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개발 고망간강, ‘천연가스 황금시대’ 여는 주인공 된다

채명석 기자

2026-10-17 12:02:36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 성공, IMO 국제표준 등재
니켈‧알루미늄 등 기존 소재 비해 품질 높고 가격 낮아
화물창도 공력, 해상, 육상, 차량 등 LNG 전 부문 적용

2022년 10월 25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를 세계 최초로 건조 중인 2만40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에 탑재하고 있다. 사진= 한화오션
2022년 10월 25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를 세계 최초로 건조 중인 2만40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에 탑재하고 있다. 사진= 한화오션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포스코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극저온용 고망간강’(이하 고망간강)이 조만간 도래할 ‘천연가스 황금시대(Golden Age of Gas)’를 이끄는 주역이 될 전망이다.

포스코는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연료탱크에 이어 대형 LNG 운반선의 핵심 설비인 화물창(Cargo Tank)에 확대 적용하기 위해 한화오션과 협력을 체결하면서 철강·조선업계는 물론 에너지·방위산업 업계까지 주목하고 있다.

고망간강을 적용한 LNG 화물창 개발에 성공해 글로벌 선주들에게 선택을 받는다면 LNG 관련 선박·플랜트 전 분야에서 한국만의 기술로 독자적 설계와 제작이 가능해져 프랑스 GTT 등에 거액의 기술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K-조선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망간강은 포스코가 2010년 개발에 착수해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소재다. 지금까지 영하 163℃ 극저온의 LNG를 견디는 화물창과 연료탱크 소재는 인바(니켈강)나 알루미늄, 스테인리스강 등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들 소재는 가격이 높고, 작업공정이 까다로우며, 강도가 낮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포스코가 개발한 고망간강은 철강재에 20% 내외의 망간을 첨가한 합금강으로, 니켈과 알루미늄 등 합금에 비해 강재를 잡아당겼을 때 영구변형이 시작되는 시점인 ‘항복강도’와 극저온에서도 강재가 깨어지지 않은 ‘극저온인성’은 더 우수하다. 용접성도 우수하고 가격 또한 기존 합금강의 70~80% 수준으로 뛰어나다.
제품간 특성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할 순 없지만 LNG를 운반하기 위해 싣는 멤브레인형(선내에 탑재하는 사각형) 화물창은 화물창 외부에 멤브레인(1차방벽)과 내부에 단열패널(2차방벽) 등 2중방벽을 사용한다. 프랑스가 GTT가 특허를 보유하고,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메브레인형 LNG 화물창이 이런 구조로 이뤄졌다.

반면, 현재 상용화한 고망간강 LNG연료탱크는 내부에 단열패널이 없이 고망간강 1차방벽으로만 만들 수 있어 단열패드가 필요 없다. 화물창 외부에 보온재를 덮어주면 되는 정도다. 제조업계에서는 고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형태가 단순할수록 안전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고망간강을 LNG 화물창 제작에도 적용할 경우 LNG운반선의 구조를 단순화하면서 안전성도 높이는 등 제작과 운용성을 높이는 한편, LNG화물창 제조 단가를 매우 낮출 수 있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망간강 LNG연료탱크를 적재해 바다를 운항하고 있는 화물선(왼쪽)과 육상 LNG 저장기지 사진=포스코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망간강 LNG연료탱크를 적재해 바다를 운항하고 있는 화물선(왼쪽)과 육상 LNG 저장기지 사진=포스코

더욱 의미있는 건 고망간강과 이를 응용해 연료탱크를 제작하는 기술 모두 한국이 개발해냈다는 점이다.

고망간강을 개발했지만, 이 소재로 연료탱크를 만들려면 선박의 운항 특성에 가장 잘 맞는 연료탱크 설계기술과 더불어 고망간간의 전처리부터 용접에 이르는 제작 기술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고망간강을 개발 초기부터 한화오션과 협업을 진행해 양산화와 가공성 검증을 마치고 실제 선박 탑재라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한화오션은 고망간강을 ‘K-조선산업의 미래’라고 말한다.

포스코가 지난 15일 한화오션과 협력을 통해 개발하기로 한 LNG 화물창은 이그동안 선박의 자체 연료 저장설비에 국한됐던 고망간강의 적용 범위를 대형 화물 저장설비로 본격 확대한 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LNG연료탱크(선박 1척당 소재 약 1000t 소요)에 비해 LNG운반선 화물창은 1척당 약 1만t 이상의 소재가 투입되는 대규모 시장이다.

하지만 신소재 채택을 위해서는 실제 운항을 통한 성능 검증이 필수 불가결했다. 이번 MOU는 고망간강 화물창의 실제 운항 레코드를 축적함으로써 상용화 및 글로벌 수주 기반을 다지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기술적 강점 역시 독보적이다. 고망간강 화물창은 고객 요구에 따라 LNG 손실을 극소화한 ‘초저 기화율(Ultra-low BOR)’부터 경제형 기화율까지 유연하게 구현할 수 있다. 우수한 구조 강성 덕분에 액체 화물이 출렁이며 벽면에 충격을 주는 ‘슬로싱(Sloshing)’ 현상에 대한 운항 제약이 없어 운용 유용성을 높인 것이 장점이다. 또한 화물창을 별도 제작해 선박에 탑재하는 독립형 구조를 적용해, 기존 방식 대비 조선소의 건조 기간(공기)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글로벌 저탄소 에너지 전환 기조 속에 LNG 수요는 향후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LNG운반선뿐만 아니라 LNG 벙커링선, 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FSRU) 등 해상 LNG 인프라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포스코그룹은 이러한 시장 흐름에 발맞춰 △포스코의 초격차 신소재 개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LNG 트레이딩 및 터미널 운영 △포스코플로우의 물류 지원을 하나로 잇는 그룹 차원의 ‘LNG 풀 밸류체인(Full Value Chain)’ 시너지 전략을 적극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고망간강 화물창 실증 사업은 그룹 내 소재-트레이딩-물류 역량이 총집결해 글로벌 LNG 및 차세대 에너지 수송 시장을 선점하는 대표적인 결실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망간강을 적용할 수 있는 LNG 설비 범위 사진= 포스코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망간강을 적용할 수 있는 LNG 설비 범위 사진= 포스코

LNG 추진 선박의 연료탱크로 시작해 화물창으로 영역을 확장을 시작했지만, 고망간강은 LNG와 관련한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포스코 측은 “LNG 추진 선박 뿐만 아니라 LNG 운반선 등 관련 선박과 해양플랜트는 물론 육상 터미널 저장 탱크. LNG 차량, 파이프라인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와 한화오션은 고망간강의 상용화를 개발 직후인 2003년부터 지금까지 공동 연구를 이어왔고, 2020년 글로벌 유력선사인 독일 하팍로이드로부터 수주한 2만4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운반선에 LNG추진선용 연료탱크 세계 최초 적용이라는 결실을 낳았다.

극저온용 고망간강은 2000년대 들어 선진국의 견제로 진입이 어려웠던 국제표준에 등재된 첫 신소재이기도 하다.

176여개 국가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의 가스연료추진선박기준 규정에 따르면, 극저온 LNG 탱크 소재는 니켈합금강, 스테인리스강, 9% 니켈강, 알루미늄합금 등 4종류만 사용하게 되어있었다. 순수 한국 기술인 극저온용 고망간강이 LNG 탱크 소재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새롭게 국제 기술표준에 등재되어야만 했다. IMO 규격 등재는 4년을 주기로 승인이 이뤄지기 때문에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회원국들의 지지를 받아야만 하는 높은 관문이 존재했다.

포스코와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5년부터 한국선급(KR), 안규백 조선대학교 교수 및 대우조선해양 등과 극저온용 고망간강의 IMO 규격 등재를 위해 노력해왔다. 검증 단계를 거치지 않은 신소재에 대한 회원국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이에 포스코 연구원들은 부정적인 시각을 보인 국가를 찾아가 설득하는 일을 되풀이 했다.

결국, 극저온용 고망간강 소재 적합성과 안전성에 대한 많은 실험과 연구 결과를 통해 고망간강에 관심을 보인 국가들의 지지를 이끌어냈고, 2018년 12월 영국 런던 IMO 본부에서 열린 ‘제100차 해사안전위원회’에서 극저온용 고망간강이 국제기술표준을 승인했다. 해사안전국(MSC, Maritime Safety Committee)의 승인을 통해 극저온용 고망간강은 그동안 적용하지 못했던 LNG 선박 및 LNG를 원료로 운영하는 선박에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9년부터 IMO 각 회원국에서 극저온용 고망간강을 LNG 탱크용 소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IMO 국제기술표준 승인은 고망간강 같은 새로운 소재가 해사안전국을 통해 승인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었다.

자동차업종에서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가 각광 받듯, 조선업에서도 LNG추진선과 같은 친환경 선박이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지난 2020년 8월 발표한 ‘新造(신조) 발주 집중될 친환경 선박분야 경쟁현황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LNG 추진선 건조 규모는 2020년 20조원에서 5년 만에 6배 이상인 13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9년까지 발주될 선박은 2500~3000척으로, 2030년이 되면 국내 건조되는 선박의 60%가 LNG 추진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에 따라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뛰어난 고망간강의 잠재수요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가 수주하고 있는 선박 대부분이 LNG를 연료로 한 친환경 선박이다.

특히, 포스코와 한화오션은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의 일환으로 고망간강을 이용한 제조 기술 등을 중견‧중소기업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이번에 선내에 탑재한 박스 모양의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는 상상인더스트리가 제작해 대우조선해양에 납품했다. 양사는 고망간강을 종심으로 대한민국 고유의 LNG 연료탱크 생태계를 구축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사와 조선사 그리고 탱크 제작사를 포함하는 대한민국 선박용 고망간강 LNG 저장탱크의 공급망이 완성됨에 따라 미리 친환경 선박시장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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