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마스가] 포스코 철강재 “잠수함은 더 깊이 잠수한다”

채명석 기자

2026-04-08 13:50:15

국내 최초 개발한 함정용 고연성강·방탄강 선급 인증 완료
강도와 연신력, 복원력 높이면서도 두께는 얇은 첨단 강재
소재 기술의 진보는 핵심 기능재로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
K-방산 수출 확대와 글로벌 해군 함정 시장 진출에 기여

포스코의 해양방산용 철강 신소재를 적용한 한국형 잠수함 가상 이미지. 사진= 포스코
포스코의 해양방산용 철강 신소재를 적용한 한국형 잠수함 가상 이미지. 사진= 포스코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포스코가 개발한 방위산업용 철강 신소재가 대한민국 함정과 잠수함의 성능과 품격을 한 단계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8일 회사 측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국내 최초로 함정용 신소재인 고연성강과 방탄강 한국 선급(KR) 인증을 획득하며 독보적인 철강 소재 기술력을 증명했다. 이번 인증은 강재 개발부터 용접성 검증, 군함 방호 성능 확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거쳐 달성한 성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고연성강(Higher-ductility hull structural steel)’은 연성(늘어나는 성질)이 일반강보다 높은 강재. 외부 충격이나 하중이 가해졌을 때 쉽게 파단되지 않고 늘어나거나 변형되는 성질을 갖는다.

포스코가 개발한 고연성강은 기존 조선용 후판 강재 대비 연신율을 35% 이상 향상시킨 강재다. 실제 함정 충돌 시뮬레이션 결과, 충격 흡수율은 약 58%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선박이나 부유체와의 충돌 시 함정의 변형량을 극대화해 손상을 최소화하고, 함정의 생존성을 높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포스코는 함정의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동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존 조선용 후판 강재 대비 두께를 약 30% 줄인 ‘방탄강’을 개발했다. 함정 상부의 조타실, 레이더, 첨단 무기체계 집중 구역 등에 방탄강을 적용해 외부 위협으로부터 방호 성능을 확보하는 한편, 상부 구조 경량화를 통해 선체 흔들림에 대한 저항성도 향상시켜 함정 복원력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복원력은 평형을 유지하던 선박 등이 외부의 힘을 받아 기울어졌을 때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힘을 말한다.
이진우 포스코 강재솔루션연구그룹 욘구원은 “KR 인증은 함정용 소재의 역할이 단순한 ‘구조재’에서 전투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능재’로 진화했고, 대한민국 함정 건조 기술이 소재 혁신을 통해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다”라면서, “첨단 무기가 정교해지는 현대전에서, 이를 감싸는 선체의 진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데 포스코의 신소재는 방어력과 기동성을 동시에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신율 35%, 충격 흡수력을 50% 이상 끌어올려 강력한 생존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선체 두께를 30%나 덜어내어 기동성과 연비까지 획기적으로 높였다”며, “우리 소재가무기체계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능재로서 K-방산의 초격차를 완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포스코 해양방산용 철강 소재의 진화 사진= 포스코
포스코 해양방산용 철강 소재의 진화 사진= 포스코

포스코의 함정용 신소재는 잠수함이 바다 깊은 곳에서 안전하게 버틸 수 있도록, 더욱 강력하고 튼튼한 철강 소재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먼저, 빙하와 부딪혀도 끄떡없는 기술을 응용한 고연성강은 기존보다 훨씬 더 잘 늘어나면서(연신율 35%) 충격을 흡수하는 힘은 50% 이상 강력해졌다. 또한, 육상 무기체계의 단단한 방탄 기술을 해양 분야에 이식한 고성능 방탄강은 강도는 유지하면서도 철판의 두께를 기존보다 약 30% 줄였다. 이렇게 철판이 두께를 줄이면 선체 경량화가 가능해져 기동성과 연비를 함께 개선할 수 있다. 이러한 소재 기술의 진보는 구조재를 넘어 핵심 기능재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며, 향후 K-방산 수출 확대와 글로벌 해군 함정 시장 진출에 기여할 포스코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잠수함이나 함정용 특수선 등에 쓰이는 철강과 일반 조선용 후판의 차이점과 관련, 이재익 포스코 강재솔루션연구그룹 수석연구원은 “바다에서 쓰이는 만큼 일반 조선용 후판과 함정용 특수 강재 모두 높은 신뢰성이 필수지만 소재가 지향하는 핵심 목적은 다르다”며, “일반 조선용 후판은 정해진 항로의 파도나 온도에 맞춰 ‘경제성과 안정성’을 최적화하는 데 집중한다. 반면 수상함이나 잠수함 같은 해양 방산용 소재는 전 세계 어느 바다에서든 작전을 수행해야 하며, 피탄이나 폭발 같은 극한의 전투 상황에서도 살아남아야 하므로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까다로운 규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즉, 일반 조선용은 용접 등 작업 효율이 좋은 ‘고효율 강재’를 주로 쓰는 반면, 해양 방산용은 특수 합금이 다량 포함되어 최고 수준의 강도와 인성(질긴 성질)을 자랑하는 ‘최상위 특수강재’를 사용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잠수함은 함정보다 소재의 중요성이 더 크다. 잠수함의 뼈대인 압력선체는 거센 수압과 폭발, 충격으로부터 승무원과 민감한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피로나 갈라짐 없이 원래 형태를 단단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압을 버티는 단단함(항복강도), 부러지지 않고 유연한 성질(연신율), 충격을 흡수하는 힘(인성), 열 없이도 구부리기 쉬운 성질(냉간가공성)을 두루 갖춘 철강이 필요하며, 이음새 역시 원래 철판만큼 튼튼하게 이어주는 완벽한 용접과 용접 후의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일본 타이게이급 잠수함은 수심 500m를 견디는 초고강도 철강(NS110, 항복강도 약 980MPa)을 적용했다. 이처럼 철이 단단해질수록 유연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반면 독일 212/214급 잠수함은 적의 자기장 기반 탐지를 피하고자 자석에 붙지 않는 ‘비자성강’을 썼지만, 소재가 버티는 힘에 한계가 있어 잠수 깊이가 약 250m 수준에 그친다. 결국 해저 충돌이나 어뢰 회피, 급격한 부상 등 극한의 위기 상황에서 잠수함이 끄떡없이 생존하려면, 단단함과 유연성의 균형을 맞춘 첨단 철강 소재와 믿을 수 있는 용접 기술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재익 수석 연구원은 이러한 잠수함 소재의 신뢰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단계의 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첫째, 손톱만한 ‘미소시험편’으로 기본 합금 설계와 물성을 수치화한다. 둘째, 강재가 생산되면 ‘실두께 시험체’를 만들어 모재와 용접부의 강도, 인성 등 한계치를 직접 테스트한다. 마지막으로 실제 잠수함 형태와 유사하게 조립하는 ‘구조물 단위 평가(Mock-up Test)’를 진행한다. 이 단계에서는 실제 가공 시 발생하는 잔류 응력, 피로 수명, 폭발 시 변형 등을 최종 점검란다. 이재원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하나의 강재가 개발되기 위해 수백 개의 유사 항목을 2중, 3중으로 반복 검증하게 되며, 이 가혹한 과정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잠수함의 생존성을 책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철판의 강도를 높이면 충격에 약해지고, 이를 보완하면 용접이 틀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포스코는 이 까다로운 한계를 두 가지 혁신으로 돌파하고 있다. 첨단 제어 압연(TMCP) 기술과 미세 조직 정밀 제어 기술을 통해 강도와 인성을 동시에 확보하고자 연구 중이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결합해 강도와 인성(유연성)을 모두 잡은 최적의 합금 비율을 찾아내는 기술이 정착되고 있다. 또 소재와 용접재를 처음부터 한 세트로 묶어 동시 개발해, 나중에 아귀가 맞지 않아 원점으로 돌아가야 했던 시행착오를 없애면서 전체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내고 있다.

포스코의 신 방산 소재를 적용한 차세대 함정 가상 이미지. 사진= 포스코
포스코의 신 방산 소재를 적용한 차세대 함정 가상 이미지. 사진= 포스코

해양 방산용 철강 개발은 국가 안보와 외교적 민감성 때문에 설계부터 운용까지 모든 기술이 철저한 보안 속에 관리된다. 기술 개발은 주로 방위사업청 주도의 국책 과제로 진행되며, 그 성과는 국가 자산으로 귀속된다. 고객사가 범용기술 개발을 요청한 경우 ‘JDP(공동개발프로젝트)’ 형태로 개발이 진행된다.

고객사 공동개발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사례는 2019년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한국선급과 함께 진행한 ‘고장력강 용접부 피로설계 기술 개발’ 프로젝트다. 독일 HDW가 기술이전한 설계기술을 적용해 설계가 진행되었으나 결국 국산화를 추진하게 됐고, 이후 3사가 협력헤 국산 설계 기술을 확보하게 된 과제였다. 향후, 국산화된 용접재료와 용접솔루션까지 적용이 되면, 고성능 대형잠수함의 자력생산 기반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진우 연구원은 “포스코는 방산 기관의 핵심 소통 창구인 양대 중공업사의 특수선사업부와 초기 설계 단계부터 밀착 협력하는 ‘사전 공동 기획(Early Supplier Involvement) 체계’를 구축하여 차세대 함정용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이번 개발된 신소재의 한국선급 인증 역시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 협업하고, 방산기관들과 소통하여 이룬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산용 강재는 단순한 고강도를 넘어 방호 성능, 용접성, 현장 조립 정합성 등 복잡한 상충 조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 난제가 있다. 그래서 협업 과정에서는 제조기술, 부품화 가능성, 특수 방호 성능 검증 방법, 그리고 최종적인 규격화(Spec-in)까지 밀접하게 의견을 교환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현장 중심의 긴밀한 기술 교류(Spec-in)는 연구실에서 놓치기 쉬운 ‘현장의 현실’을 조기에 반영할 수 있게 해줘 연구실 단위의 한계를 조기에 보완해 주었다”며, “결과적으로 5~10년 이상 소요되는 방산 연구‧개발(R&D) 특유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단기간 내 실제 함정 적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포스코는 무기체계의 운용 개념을 선제적으로 공유받고, 요구 성능을 조율하며 ‘소재와 구조 설계의 동시 진화’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이재익 수석 연구원은 포스코는 선체구조용 후판 분야에서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품질과 양산 능력을 입증하며 국내 조선 및 함정 산업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차세대 특수강 분야에서는 여전히 앞서가는 부분이 있는 미국, 독일 등 군사 선진국을 뛰어넘기 위한 전략적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단순한 기술 추격에 머물지 않고, 국가 방산 연구기관 및 조선소 특수선 설계부문과 ‘밀착형 공동 연구 체계’를 구축하여 ‘소재 개발-제조 기술-함정 설계’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포스코만의 독자적 발전 모델’을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이런 밸류체인(Value Chain) 통합형 협업 생태계는 향후 포스코가 차세대 함정 소재 기술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퍼스트무버로 도약하는 가장 강력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익 수석 연구원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대전의 양상을 분석해 보면, 향후 잠수함용 철강 기술의 패러다임은 ‘무인화 확대’와 스텔스 성능 등 ‘극한의 은밀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유인 잠수함의 위험을 분산할 무인 드론에 적용하기 위해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고강도 강재가 필수적이며, 일본 등 주변국 역시 비밀리에 소재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응해 우리나라도 무장 탑재력을 높일 선체 대형화, 더 깊은 바다를 견디는 ‘초고장력 강재’, 얕은 수심에서 적의 자기장 탐지를 원천 차단하는 ‘고강도 비자성(Non-magnetic) 강재’ 개발로 나아가야 한다. 결국, 주변국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을 뛰어넘는 고기능 특수강과 이를 완벽히 구현할 용접·가공 기술의 고도화가 우리가 선점해야 할 명확한 미래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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