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시중은행 면책기준 마련 거부…가상자산 거래소 줄폐쇄 위기

은성수 위원장, 시중은행 '면책기준 제시 요구' 일언지하에 거부…5대 은행 새 거래소 검증 손뗄듯

김수아 기자

2021-07-05 07:41:55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사진)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면책기준 제시를 거부함에 따라 은행들은 새로운 거래소에 대한 검증에 나서길 꺼려하고 있어 9월이후 많은 중소 거래소들이 폐쇄될 위기에 처해있다. / 사진 = 금융위원회 홈페이지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사진)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면책기준 제시를 거부함에 따라 은행들은 새로운 거래소에 대한 검증에 나서길 꺼려하고 있어 9월이후 많은 중소 거래소들이 폐쇄될 위기에 처해있다. / 사진 = 금융위원회 홈페이지
[빅데이터뉴스 김수아 기자]
시중은행들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검증에서 손을 놓을 것으로 보여 중소 거래소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줄지어 문닫을 위기에 처했다.

5일 금융권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은행의 검증 과정에서 과실이나 책임 사유가 없다면 향후 가상자산 거래소 사고와 관련해 은행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면책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지만 지난 1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면책은) 아예 생각도 안 했으면 좋겠다"며 사실상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은행들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예기치 못한 금융 사고가 터졌을 때 금융감독당국은 계좌를 발급해줬다는 이유로 은행에도 책임을 물을 것을 우려, 상당수 시중은행들은 가상자산 거래소 검증 작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사고가 터질 경우 금융당국이 책임을 은행들에게 떠넘기려는 의도가 분명한 상황에서 어떤 은행이 새로운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 검증하려하겠느냐"고 밝혔다.

전날 보도에 의하면 실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여부에 대해 ‘기존 제휴 정도로 추진’하거나 계획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인 KB국민은행장·진옥동 신한은행장·박성호 하나은행장·권광석 우리은행장·권준학 NH농협장 등 5대 은행장들은 한 언론이 실시한 서면 인터뷰에서 현재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고 있는 세 곳의 암호화폐 거래소 외에 추가로 실명계좌를 발급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중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고 있는 곳은 농협은행(빗썸, 코인원)과 신한은행(코빗) 뿐이며 빗썸과 함께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쌍두마차인 업비트는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와 제휴를 맺고 있는 상태다.

시중 은행들은 결국 거래소가 자금 세탁이나 스캠, 폰지사기 등에 연루될 경우가 자신들도 예상치 못할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에 사실상 새로운 가상자산 거래소 검증 작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이다.

실제 지난 4일 페이퍼 코인 논란이 터지기도 해 시중은행들의 이같은 우려는 단순히 우려로 끝나지 않을수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지난 4일 국내 4대 거래소에 상장한 한 코인은 개발자가 전혀 없는 '페이퍼 코인'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 것이다.

이는 상장사 개발자 입에서 나온 얘기로 이게 사실이라면 수많은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허공에 날릴 위기에 처했으며 이럴 경우 검증을 실시한 은행도 책임져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의 무과실 면책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은행들은 검증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바뀐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오는 9월 24일까지 실명계좌 등 전제 조건을 갖춰 신고를 마쳐야 되는데 금융당국이 무과실 면책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거래소들이 문을 닫아야할 상황에 놓일수 있다.

문제는 거래소 폐쇄시 손실을 보는 것은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란 것이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가상자산 투자 이익에 대해 세금을 걷겠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투자자 보호에는 관심을 갖지않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이 무과실일 경우 면책해주는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9월 이후에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민심이 악화되면서 내년 대선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김수아 빅데이터뉴스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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