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석의 산업시각]‘수확의 날’ 추석, 우리는 절망만 얻었다

채명석 기자

2026-09-25 08:47:23

추석 한가위 AI 생성이미지. 챗GPT
추석 한가위 AI 생성이미지. 챗GPT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2026년도 어김없이 추석을 맞이했다. 한 여름 뜨거운 무더위가 1년을 집어삼키는 게 아닌지 걱정했지만, 계절은 의심을 비웃듯이 갈 때 가고 올 때 오는 약속을 지킨다.

태풍과 산불, 홍수, 폭우 등으로 변덕을 부리는 일이 잦아졌지만, 어쨌건 자연은 시간의 흐름에 맞춰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게 생명을 지속시키기 위해 제공하는 혜택의 대원칙은 지키고 있다. 자연의 약속 덕분에 우리 인간은 “케세라세라(Que será, será).”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마음을 내려놓고 “앞일은 알 수 없으니 순리대로 받아들이자” 자기 낙천적이고 의연한 태도를 가질 수 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 전쟁에 버금가는 고향행을 치러야 했다. 그렇게 도착한 고향집에서 가족들과 차례를 지내고 갓 추수한 햇반과 햇과일, 이를 재료로 만든 송편과 부침개, 나물을 나눠 먹으며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서울에선 올해 보기 어려울 것이라지만, 대보름달이 떠서 낮처럼 밝은 저녁이면 운치가 더할 것이다.

수확의 계절 가을을 대표하는 명절이자 일 년 중 가장 풍요로워서 맞이하는 추석이다. 그러나, 2026년 추석에 대한민국 국민은 풍요로운 추석을 보내기 위해 많은 것을 수확했는지 의문이 든다.

최근 수 년간 드라마 시청률이 떨어졌고, 영화 관람객 수가 줄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기자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상상을 가미해 만들어낸 드라마 영화보다 더 재미있고 박진감 있고, 반전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국가 상황은 어지럽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국가 운영의 기본과 이를 통해 운영할 임무를 부여받은 이들의 권위와 품격은 의심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 과거형으로 쓴 것과 같이 – 올해 이러한 믿음이 모두 깨어졌다. 사상과 가치관 행동에 있어 다를 것이라 믿었던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이었다니. 어떻게든 명분과 이유를 찾아내려 했지만, 그러지 못해 결국 믿음을 버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에서 불거진 직원 상여금 부여는, 조금 과격하게 표현해서 전 산업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합당한 보상을 추가로 달라는 직원들의 반발로 확산했다. 이들의 요구에 기업이 처한 상황은 관심이 없고, 지금 내 손에 쥐어지는 돈만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은 보상을 받는다고 해서 직원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보상받지 못한 직원들과의 불만은 더 커졌다. 이러면 회사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는 개인투자자들이 거액의 손실만 피해가 아니다. 주식 한 주 갖기 등을 통해 부동산에 치중한 금융 투자를 주식시장으로 돌려 기업이 건전한 방법으로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주주는 기업이 올리는 실적에 따라 배당받게 하려고 했던 의도는 의미를 완전히 잃었고, 오로지 확실한 종목 몰방 투자해 목돈을 벌어보겠다는 한탕주의만 키웠다. 그렇다고 이익을 거두지도 못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5~6월 개인투자자가 주식 투자로 본 손실 규모가 약 9조5000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산업 매출과 수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기대 이상으로 커졌는데, 주식시장에서 까지 쏠림 현상이 커지면서, 대한민국 산업을 대표하는 업종별 기업들은 이류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었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 서울에서 집 사기는 더 어려운 데, 집에 가진 이들이 투기꾼으로 비난받는 세상이 되었다. 전월세 계약기간이 만료된 자식과 형제자매들은 집을 어떻게 구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경기 불황으로 실적이 좋지 못한 기업과 가게는 지금도 문을 닫고 있다. 기자가 사는 동네에, 기자가 이사를 오기 전부터 영업해 이 지역 랜드마크와도 같았던 갈비 식당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문을 닫았다.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차도 옆 1층에 있는 가게들도 1년을 못 넘기고 문 닫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위에서 열거한 사례는 영화나 드라마로 본다면, 공포물, 재난물, 경제물 등의 소재로 되기에 충분한데, 한꺼번에 터지면서 블록버스터급 콘텐츠가 되었다.

상황이 이럴진대, 국가를 운영하는 모든 이들은 아무것도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한 채 자기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고, 엉뚱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

2026년 추석에 고향에 내려가면, 가족들이 모여 이런 이야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올해 대한민국 국민은 ‘절망’을 풍요롭게 수확했다. ‘절망’의 끝엔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어떤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추석은 즐겁다’는 명제가 변하지 않은 점은 다행이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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