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 뛰어넘은 HJ重 영도조선소, 한계는 어디까지? “예측 안한다”

채명석 기자

2026-09-30 14:37:27

세계 최대 HD현대重 울산조선소 면적의 24분의 1 불과한 26만㎡
‘역대 최대 1만TEU급 컨테이너선 수주하며 컨테이너선 명가’ 입증
설계 개선으로 영도 건조 최적화, 자체 개발 DAM 공법 적용 안 해
이론상 한계 1만2000TEU 근접, 기술 개발하면 더 커질 수 있어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전경 사진= HJ중공업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전경 사진= HJ중공업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규모 8만 평에 불과한 HJ중공업 영도조선소가 물리적 공간 한계를 깨는 혁신을 지속하며 건조 가능 선박의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다. 관심은 건조 선박의 크기가 어디까지 일가인데, 회사 측은 “예측하지 않는다”는 말로 기술 진화의 상한을 긋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HJ중공업은 지난 23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로부터 총 6789억 원 규모의 1만100TEU(!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올해 2월 최초 2척을 첫 수주 하고, 4월 추가 2척을 따낸 데 이어 세 번째 계약이다. 총 8척의 조업 일감을 확보했다.

1만TEU급 컨테이너선은 주요 간선항로에 투입되는 포스트파나막스(Post Panamax)급(5000~1만TEU)급 보다 크고, 주요 국제 간선항로를 오가는 대형 컨테이너선(1만2000~1만5000TEU급)보다 약간 작은 선종이다. 국내 국제 주요 국제 간선항로에 모두 대응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아 시장 규모가 크다. 그만큼 중국 조선소와 수주 경쟁이 치열한 선종이다.

이 선박은 영도조선소에서 건조한 최대 크기의 컨테이너선이기도 하다. HJ중공업 영도조선소는 ‘대한민국 조선 1번지’와 함께 ‘컨테이너선 명가’라는 명칭을 얻고 있다. 영도조선소의 면적은 약 26만㎡(8만 평)로, 세계 최대 조선소인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약 635만㎡, 192만 평)의 24분의 1에 1.35%에 불과하지만, 면적을 뛰어넘는 기술 혁신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HJ중공업은 1990년 2700TEU급 컨테이너선을 시작으로 1992년 4000TEU급, 1996년 5000TEU급, 2001년 6000TEU급을 차례로 건조했다.
2005년엔 8100TEU급 컨테이너선을 건조했는데, 길이 325m인 이 선박을 300m 크기의 도크에서 건조할 수 있었던 비결은 회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DAM(댐) 공법’을 적용한 덕분이었다. 댐 공법은 배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선체 부분은 드라이 도크에서 조립해 바다로 띄워 보내고, 도크 크기를 초과하는 선수 또는 선미 부분은 육상에서 따로 건조한다 바다 위에서 두 몸체를 결합할 때, 물속에서 용접할 수 있도록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거대한 U자형 차수 구조물(댐)을 결합 부위에 밀착시킨 후 내부의 물을 빼내어 진공 상태의 작업 공간을 만든 뒤, 수중에서 두 선체를 완벽하게 용접하여 하나로 완성한다. “도크보다 큰 배는 지을 수 없다”는 조선업계의 상식을 깨뜨린 혁신적인 공법이었다.

HJ중공업의 전신인 한진중공업은 댐 공법을 통해 이론적으로는 영도조선소에서 1만~1만2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더 이상 댐 공법을 진화시키지 않았다. 필리핀 수빅에 거대 조선소를 건설해 초대형 선박은 수빅에서 건조하고, 영도조선소는 함정 등 특수선에 특화하는 이중 전략으로 선회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수빅 조선소의 부실로 경영난이 겹치며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갔고, 이후 수빅 조선소를 매각한 뒤 주인이 바뀌어 HJ중공업으로 새출발한 뒤 영도조선소는 상선 영업을 위한 준비를 다시 시작했다. 설계와 영업 등 모든 면에서 핵심 인력 다수가 빠져나가는 등 과거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해졌지만, 과거의 영광을 바탕으로 집중력을 발휘한 덕분에 2021년 55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재진입했다.

이어 2022년 7700~7900TEU급 메탄올 레디(Methanol Ready) 사양의 친환경 컨테이너선을 수주했으며, 2023년엔 HMM으로부터 국내 최초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선이자, 영도조선소에서 수주한 당시 최대 크기인 9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며, 1만TEU 돌파를 예고했다. 그리고, 3년 만에 ‘꿈의 컨테이너선’으로 불리는 1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했다.

HJ중공업이 건조한 1만TEU급 컨테이너선 사진= HJ중공업
HJ중공업이 건조한 1만TEU급 컨테이너선 사진= HJ중공업

HJ중공업이 설계한 1만100TEU급 컨테이너선은 앞서 회사가 설계해 건조한 7000~8000TEU급 선체에 1만TEU 이상을 실을 수 있도록 구조를 고도화하는 한편, 건조 기술을 개선했다고 한다. 회사 측은 선박의 제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앞서 건조한 7900TEU급 컨테이너선 크기(길이 299m × 폭 44m)에서 아주 커지지 않아 영도조선소 도크 규모(3, 4도크 길이 300m × 폭 50m)에서 여유있게 건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1만TEU를 넘는 적재능력인데, HJ중공업이 2005년에 수주한 8100TEU급 컨테이너선(325m × 42.8m)에 비해 길이는 26m 이상 줄고, 폭은 1m 정도만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도크 내에서 건조할 수 있으므로 댐 공법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중형 조선소에서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HJ중공업의 노하우 덕분에 신규 조선소 건설 투자액과 필요 부지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경쟁사보다 투자비를 적게 쓴 조선사는 한 척을 건조할 때마다 드는 건조 원가도 낮아지므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작은 선박은 해운사, 즉 선주에게도 이익이다. 컨테이너 선박이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항구 터미널은 선석의 길이와 크레인 숫자의 한계 때문에 크기가 작은 선박일수록 싣고 내리는 시간과 항구 접안 시간이 단축되고 선박의 운항 스케줄도 짧아진다. 한 척당 터미널 회전율을 높일 수 있다.

그동안 건조한 1만TEU급 컨테이너선의 평균 크기는 길이 340m, 폭 48m다. 선박이 클수록 바닷물의 저항이 심해 더 강력한 엔진을 탑재해 최대 출력으로 운항해야 하며 그만큼 연료 소모량도 커진다. HJ중공업의 1만100TEU급 컨테이너선은 동급 엔진이라도 정격 출력으로 운항해 연료를 적게 쓰며, 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건조비가 비싸더라도 운항 유지비가 적게 들어 이를 충분히 상쇄하고 일정 시점엔 이익을 남길 수도 있다.

1만100TEU급 컨테이너선을 기존 도크에서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HJ중공업은 다음 단계로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댐 공법 기술 상용화 당시 전망했던 1만2000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설계하고 영도조선소에서 이를 건조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크기를 목표로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HJ중공업 측은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다만 설계 및 건조 공정기술이 진화하면 더 큰 크기도 가능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예측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는 회사 내에서 미래 선형을 놓고 치열한 연구와 토론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허브항을 오가는 2만TEU급 이상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시장이 축소된 반면, 화물을 적게 실어도 적은 운항 효율로 이익을 낼 수 있는 1만TEU 내외 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라면서, “HJ중공업이 이 크기의 시장에 부합하는 선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때마다 영도조선소의 잠재력도 향상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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