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건강칼럼] 추간판 파열, 수술 없이 '자연치유' 가능하려면?

80~90% 추간판 파열 환자, 자연치유 가능…통증치료 필수
보존적치료 신경성형술, 수술까지…인내가 능사 아니다

최효경 기자

2024-10-28 14:28:52

힘찬병원 척추클리닉 허준영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힘찬병원
힘찬병원 척추클리닉 허준영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힘찬병원
[빅데이터뉴스 최효경 기자]
운동을 하다 갑자기 허리나 다리가 심하게 아파 내원한 분들의 MRI를 찍어보면 '추간판 파열' 소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추간판은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해주는 것으로 디스크라고 불린다.

추간판은 안쪽에는 말랑말랑하면서도 탄력 있는 수핵이 있고, 바깥쪽으로는 섬유륜이라는 질긴 막이 수핵을 감싸고 있다. 추간판은 웬만한 충격은 견딜 수 있지만,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거나 섬유륜에 약해진 부분이 있으면 터져서 안쪽에 수핵이 밀려 나온다. 보통 과격한 운동을 하면서 허리를 무리하게 뒤틀 때 추간판이 파열되는데, 추간판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작은 충격에도 파열될 수 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추간판이 파열되면 통증이 너무 심해, 걷기조차 힘들어 앰뷸런스를 타고 내원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이렇게 통증이 심한데도 '추간판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수술을 걱정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어떻게든 수술은 피하고 싶어 한다.

추간판이 파열된 상황에서 꼭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약 80~90% 추간판 파열 환자들이 수술하지 않고 자연치유가 가능하다. 다만 자연치유 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므로 적절한 통증 치료는 필수다. 즉 약물 및 물리치료, 신경주사, 신경성형술 등 통증 조절 치료를 하면서 수핵 안쪽에 수분이 줄어들며 삐져나온 수핵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 자연 치유될 수 있다.
임상에서 이런 사례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 40대 중반 A씨는 무거운 물건을 들다 허리를 삐끗해, 오른쪽 다리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급하게 내원했다. MRI 촬영 결과 요추 4번과 5번 사이 추간판이 오른쪽으로 파열됐다. A씨는 심한 통증으로 '신경성형술'부터 시행했다. 이후 신경주사를 3번 맞고 약물치료를 병행한 결과, 통증이 많이 개선돼 무리 없이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었다.

신경성형술은 꼬리뼈를 통해 긴 카테터를 파열된 추간판 가까이 위치시켜 스테로이드제와 고농도의 식염수, 마취제를 뿌리는 시술이다. 빠르게 통증을 호전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시술로 알려져 있다.
또한 추간판 파열이 심해 수술이 필요한 환자 중 약 70%가 신경성형술을 받고 수술을 피했다는 논문 보고가 있을 만큼, 통증 조절 효과가 뛰어나다.

예를 들었던 A씨의 1년 뒤 MRI 촬영 결과, 추간판이 파열돼 수핵이 삐져나왔던 요추 4번과 5번이 깨끗하게 자연 치유됐다.

이처럼 대부분 추간판 파열은 자연치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다음 3가지 경우는 수술이 필요하다.

먼저 대소변 장애를 동반하는 마미총증후군이 나타나면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 마미총은 요추 신경 끝부터 천수신경, 미추신경을 아우르는 신경다발로 회음부, 항문 등 하반신의 감각과 운동에 관여한다. 그래서 마미총이 눌리면 대소변장애나 하반신 마비가 올 수 있으며, 빨리 풀어주지 않으면 영구 장애가 남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발을 잘 못 들어 올리는 족하수(foot drop) 현상과 같이 심한 하지 마비가 왔을 때다. 이 경우 응급 수술을 해야 한다. 만약 보존적 치료를 먼저 하면 신경 손상이 심해져 나중에 수술해도 마비가 풀리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술을 포함해 보존적 치료를 해도, 호전 없이 일상복귀를 못하는 경우다. 수술을 원치 않아 자연치유를 기다리며 심한 통증을 참기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보존적 치료와 신경성형술 같은 시술 이후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수술을 선택하는 것도 현명하다는 말이다.

최효경 빅데이터뉴스 기자 chk@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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