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소송 때가 아닌, 시작 단계부터 함께해야”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서는 자금과 전문성이 부족한 탓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나 PM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법률적 검토 없이 체결된 용역 계약들이 장기적으로 조합의 발목을 잡는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업체들은 조합의 이익보다는 자체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 불필요한 공정을 추가하거나, 조합원에게 불리한 조항이 포함된 계약을 유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법률 전문가의 견제 없이 이러한 계약 구조를 파악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초기 사업비가 방만하게 집행되더라도 집행부가 이를 관행으로 받아들이며 문제를 키우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부실은 사업 초반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문제는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돼 되돌리기 어려운 관리처분인가 전후 시점에서야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다는 점이다. 초기 단계에서 누적된 불필요한 지출과 불공정 계약 리스크는 결국 사업비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조합원 개발 이익의 핵심 지표인 비례율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그 결과 조합원들은 예상치 못한 대규모 분담금 부담을 떠안게 되고, 뒤늦게 법적 대응에 나서지만 이미 시간과 비용이 배로 소요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와 관련해 재개발·재건축 등 부동산 건설 분야에서 다수의 분쟁을 다뤄온 법무법인 지경의 현인혁 대표변호사는 정비사업의 성패가 시기별 전략적 판단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현 변호사는 많은 조합이 사업 초기부터 속도만을 중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향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사업의 기본 골격과 주요 계약이 결정되는 초반 단계에서는 속도보다 철저한 법률적 신중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기 단계에서 전문 변호사를 통해 계약 구조와 법률적 리스크를 면밀히 검증하고 기틀을 다져야만, 실제로 자금과 금융비용이 집중 투입되는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 단계에서 비로소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초기에 계약 검토를 소홀히 하면, 정작 속도를 내야 할 시점에 소송과 분쟁으로 발목이 잡혀 사업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 변호사는 정비사업이 거대한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하며, 유능한 법률 전문가를 초반부터 사업 파트너로 참여시키는 것이 전체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조합원의 재산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최근 사업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마무리한 일부 조합들은 추진위원회 단계부터 전문 변호사를 영입해 각종 용역 계약의 적정성을 검토받고 협상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등, 예방적 법률 자문을 필수 절차로 인식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황인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hi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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