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삼성SDI] 캐즘 터널 지나 ESS로 반등...전력 인프라 배터리, 흑자 '일등공신'

김다경 기자

2026-09-30 09:00:00

국내 ESS 1·2차 629MW 확보…미국서 조 단위 공급계약 잇따라
인디애나 생산라인 ESS 전환…LFP 현지 생산도 준비

삼성SDI 기흥사업장 [사진=삼성SDI]
삼성SDI 기흥사업장 [사진=삼성SDI]
[빅데이터뉴스 김다경 기자]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빅데이터는 새로운 경제적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에서 추출된 산업 데이터는 불확실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발맞춰 창간의 닻을 올린 빅데이터뉴스가 2026년 9월 창간 14주년을 맞았습니다. 빅데이터뉴스는 산업 분야에 있어 빅데이터를 비롯해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취재와 분석을 가미한 발굴 기사를 통해 업계는 물론이고 독자들의 정보 니즈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창간 14주년을 맞아 빅데이터뉴스는 인공지능(AI)를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정점에 있는 대한민국 산업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게재합니다.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현재 매출 상황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투자 전략 등을 다룰 계획입니다. 대한민국의 'K-산업'이 전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데 빅데이터뉴스의 이번 기획이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편집자주>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이 길어지면서 배터리 업계의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둔화한 사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등 새로운 수요가 커지면서다. 삼성SDI도 전기차 중심이던 배터리 사업에서 ESS 등 전력 인프라용 배터리 비중을 높이고 있다. 삼성SDI의 변화는 수주와 생산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국내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대규모 물량을 확보했고 미국에서는 전기차용으로 구축한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LFP 배터리 생산도 미국 현지에서 준비 중이다.

실적도 반등했다. 삼성SDI는 올해 2분기 203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7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캐즘으로 수요가 위축된 기간을 거치며 배터리 사업의 무게중심이 전기차에서 ESS·UPS·BBU 등으로 넓어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 전기차 캐즘이 만든 숙제…ESS로 눈 돌린 배터리업계
배터리 산업의 성장 공식은 오랫동안 전기차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전기차는 전 세계 배터리 배치량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해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배터리 업체들도 대규모 증설에 나섰지만 전기차 보급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기차가 캐즘을 완전히 벗어나려면 근본적인 단점들이 해소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보조금을 받지 않으면 내연기관차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장거리 운행 시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불안도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는 도심 지역의 70% 이상이 아파트 등 집단 거주 형태여서 지하주차장 충전과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는 국내 배터리 업계 전반의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예상보다 느려지면서 배터리 업체들은 가동률 하락과 재고 부담 등에 직면했고 일부 업체는 적자를 이어갔다. 삼성SDI도 지난해 1조 72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사이 배터리 업계가 주목한 곳은 전력시장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발전량과 전력 수요의 시간 차이를 조정할 저장장치가 필요해진 데다 AI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저장·백업 수요도 커지고 있다. ESS가 전기차에 이은 새로운 배터리 수요처로 떠오른 배경이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UPS·BBU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 삼성SDI는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 ESS 중앙계약시장 수주를 늘리는 한편 미국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LFP 배터리 생산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 ESS 배터리, LFP로 넓히고 화재 확산 막는다

ESS 시장에 진입한다고 전기차용 배터리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전기차에서는 주행거리·충전속도·에너지밀도가 경쟁력이라면 ESS에서는 장시간 운용과 수명, 안전성, 가격 경쟁력이 관건이다.

삼성SDI는 기존 각형 배터리 기술을 ESS로 확장하면서 LFP 제품군을 추가했다. 대표 제품 SBB 2.0에는 각형 LFP 배터리가 적용된다. 안전성도 별도로 강화했다.

화재 발생 시 소화약제를 모듈 내부에 직접 분사하는 EDI(강화 직접 주입 방식)와 설치 환경·사용 패턴·수명·출력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는 AI 기반 시스템 SBI가 대표적이다. 열관리는 모듈 하단에 냉각판을 적용한 수랭식 시스템으로 배터리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한다.

이런 기술은 외부 시험으로도 검증됐다. 삼성SDI의 UPS용 배터리는 지난 7월 UL 솔루션즈의 옥내 대형 화재시험을 통과했다. 배터리 모듈은 소실됐지만 인접 랙으로 화재가 확산되거나 폭발·파열이 발생하지 않았고 스프링클러 작동 없이 자체 진화됐다는 설명이다. SBB 2.0 역시 컨테이너 화재 확산 여부를 평가하는 UL 솔루션즈의 대형 화재시험을 통과했다.

◇ 국내 ESS 1·2차서 629MW 확보…전체 물량 55.8%

기술 개발은 실제 수주로 이어졌다. 삼성SDI는 국내 ESS 중앙계약시장 1차 입찰에서 429MW를 확보한 데 이어 2차에서 202MW를 추가 수주했다. 1·2차 누적 수주량은 629MW로 전체 물량의 55.8%에 이른다. SK온은 284MW, LG에너지솔루션은 215MW를 각각 확보했다.

2차 입찰에서는 가격·비가격 평가 비중이 각각 50%로 조정되면서 국내 산업 기여도와 안전성·기술력 등 가격 외적 요소의 중요성이 커졌다. 입찰 가격과 국내 생산기반 등 여러 조건이 함께 작용했고 1차 입찰에서 국내 생산 제품을 앞세운 점도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현재는 3차 중앙계약시장 입찰도 진행 중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2일 1180MW 규모의 3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공고했고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주 경쟁도 다시 격화되는 모습이다. 입찰 규모는 총 1180메가와트(MW)로 저장용량이 7기가와트시(GWh)를 넘어 역대 최대다.

◇ 미국선 조 단위 수주…2028년부터 생산능력 넘을 수도

삼성SDI의 ESS 사업 확대는 미국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말 미국 에너지 인프라 기업과 2조원을 넘는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3월에는 미국 에너지 전문업체와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두 계약 모두 미국 현지 생산과 연결된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 스타플러스에너지(SPE) 공장의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NCA 기반 ESS 배터리 생산을 위한 라인 전환을 시작했고 LFP 기반 라인 전환도 준비 중이다. SPE의 생산능력은 연간 약 30GWh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능력보다 수주가 먼저 차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7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확보한 각형 LFP 수주 물량만으로도 2029년까지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을 채울 수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까지 반영하면 2028년부터 기존 생산능력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 흑자전환 넘어…배터리 사업의 무게중심 이동

삼성SDI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2038억원을 기록하며 7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했다. 회사는 실적 개선 배경으로 ESS·UPS·BBU 등 고출력 제품 판매 확대와 전기차용 배터리 신규 프로젝트 양산, 가동률 개선 등을 제시했다.

ESS가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질 전망이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3분기 ESS 매출 비중이 31%로 2분기보다 6%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북미 ESS 추가 수주와 함께 유럽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한 LFP 각형 배터리 수주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늘면서 ESS 시장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산 배터리와 소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지 생산능력과 비중국 공급망을 갖춘 업체에 기회가 마련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시장은 최근 판매와 보급이 다시 늘면서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고유가 시대가 이어지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과 판매가 늘고 있다”며 “올해 전기차 보급 대수가 30만대를 넘고 내년에는 민간 판매까지 포함해 약 5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돼 내년 말에는 누적 보급 대수가 200만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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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이 만든 뜻밖의 기회…삼성SDI가 웃었다

김다경 빅데이터뉴스 기자 dk@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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