
개빈 림 선원협회 프로그램 매니저는 “선원들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나 비상시에 함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엄청난 죄책감을 느낀다. 배우자들은 위험한 환경에서 중장비를 조작하는 선원들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문제를 숨기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림 매니저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선원들이 장기간의 파견 근무를 마치고 귀국할 때 발생한다고 했다.
그는 “6개월에서 9개월 동안 집에 있는 배우자가 사실상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며 “선원이 돌아오면 일상적인 일과나 집안일의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매우 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려움은 해상에서의 의사소통 방식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림 매니저는 “부부가 위기나 좋은 소식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사소한 부분까지 공유하도록 권장합니다. 그렇게 하면 더욱 견고한 친밀감과 이해를 쌓을 수 있다”라고 했다.
기술 발전은 일부 부담을 완화했지만, 다른 부담을 야기하기도 했다. ISWAN에 따르면 선원의 98%가 여가 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했고, 이 시간의 80%를 가족과 소통하는 데 할애했다. 하지만 연결성이 높아질수록 선원들은 수천 km 떨어진 곳에서 해결할 수 없는 가정 문제에 휘말리게 될 수도 있다.
선원 행복 지수(Seafarers Happiness Index)의 설립자인 스티븐 존스는 스플래시와의 인터뷰에서 선원 간 관계 파탄은 해운업계에서 가장 논의가 적은 복지 문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존스는 “해상에서의 경력이 가져오는 가장 큰 대가는 피로나 위험 노출이 아니라, 거리, 불확실성, 그리고 정서적 고립으로 인해 악화되는 인간관계인 경우가 많다”며, “선원들이 사실상 ‘두 개의 뚜렷하게 구분되는 현실’, 즉 선상 생활과 육상 생활 속에서 살아간다. 두 생활 사이의 간극이 육상 직종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독특한 압박감을 만들어낸다”고 언급했다. 특히 선상 생활에서의 관계 위기는 심각한데, 이는 선원들이 전통적인 지원 체계에서 고립되어 있고 동료나 복지 단체 외에는 의지할 곳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다행스럽게도 회복의 징후가 보이고 있다. 많은 부부가 체계적인 소통, 든든한 가족 지원망, 휴가 기간에 대한 세심한 계획을 통해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있다. 일부 해운 회사들은 가족 관계 유지를 돕기 위해 가족 참여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인터넷 접근성을 개선했다.
하지만 관계의 긴장이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증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정서적 스트레스는 집중력, 행복감, 기억력, 궁극적으로 업무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
존스는 “선원 생활은 언제나 희생을 수반힌다. 장거리 항해라는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업계가 지속가능성을 진정으로 추구한다면, 단순히 선박과 공급망뿐 아니라 집과 바다 사이, 행복과 절망, 사랑과 외로움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적 희생을 인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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