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운반선 화물창에 고망간강 상용화 첫발…실증선 확보 MOU
佛 GTT 특허 보유한 멤브레인 저장창보다 구조 단순, 제작비 절감
성공시 가스공사의 한국산 저장창 실패 후 진정한 LNG 독립 가능

개발에 성공해 글로벌 선주들에게 선택을 받는다면 LNG 관련 선박·플랜트 전 분야에서 한국만의 기술로 독자적 설계와 제작이 가능해져 프랑스 GTT 등에 거액의 기술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K-조선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는 15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고망간강 화물창 실증선 확보를 위한 상호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체결식에는. 이희근 포스코 사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등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번 협력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플로우 등 그룹 주요 계열사도 참여해 실증선 확보와 운용을 다각도로 지원한다. 실증선은 신소재나 신기술을 실제 운항 환경에서 검증하는 선박이다.
양사는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고망간강 화물창을 탑재한 실증선을 건조하고, 실제 운항 환경에서 안전성·내구성·운용 효율을 검증해 글로벌 선주사들에게 제시할 실질적인 ‘트랙 레코드(Track Record, 운항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그동안 해외 기술에 의존해온 LNG 화물창 시장에서 국산 초격차 소재인 고망간강의 우수한 성능과 안전성이 입증되면, K-조선업계 전반이 차별화된 원가·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망간강은 영하 163도 이하의 극저온 환경에서도 우수한 강도와 충격인성을 유지하는 포스코 독자 기술 기반의 특수강재다. 기존 LNG 화물창에 주로 사용되던 고가의 니켈 합금강(INVAR) 대비, 매장량이 풍부한 망간을 활용해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과 소재 공급 안정성을 자랑한다.
이번 협력은 그동안 선박의 자체 연료 저장설비에 국한됐던 고망간강의 적용 범위를 대형 화물 저장설비로 본격 확대한 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LNG연료탱크(선박 1척당 소재 약 1000t 소요)에 비해 LNG운반선 화물창은 1척당 약 1만t 이상의 소재가 투입되는 대규모 시장이다.
하지만 신소재 채택을 위해서는 실제 운항을 통한 성능 검증이 필수 불가결했다. 이번 MOU는 고망간강 화물창의 실제 운항 레코드를 축적함으로써 상용화 및 글로벌 수주 기반을 다지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기술적 강점 역시 독보적이다. 고망간강 화물창은 고객 요구에 따라 LNG 손실을 극소화한 ‘초저 기화율(Ultra-low BOR)’부터 경제형 기화율까지 유연하게 구현할 수 있다. 우수한 구조 강성 덕분에 액체 화물이 출렁이며 벽면에 충격을 주는 ‘슬로싱(Sloshing)’ 현상에 대한 운항 제약이 없어 운용 유용성을 높인 것이 장점이다. 또한 화물창을 별도 제작해 선박에 탑재하는 독립형 구조를 적용해, 기존 방식 대비 조선소의 건조 기간(공기)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글로벌 저탄소 에너지 전환 기조 속에 LNG 수요는 향후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LNG운반선뿐만 아니라 LNG 벙커링선, 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FSRU) 등 해상 LNG 인프라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포스코그룹은 이러한 시장 흐름에 발맞춰 △포스코의 초격차 신소재 개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LNG 트레이딩 및 터미널 운영 △포스코플로우의 물류 지원을 하나로 잇는 그룹 차원의 ‘LNG 풀 밸류체인(Full Value Chain)’ 시너지 전략을 적극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고망간강 화물창 실증 사업은 그룹 내 소재-트레이딩-물류 역량이 총집결해 글로벌 LNG 및 차세대 에너지 수송 시장을 선점하는 대표적인 결실이라고 덧붙였다.
고망간강의 성공적인 상용화 뒤에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선제적인 기술 리더십이 있었다고 했다. 2017년 당시 포스코 기술투자본부장(부사장)이었던 장 회장은 고망간강의 압도적인 기술적 가치에 주목하고 광양 LNG터미널 5호기 건설에 고망간강 적용을 주도해 2019년 준공 및 실증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 결과 올해는 해외 프로젝트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장 회장은 2020년 포스코 사장 재임 당시 선박 분야 확대를 위해 당시 한화오션 경영진을 직접 찾아가 소재의 안전성과 적용 타당성을 설명하는 등 발로 뛰는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포스코가 발주한 석회석 운반선에 고망간강을 처음 적용해 건조한 뒤, 2021년 한화오션의 초대형 원유운반선과 컨테이너선 LNG연료탱크에도 고망간강을 적용했다. 2026년 현재 고망간강은 LNG연료탱크 등을 포함해 누적 51척에 적용됐다. 장 회장의 결단에서 출발한 기술 상용화 열매가 이제 글로벌 LNG 화물창 시장이라는 대형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양사는 이번 LNG운반선 화물창 실증을 발판 삼아, 앞으로 LNG 벙커링선, 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FSRU) 등 해상 에너지 설비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나아가 고망간강은 LNG뿐만 아니라 수소·에탄·암모니아 등 다양한 화물 운송에도 적용이 가능해 극저온 화물 운송 시장 전반으로 소재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희근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은 “포스코의 독보적인 고망간강 기술력은 K-조선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 병기가 될 것”이라면서, “LNG 화물창을 시작으로 친환경 선박 소재 시장의 글로벌 표준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사장은 “양사의 기술 역량을 결집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갖춘 화물창 솔루션을 제공하고, LNG를 비롯한 다양한 저온 화물 운송 분야로 적용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화오션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각인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용어 설명>
O LNG연료탱크
LNG추진선이 자체 운항에 필요한 연료를 보관하는 탱크
O LNG운반선 화물창
해외로 운송할 LNG 화물 자체를 대량 저장하는 대형 설비
O BOR (Boil-off Rate)
LNG 보관 중 자연 발생하는 기화가스 비율
O FSRU(Floating Storage Regasification Unit)
해상에서 LNG를 수송받아 저장한 뒤 기화시켜 육상으로 공급하는 부유식 해상 설비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