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한 마디에 담긴 파급력... 강제추행처벌을 결정짓는 치명적 요소는?

황인석 기자

2026-03-12 10:39:22

황근주 변호사
황근주 변호사
[빅데이터뉴스 황인석 기자] 강제추행처벌 위기에 놓인 피의자들이 가장 빈번하게 저지르는 실책은 자신의 결백을 '진심'과 '선의'로 증명하려 한다는 점이다. 사건 직후 당혹감에 던진 "미안해", 혹은 상황을 모면하려 보낸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실수한 것 같다"라는 메시지는 피의자에게는 도의적 배려일지 모르나, 수사 기관에는 범행의 자발적 시인으로 읽힌다. 피의자가 던진 모호한 사과는 검찰의 공소장에서 추행의 고의를 인정한 정황으로 재구성되며, 이는 곧바로 유죄 판결의 강력한 기초 사실이 된다. 결국 강제추행처벌은 신체 접촉만큼이나 그 직후 발생한 대응 방법의 영향력이 크다.

최근 사법부의 판례 흐름은 폭행과 협박의 범위를 극도로 넓히고 있다. 이는 피의자가 "강압이 없었다"라고 항변해도 강제추행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가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습 추행이다. 기습 추행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힘의 행사가 있는 순간 이미 폭행이 완료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때 피의자가 보낸 사과 메시지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재판에서는 "당황해서 사과했다"라는 해명보다 "죄책감 때문에 사과했다"라는 검찰의 해석이 더 큰 힘을 얻게 된다.

경찰 조사실의 압박감 속에서 내뱉은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미안하게 생각한다"라는 식의 유보적 답변은 조서에 기록되는 순간 확정적 자백이 된다. 강제추행처벌 사건에서 수사 기관은 피의자의 심리적 흔들림을 파고들어 논리적 모순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진술의 번복은 재판 단계에서 반성 없는 태도 혹은 증거 인멸 시도로 간주되어 양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성 인지 감수성의 도입으로 인해 입증 책임에 변화가 생긴 것도 주목해야 한다. 피해자의 진술이 다소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당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주장이 성 인지 감수성에 부합한다면 사법부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다. 반면 피의자 진술의 오류나 모순은 수사 기관의 날카로운 지적을 받게 되며 그만큼 정당성을 입증하기 어려워진다.

피의자가 아무리 "성적인 목적이 없었다"라고 주장해도, 객관적인 제삼자의 시각에서 그 행위가 성적 도덕관념에 반한다면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무분별한 사과를 멈추고 당시의 신체 접촉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물리적 불가피성이나 상대방과의 평소 관계에서 형성된 기대치 등 유리한 정황을 명확한 증거를 통해 입증하는 것이 최선이다.

서울동부지검, 인천지검, 안양지청 등 일선 현장에서 검사로 재직했던 로엘 법무법인 황근주 대표변호사는 “강제추행처벌 대응의 핵심은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상황의 객관적 재구성에 있다. 수사기관은 유죄를 확신하기 위해 논리의 연결고리를 집요하게 찾아내므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임해야 한다. 자신의 한마디가 어떻게 법적으로 해석될지를 정확히 인지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인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his@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