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장비 게이트’ 두산밥캣코리아 ‘수 십억’이 ‘천 억’으로 늘어나?

5년 이상 지속된 비리, 전·현직 임직원 40여명 관련돼 "확인해 줄 수 없다"
두산밥캣 측 “현재 조사 중, 공시된 내용 외 확인 불가”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추진 중 ‘건설장비 게이트’ 악재 직면

양민호 기자

2024-08-20 16:14:52

서울 중구 두산타워./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두산타워./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양민호 기자]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당초 수십억 원대로 알려졌던 배임 액수가 최대 1000억원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건설장비 게이트’가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냉담한 시선을 불러올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7월, 두산밥캣코리아는 전·현직 임원 5명의 배임 혐의를 적발하고 이들을 해임 조치했다. 당시 배임 규모는 수 십억원으로 추정됐다.

이 사건은 지난 7월26일, 두산밥캣이 자회사인 두산밥캣코리아에서 전·현직 임원들의 배임 혐의 발생을 공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같은 날 <SBS의 단독 보도>를 통해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며 파장이 커졌다.

보도에 따르면 두산밥캣코리아는 지난 5월 자체 내부 감사를 통해 핵심 부품 및 원자재 납품 과정에서 협력업체와 유착해 단가를 부풀리고 차액을 횡령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수의계약, 허위 경쟁 입찰 등 조직적인 부당 이득 취득 행위도 드러났다.

이러한 비리 행위는 5년 이상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전·현직 임직원 40여 명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감사가 진행될수록 관련자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어 피해 금액이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이와 관련해 전·현직 임직원 40여명이 연루돼 있으며, 실제 피해액은 ‘1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것.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전직 임원 A씨는 1983년 두산산업차량에 입사해 40년 가까이 근무한 베테랑이다. 특히 2016년부터는 두산산업차량 제조운영 총괄을 맡아 핵심 업무를 담당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회사를 퇴직한 그는 개인 별장 건축 과정에서 협력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그 대가로 금품과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A씨는 내부 감사 과정에서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임 횡령 금액이 1000억원대로 늘어날 수 있냐”는 본지 질의에 두산밥캣 관계자는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라 공시된 내용 외에는 확인해 줄 수 없다. 애초에 나온 피해금액도 외부에서 나온 추정치이며, 회사 측에서 낸 금액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는 내부조사 단계로 알고 있다”며 “필요한 절차에 따라 후속 조차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배임금액이 1000억원 수준이라면 이는 지난해 말 기준 두산밥캣코리아의 자기자본 대비 21.39%에 해당하는 수치다. 당연히 두산밥캣코리아의 100% 지분을 소유 중인 두산밥캣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켓의 올해 2분기 매출 2조2366억원, 영업이익 2395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6.3%, 48.7% 감소한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배구조 개편에 연이은 악재...‘두산밥캣 방지법’까지 등장

현재 두산그룹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현재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두고 금융 당국과 정치권 십자포화를 맞고 있으며, 여론 또한 싸늘하게 돌아섰다.

지난달 11일, 두산그룹은 중간지주회사 격인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 지분을 가진 투자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을 만든 후 이를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사업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개편을 통해 두산그룹은 3대 사업 부문(클린에너지·스마트머신·첨단소재) 중심의 사업구조를 확립하고, 재무구조 개선 및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이다. 1대 0.63으로 설정된 합병 비율은 두산밥캣의 가치를 저평가됐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9조7589억원의 매출과 1조389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두산그룹의 '캐시카우'이다.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매출 530억원에 1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아직 적자 상태이다.

두산 측은 법적 절차에 따라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두산밥캣 주주들은 이 비율은 두산밥캣의 가치를 저평가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합병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두산의 두산밥캣 지배력은 14%에서 42%로 상승하는 반면, 일반주주 지분율은 그만큼 하락한다. 이러한 이유로 두산밥캣 주주들은 이번 합병이 두산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꼼수’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두산그룹은 안팎으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금융감독원은 두산로보틱스에 두 차례나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고, 정치권에서는 ‘두산밥캣 방지법’과 ‘합병유지청구권’ 도입 등 관련 법 개정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두산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달 18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장법인에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 이른바 ‘두산밥캣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어 최근에는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주주가 불공정한 합병 중단을 청구할 수 있는 ‘합병유지청구권’을 상법에 도입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산그룹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고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두산밥캣 저평가’ 논란과 ‘천억대 배임’ 의혹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두산그룹의 행보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민호 빅데이터뉴스 기자 minoy@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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