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아르바이트가 중범죄로, 마약운반책 판례가 엄벌주의로 선회하는 이유

황인석 기자

2026-02-23 14:09:01

최창무 변호사
최창무 변호사
[빅데이터뉴스 황인석 기자] 사범 중 운반 및 유통 단계에서 검거되는 비중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텔레그램 등 익명 SNS를 통한 비대면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가 확산됨에 따라 경제적 궁핍 상태에 놓인 청년층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단순 배달'이라는 감언이설에 속아 마약 유통의 실핏줄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결과다. 현재 수사기관이 마약 유통망의 하부에 해당하는 마약운반책을 마약 확산의 핵심 통로로 규정하고 엄중한 법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약운반책은 단순 가담자라는 인식과 달리 유통망의 종착지인 투약자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무겁게 다뤄진다. 최근에는 '드랍(던지기)' 방식의 운반 행위가 조직적 범죄 집단의 일원으로 해석되어 범죄집단가입·활동죄까지 추가 적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마약 확산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국가적 의지가 반영되면서 초범이라 할지라도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엄벌주의 기조가 확고히 자리 잡은 상황이다.

마약운반책 사건에서 주요 쟁점은 '미필적 고의'의 성립 여부다. 피고인들은 대개 "내용물이 마약인 줄 몰랐다" 혹은 "단순한 심부름인 줄 알았다"며 고의성을 부인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재판부는 해당 업무의 성격이 통상적인 상거래 관행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따져 본다. 일반적인 배달 업무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대가,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은밀한 전달 방식, 텔레그램 등을 이용한 익명 소통 등은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불법적인 일일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근거로 작용한다.

서울지방검찰청과 인천지방검찰청 검사를 역임한 로엘 법무법인 최창무 대표변호사는 현재의 마약운반책 처벌 수위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에 도달했음을 경고한다. 최창무 변호사는 "과거에는 마약인 줄 몰랐다는 주장이 상당 부분 참작되기도 했으나, 현재 대법원 양형 기준과 하급심 판례의 흐름은 훨씬 엄격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죄에 대해 확정적인 인식을 하지 못했다 해도 '무언가 불법적인 물건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품은 채 행위를 지속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성립한다. 정상적인 업무가 아님을 인지할 수 있었던 정황이 단 하나라도 발견되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최창무 대표변호사는 “수사 기관은 이미 운반책의 상위 총책까지 파악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어설픈 부인보다는 논리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라며 “수사 단계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와 초기 대응은 판결의 향방을 가르는 중대한 요소다. 압수수색과 체포 과정에서 적법절차 준수 여부에 따라 증거능력이 달라지게 된다. 또한 피의자가 수사 기관의 유도 심문에 넘어가 본인의 인지 범위를 넘어서는 자백을 하거나 객관적 사실관계와 배치되는 진술을 반복할 경우 공판 과정에서 방어권을 행사하기 매우 어려워진다. 단순 가담자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대응할 경우 처벌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인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hi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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