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앞에서 무너진 윤리, 상속결격사유 어디까지 적용될까

황인석 기자

2026-01-20 14:27:16

정진아 변호사
정진아 변호사
[빅데이터뉴스 황인석 기자] 최근 부산 해운대구에서 A씨가 사망한 형의 상속문제를 둘러싸고 아버지와 갈등을 빚다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27년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었다. 형이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상태에서 사망을 하였기 때문에 직계존속인 부친이 1순위 상속인이 되었다. 그러나 부친이 상속 포기를 하는 경우 그 다음 순위로 형제자매인 A씨가 상속을 받게 된다. A씨는 자신이 형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부친에게 상속포기를 종용하였으나 부친이 이를 거부하자 흉기로 부친을 살해한 것이다.

A씨의 사건은 유산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잔인하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A씨가 간과한 점이 있는데, 바로 우리 민법은 상속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유산 앞에서 무너지는 윤리를 바로 잡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인 것이다.

민법상 상속결격은 말 그대로 “윤리적으로 상속자로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애초에 상속인 자격을 박탈하는 제도”다. 대표적인 결격사유로는 △피상속인(망인), 선순위 또는 동순위 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경우 △ 피상속인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하게 한 경우 △사기·강박으로 유언을 쓰게 하거나 못 하게 한 경우 △유언장을 위조·변조·파기·은닉한 경우 등이 있다. 이런 사유에 해당하면, 별도의 판결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처음부터 상속인에서 제외된다.

상속결격이 인정되면, 해당 사람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이 취급되고, 그 몫은 다른 공동상속인 또는 대습상속인에게 돌아간다. 다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결격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형사판결 등의 구체적인 정황, 그로 인한 피해 정도 등을 바탕으로 법원이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 상속을 둘러싼 감정싸움이 곧바로 결격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도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26. 1. 1.부터 기존 민법상의 결격 사유 외에 새롭게 직계 존속의 상속권을 상실하게 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학대·방임으로 평생 상처를 남긴 부모가 오히려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으려는 사례가 사회적으로 문제 되면서, “이런 경우까지 법적으로 상속을 인정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커졌고, 그 논의 끝에 이른바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제도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을 장기간 방치하거나 중대한 학대를 하는 등 부모으로서의 도리를 현저히 저버린 직계존속에 대해, 다른 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성격 차이나 일시적 갈등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 가능한 중대한 의무 위반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또 기존 상속결격사유와 달리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확인을 받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정진아 변호사는 “상속결격사유는 유산 다툼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가족을 배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최소한의 윤리 기준조차 무너진 예외적인 경우에 적용되는 제도”라며 “부모·자녀 관계에서 어떤 행동과 방임이 법적으로 상속 결격 사유가 되거나 상속권 상실제도를 청구할 수 있는지 등에 따라 남은 가족들의 관계와 재산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감정을 앞세우기 보다는 관련 자료와 법리를 차분히 검토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황인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hi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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