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중동 정세...유가 향방에 정유·석화업계 '긴장'

김유승 기자

2026-06-13 09:00:00

중동 합의 기류에 국제유가 급락세 전환...유가 2%대 '뚝'
정유·석화업계 역래깅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 현실화

서울 내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내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보복 공습을 전격 취소하고 합의가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등 중동 정세 변화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합의 기류가 감돌며 공포에 질려있던 국제 원유 시장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역래깅' 공포와 함께 해상 물류 비용 상승 등 구조적 변수가 여전해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눈치보기는 지속되는 모양새다.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의 논의가 이란 최고지도부까지 올라가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에 근거해, 나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오늘 저녁 예정됐던 이란에 대한 공습과 폭격을 취소했다"고 밝힌 영향이다. 이는 미군 아파치 헬기가 이란 측 공격으로 격추됐다고 주장하며 사흘 연속 이란의 석유 인프라 타격을 예고했던 전격적인 강경 태도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전장 대비 2.92% 내린 배럴당 90.38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 역시 전장보다 2.58% 하락한 배럴당 87.71달러를 기록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배럴당 93달러 선을 위협하던 유가가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서며 브렌트유는 지난 4월 중순 이후, WTI는 5월 말 이후 각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유가의 급격한 하락 전환에도 정유 및 석유화학 업종은 오히려 '역(逆)래깅(원재료 도입 시차)' 공포에 휩싸이며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정유업계는 유가가 높을 때 사두었던 비싼 원유의 장부상 가치가 유가 급락으로 떨어지면서 막대한 '재고손실'을 떠안을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발발 당시 유가 폭락으로 국내 정유 4사가 1분기에만 4조 원대의 적자를 낸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장기 침체를 겪다 올해 상반기 중동 사태로 반사이익을 보던 석유화학 업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유가가 가파르게 떨어질 경우 핵심 원료인 나프타 공급 부족 해소라는 긍정적 측면보다, 석화 제품 가격의 동반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단순히 국제 유가 수치가 내려가는 것만으로는 비용 부담을 덜었다고 보기 어렵다. 중동 해역을 지나는 선박에 부과되는 전쟁위험 보험료와 급등한 해상 운임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걸리기 때문이다. 선박 확보가 어려워지거나 운항 지연이 지속되면 유가 하락으로 인한 원가 절감 효과는 상쇄될 수밖에 없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표상 유가는 하락 안정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중동 정세 특성상 돌발 변수 하나에 언제든 다시 요동칠 수 있다”며 “통화스와프 등으로 인해 실제 기업이 체감하는 원유 조달 비용은 시차가 있고 보험료와 해상 운임 추이까지 종합적으로 지켜봐야 하므로 신중하게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유가의 하방을 지지하는 복병도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발 수요 지표를 보여주는 미국 원유 재고가 시장 예상치보다 큰 폭인 720만 배럴이나 감소하며 공급이 마냥 여유롭지만은 않은 탓이다.

아울러 이란 측이 아직 최종 합의를 공식 확인하지 않은 데다,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아시아로 향하는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다. 일각에서는 분쟁으로 차질을 빚은 공급량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워 당분간 고유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