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은 흙가루 한 알 한 알을 다져 놓은 것” 최창걸 명예회장 1주기 추모식 엄수

채명석 기자

2026-10-06 16:16:27

6일 서울 본사서 추모식 엄수, 유가족·임직원 등 130여 명 참석
흉상 및 추모비 제막해 과감한 도전정신과 기술혁신 업적 기려
“사람·신뢰·사업보국 경영철학 계승해 미래 50년 열어갈 것” 다짐

고려아연이 2026년 10월 6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엄수한 최창걸 명예회장 1주기 추모식장에 고인의 사진이 모셔져 있다. 사진= 고려아연
고려아연이 2026년 10월 6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엄수한 최창걸 명예회장 1주기 추모식장에 고인의 사진이 모셔져 있다. 사진= 고려아연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고려아연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소재한 본사에서 ‘최창걸 명예회장 1주기 추모식’을 엄수했다고 밝혔다.

추모식에는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유가족과 이제중 부회장 등 고려아연 및 계열사 임직원, 고인의 지인 등 13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약력 보고, 추모영상 상영, 추모사 낭독, 가족대표 인사, 헌화 등 순으로 진행됐다. 백순흠 고려아연 경영관리부문 사장이 고인의 약력을 소개했으며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은 임직원을 대표해 추모사를 낭독했다. 최윤범 회장은 유가족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기덕 사장은 추모사를 통해 “지난 1년 동안 고려아연은 안팎의 여러 변화와 도전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명예회장님께서 세우신 경영철학과 기업가정신이 오늘의 고려아연을 지탱하는 튼튼한 뿌리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고인을 기렸다.

이어 “명예회장님의 삶은 황무지나 다름없던 대한민국 비철금속 산업을 위대한 도약의 길로 이끈 개척과 창조의 역사였다”며 “자원도, 기술도, 경험도 부족했던 1970년대, 대한민국을 자원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고려아연을 창립해 과감한 투자와 기술혁신으로 극동의 조그만 제련회사를 세계 최고의 종합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명예회장님께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신 경영의 핵심은 ‘사람’과 ‘신뢰’였다”며 “오늘날 고려아연이 이룩한 모범적인 노사화합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의 저력은 명예회장님께서 실천하신 바로 이 인재와 신용 중시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되었고, 오늘 우리가 마주한 엄중한 외부의 위협과 도전 속에서도 고려아연을 굳건히 지켜내는 힘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핵심광물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명예회장님께서 강조하신 사업보국의 가치를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대한민국 경제 발전과 한미 경제협력 기여,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등 글로벌 공급망의 중추 기업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적극적인 도전정신으로 고인이 일궈낸 고려아연의 가치와 경쟁력을 지켜나가겠다는 다짐이었다.

신재생 에너지와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등 고려아연의 친환경 신성장 동력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임직원들은 “고려아연은 시대의 변화에 한 발 앞서 새로운 기술과 사업을 개척하고, 세상이 필요로 하는 소재와 에너지를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효율적인 방식으로 공급하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명예회장님이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변함없이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비철금속 업계 거목’ 최창걸 명예회장은 지난해 10월 6일 8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고 최기호 고려아연 창업회장의 차남으로, 1974년 고려아연 창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이후 고려아연 경영 전반을 총괄하면서 세계1위 비철금속 기업의 기틀을 다졌다.

최창걸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는 ‘사람’과 ‘신뢰’였다. 최창걸 명예회장은 생전 “고려아연은 바위 몇 개를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흙가루 한 알 한 알을 다져 놓은 모양일 것”이라며 구성원의 노력과 조직의 힘을 강조했다. 이러한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구성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으며, 신용을 경영의 원칙으로 삼아 협력사와의 신뢰를 쌓았다. 이는 고려아연의 노사화합 및 장기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토대가 됐다. 또한 이 같은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사업보국에 헌신하고, 기업이 이룩한 성과를 우리 사회와 함께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창걸 명예회장은 1941년 황해도에서 고 최기호 창업회장의 6남3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으며, 1960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제학과 학사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힉위를 취득했다. 미국에서의 MBA와 3년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1973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같은 해 정부에서 발표한 ‘중화학공업 육성계획’에서 고려아연이 제련업종을 담당하는 사업자로 선정된 뒤 1974년 8월 1일 단독 회사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최창걸 명예회장은 특히 사업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주도했다. 국내에선 국민투자기금과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돈을 빌렸고, 해외에서는 IFC(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 후진국 민간기업에 투자하고 자금을 빌려주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기구)로부터 사업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IFC는 사업자금으로 7000만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지만, 최창걸 명예회장은 5000만 달러에 해낼 수 있다고 설득했다. 이후 턴키방식이 아닌 직접 구매에서 건설까지 하는 방법을 택했고, 결국 IFC의 예상을 뒤엎고 4500만 달러로 공사를 완성했다.

제련소 설립 이후 최창걸 명예회장은 1980년부터 1992년까지 사장과 부회장으로 재임하며 고려아연 기술연구소 설립과 생산시설 확장 등에 힘을 쏟았다. 1983년 영풍정밀(현 KZ정밀), 1984년 서린상사(현 KZ트레이딩) 등 계열사를 설립하여 그룹의 기반을 확대하고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최창걸 명예회장은 1992년 3월 회장 취임 이후 아연공장 및 연 제련 공장을 계속 증설해 나갔고, 호주에 아연제련소 SMC를 설립하며 글로벌 사업 기반을 확대했다. 아울러 제련산업을 공해산업이 아닌 친환경사업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을 꾸준히 펼쳐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과 녹색경영을 실현하는데 이바지했다. 그중 하나로 아연 잔재를 환경 친화적인 청정슬래그 형태로 만들어 시멘트 원료로 판매하는 등 아연잔재 재처리 기술을 상용화했다. 이 기술로 고려아연은 세계적인 회사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최창걸 명예회장은 살아생전 “손에 쥔 재산은 언제든 잃을 수 있지만 머리에 든 재산은 절대 잃지 않는 법”이라며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일’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신 아버지의 마음을 이어받아 지역사회 및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불우하고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후원하여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된다면 더 큰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나눔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이에 1981년 명진보육원 후원을 시작으로 아동복지분야에 끊임없이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 실천에 앞장서 왔으며, 많은 학교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며 학자금 문제로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했다.

이후로도 회사는 기업시민의 일원으로서 이익의 일정액을 반드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원칙을 실현하며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사회복지단체와 상호협력적 관계를 구축해 나가면서 사회공헌활동의 범위를 확대해 나갔다. 이런 사회 공헌 활동의 공을 인정받아 최 명예회장은 2013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국민훈장 동백상’을 수상했다.

한편, 이날 추모식 참석자들은 고인의 흉상 제막식을 진행했으며, 이후 유가족과 주요 경영진이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선영으로 이동해 묘소 참배 및 추모비 제막식을 가졌다. 고려아연은 이날 하루 동안 추모 공간을 유지해 임직원들이 자율적으로 고인을 기릴 수 있도록 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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