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HD 치료약은 ‘중추신경흥분제’ 또는 ‘각성제’ 라고 불리는데 이처럼 신경활성화는 약의 효과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지만, 신경 활성화가 어떻게 ADHD를 치료하는지 분명한 설명은 없었다. 현재까지 중추신경을 각성, 활성화시킬 수 있는 물질이 43가지 발견되었지만, 이중 3가지 약물만이 ADHD를 치료할 수 있고 나머지는 악화시킨다고 밝혀졌다. 커피를 먹는다고 ADHD가 좋아지지 않듯이 각성효과 만으로 ADHD를 치료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ADHD 치료약 투여 후 뇌 어디로 약이 흘러가는지 PET로 촬영한 연구가 최근 나왔는데 이전까지는 약이 전두엽, 두정엽의 집중력 담당 영역에 있는 도파민 신경이 풍부한 신경세포로 갈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혈액에서 빠른 속도로 흘러나와 뇌의 정중앙에 있는 줄무늬체(corpus striatum)라는 영역에 집중적으로 침투하였다.
전두엽이 CEO, 즉 사장이라면 줄무늬체는 보좌관으로서 우리의 생각, 감정 및 경험을 실시간 빠짐없이 검토하면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해서 신호를 보낸다. ADHD 학생의 줄무늬체는 건강한 사람 줄무늬체와 작동방식이 좀 다른데 전두엽에 중요한 사항 하나만 정해서 신호를 보내지 않고, 5~6가지가 지금 똑같이 중요하다고 하는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이는 치료되지 않은 ADHD 아동의 머릿속에서 대여섯 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오르는 현상이나 중요한 일을 제쳐두고 사소한 일에 산만해지는 행동을 설명한다. ADHD 치료약은 줄무늬체를 활성화시켜 우리가 원래 하려고 했던 것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계속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약이 아이를 무력하게 해서 또는 신경을 안정시켜서 행동을 억제한다는 주장은 틀렸다.
약의 효과는 장기적인가?
2013년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 조지프 비더만 교수는 "약을 먹지 않은 ADHD 아동은 스트레스가 많아 대뇌 피질 두께의 변화나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이 있는데 약을 먹은 사람에게는 이런 현상이 없고, 약물이 행동 증상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뇌세포를 보호하고, 나아가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또 같은 대학의 티모시 윌렌스 교수에 따르면 "ADHD 약이 장기적인 치료 효과가 있다는 충분한 데이터가 있다"가 있으며 약을 먹지 않는 ADHD 청소년은 종종 학업 실패, 자존감 감소, 반사회적 행동 및 위험 감수 행동 증가로 이어지기 쉽다. 스웨덴에서 2만5656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약으로 치료했던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범죄율이 남자는 32%, 여자는 41% 감소했다고 나타났다. 반론도 있는데 캘리포니아 대학교 제임스 스완슨 교수는 "약을 복용하고 초기 3년간은 뇌가 정상화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 이후로도 장기적인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으며 뉴욕 대학교 의과대학 프란시스코 하비어 교수도 "약이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은 확실하지만 뇌를 정상화한다고 결론을 내리려면 더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약이 장기적으로 ADHD를 완치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와 있지 않지만, ADHD 증상이 학생의 인간관계와 학업, 자존감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효과만으로도 약을 먹을 필요성은 충분하다.
약과 심리치료 중 선택?
약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약은 증상만 치료하고 심리치료는 근본원인을 치료한다는 오해이다. ADHD 학생은 도파민 보상회로의 낮은 각성으로 인해 당장 실감나는 보상이 없으면 목표행동을 지속하지 못하는데 치료약은 도파민을 증가시켜 당장 실감나는 보상이 아닌 작은 보상에도 행동을 시작, 지속하게 해 준다. 심리치료 중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행동치료와 부모훈련 모두 아이에게 스티커나 행동 계약을 이용하여 당장 실감나는 보상을 즉시 제공하여 도파민 보상회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심리치료는 어떻게 행동할지 알려주고(knowing) 약물치료는 행동을 하도록(doing) 만들어 준다는 믿음은 틀렸다. ADHD 학생은 올바른 행동이 무엇인지 알지만 아는 것을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지(知)가 아니라 행(行)이 문제이므로 학생에게 올바른 행동을 가르치기보다 다음 할 행동을 세세히 지시하거나 보상을 자주 상기시켜서 바르게 행동하도록 이끄는 것이 효과적이다.
ADHD 치료약은 뇌에 안전한가?
수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ADHD 치료제를 복용하면 성장하는 뇌의 발달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최근 연구결과가 이러한 우려를 해소했다. 기면증(narcolepsy)이라고 불리는 수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치료를 위해 ADHD약을 복용하는데 보통 40-50년 이상 복용하게 되는데 그들의 뇌를 면밀히 조사해 본 결과 좋지 않은 변화를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또 현재 28년째 지속중인이며 제약사의 지원을 받지 않은 밀워키 연구가 지금까지 내린 잠정적 결론에 의하면 ADHD가 주는 모든 위험은 약물 치료 자체가 아니라 약물로 상태를 치료하지 않아서 생긴다.
이병학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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