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자신에 대한 고소 사건에서 불송치·불기소 처분을 받았거나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에게 무고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무고죄 성립을 위해서는 별도의 요건을 따져야 한다.
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게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경우 무고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핵심은 상대방이 신고한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 사실'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고소 사건에서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고소인이 처음부터 없는 사실을 만들어 신고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도 무고죄에서 신고 내용이 허위 사실이라는 점은 적극적으로 증명돼야 하고, 신고 사실이 진실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사정만으로 허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상대방의 주장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과 '상대방이 허위 사실을 신고했다'는 것은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
고소 내용에 일부 과장된 부분이나 사실과 다른 표현이 있더라도 그것이 범죄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 상황을 과장해 표현한 정도라면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설명하면서 이를 사기·횡령·폭행 등 특정 범죄에 해당한다고 잘못 판단해 고소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법률적 평가가 잘못됐다는 이유만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허위신고를 당했다고 생각한다면 상대방을 무고죄로 처벌하는 문제보다 현재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에 먼저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억울한 마음에 상대방에게 직접 항의하거나 감정적인 문자·카카오톡을 반복 발송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미 갈등이 심화된 상태에서는 이러한 연락이 기존 사건의 자료로 제출될 수 있다.
대신 카카오톡·문자·통화 내역·계좌이체 기록·CCTV·사진 등 사건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상대방 주장의 어느 부분이 사실과 다른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무고죄 고소 시점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원 사건 수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맞고소하면 동일한 사실관계를 두고 양측 주장이 대립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원 사건에서 불송치·불기소 처분 또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은 무고죄 검토 과정에서 의미가 있지만, 그 결과 자체가 상대방의 허위신고를 자동으로 증명하지는 않는다.
결국 무고죄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신고한 핵심 내용이 객관적으로 허위였는지, 상대방이 그 점을 인식했는지, 나아가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일이다. 허위신고로 고소당한 상황일수록 감정적으로 맞대응하기보다 먼저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한 방어를 철저히 준비하고, 원 사건 진행 결과와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무고죄 성립 가능성을 별도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 더퍼스트 법률사무소 이상규 변호사
김성민 빅데이터뉴스 기자 ksm@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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