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석의 산업시각] 직원 신뢰 얻은 최윤범, 그러지 못한 김병주

채명석 기자

2026-03-18 14:15:30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설비를 돌아보며 생산 현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설비를 돌아보며 생산 현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고려아연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날마다 직원들을 저승사자처럼 몰아붙였지만, 한편으로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데에 미안한 마음도 참 많았다. 하지만 경영자가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회사가 살고, 회사가 발전하는 것이다. 훗날 회사가 성공과 발전을 거두면 호랑이 사장 밑에서 마음고생했던 직원들에게 모든 것은 아니겠지만 일부라도 보답할 수가 있다. 하지만 회사가 실패한다면 아무것도 보답할 수가 없다. 이 경우 직원들에게 ‘성격은 좋아도 실패한 사장’으로 남을 것이다.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추억거리가 아닌, 부를 안겨줘야 한다. 그것이 제1의 목표가 돼야 한다.”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말하는 경영자와 직원 간 관계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경영자는 기업을 일궈서 자신이 그리는 꿈과 이상을 실현한다. 이를 통해서 막대한 부를 거둬들일 수 있지만, 금전적인 손해도 감내한다는 책임감도 안고 있다.

직원은 경영자와 마찬가지로 기업을 구성하고 발전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다. 직원들도 꿈과 이상이 있다. 그것이 경영자가 그리는 것과 같으면 좋겠지만 매우 드물다. 거의 모든 직원은 각자가 그리는 꿈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직장에서 능력을 다해 일을 하고 급여라는 소득을 얻는다. 급여를 받기 위해 근무하지만, 덕분에 기업가는 기업을 일으킬 수 있으니, 직원은 고맙고 보답해야 하는 존재다.

아산이 말하는 경영자는 직원이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바탕이 될 부를 안겨줘야 한다. 경영자가 기업 경영에 실패하면, 자신의 실패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구성원 삶의 모든 것도 깨진다. 따라서 아산은 경영 실패를 기업가가 저질러선 안 될 최악의 죄라고 했다. 과거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지독한 노사 갈등을 겪으면서도 타협점을 찾아내 더 나은 발전을 이뤄낸 배경엔 기업을 실패하지 않고 반드시 부를 안겨주겠다는 경영자의 의지와 직원 개개인 마음속 아래에서 품고 있던 경영자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26년, 대한민국엔 두 회사의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세상에 자신들의 삶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홈플러스와 고려아연이 주인공이다. 소비재와 광물자원을 다루는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기업의 공통분모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이다. 전자는 MBK가 11년 전 인수했으나 경영에 실패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상태로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며, 후자는 영풍과 손잡은 뒤 최대 주주 지위를 이전받아 현 경영진을 몰아내고 고려아연을 장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고려아연 노조는 MBK의 인수 시도를 ‘일터 파괴’로 보고 저항하는 반면, 홈플러스 노조는 MBK의 경영하에서 이미 겪은 구조조정과 매장 폐점, 회생 절차로 인한 ‘생존권 위협’에 맞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MBK를 강력히 부정하고, 거부하며 회사와 모든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은 같다.

MBK는 왜 기업 공공의 적이 되었을까? 위에서 언급한 아산의 유훈대로라면, 김병주 회장을 비롯한 MBK 구성원들은 경영자로선 저질러선 안 될 최악의 죄인 홈플러스 경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MBK가 인수한 기업 중 여러 회사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었거나 있는 중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MBK는 인수 기업 경영 실패와 상관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 조합원들이 분노하는 더 큰 이유다.

고려아연 노조는 조합원들의 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투쟁한다. 그들의 부를 보장해 줄 사람은 최윤범 현 회장이라고 믿고 있다. 1974년 설립해 3대에 걸친 오너 일가의 경영체제 동안 고려아연은 하루도 멈춤 없이 우상향 성장곡선을 그려왔고, 세계 1위 아연 제련업체의 위상을 굳건히 하면서 희토류 등 희귀금속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고려아연 노조와 임직원이 보기에, 최윤범 회장을 위시한 현 경영진은 구성원들의 회사가 그리는 꿈과 이상을 더해 풍족한 부를 나누어 주는 믿음의 존재들이다. 그런 회사에 이해할 수 없는 지배구조 문제를 거론하며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MBK는 반드시 막아야 할 존재다.

기업이 강한 이유는 망할 수 있어서다. 잘 나가던 기업도 하루아침에 망할 수 있다.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기업은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실천한다. 이러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 성장을 이루려면 경영자가 올바른 경영관과 책임 의식으로 기업을 이끌어야 한다. 투자자와 주주는 이러한 기업과 경영자를 지원하고 지켜줘야 한다. 단기적 수익 극대화로 인한 경쟁력 약화는 임직원은 물론 기업의 가치망을 함께 구성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불행에 빠트리는 약탈적 금융자본이 되어선 안 된다.

청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경영자의 자세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영자는 책임의 식이 가장 중요하다. 회사 경영은 자기의 개인재산을 관리하는 이상으로 신중해야 하며 그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또 회사가 부실해지면 종업원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손실을 끼치는 죄인이 됨을 알아야 한다. 경영자는 자기가 맡은 회사의 모든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경영을 해야 한다.”

경영자로서 김병주 MBK 회장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차이는 아산과 청암의 유훈을 이해했느냐 못했느냐에서 갈리는 게 아닐까. 참고로 청암은 김병주 회장의 장인이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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