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 주가 급등…‘K-방산 잭팟’ 폴란드, 5조원대 무기 구매 추진

김준형 기자

2024-10-23 02:53:10

LIG넥스원, 주가 급등…‘K-방산 잭팟’ 폴란드, 5조원대 무기 구매 추진
[빅데이터뉴스 김준형 기자]
폴란드가 K-9 자주포와 다연장 로켓 천무 등 총 5조원대에 달하는 한국산 무기를 한국 정부의 수출 금융 지원 없이 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복수의 방위산업 소식통들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2차 계약'의 일환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K-9 자주포 152문과 천무 72대를 구매하기로 하고 유럽계 글로벌 은행과 자금 마련에 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폴란드 정부는 2차 계약 일환으로 작년 12월과 지난 4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9 자주포 152문, 천무 72대 구매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당시 발표된 각 계약 규모는 3조2천억원, 2조2천억원이었다.

이들 계약에는 올해 11월까지 양국 당국 간 별도의 금융 계약이 체결돼야 효력이 발행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었다.
이후 양국 정부 간 협의가 이어졌지만 앞서 이뤄진 124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1차 계약과 관련한 수출 금융 지원으로 한국 정부의 추가 대(對)폴란드 수출 금융 지원 여력에 제한이 생기면서 합의점 도출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와 방산업계는 대안으로 한국 시중은행들을 통한 민간 '신디케이트론'도 제시했지만, 폴란드 측은 조달 금리가 더 낮은 당국 간 차원의 금융 계약을 강하게 희망해왔다.

앞서 폴란드가 1차 계약을 체결할 때도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계약액의 80%가량인 100억달러 규모의 대출과 보증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 계약은 정부 간 계약(G2G) 성격이 강하고 수출 규모도 커 수출국에서 저리의 정책 금융·보증·보험을 지원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다.

한국 정부의 금융 지원을 요구하던 폴란드가 자체 자금 마련으로 방향을 튼 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자국 안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방력 강화 일정표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부분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패배하면 자국이 서방과 러시아의 최전선이 될 것으로 우려하면서 최근 수년간 국방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폴란드가 느끼는 안보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방산 전문가인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폴란드는 러시아와 인접하고,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 안보 위협을 크게 느끼고 있어 소탐대실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한국 외에는 가성비 높은 방산 제품을 원하는 시간에 공급할 수 있는 나라가 없어 서로 윈윈"이라고 말했다.

폴란드가 2차 계약의 시작인 K-9 자주포, 천무 구매 관련 한국의 수출 금융 요구를 일단 접은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한국이 폴란드를 포함해 추가 대형 방산 수출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만큼 정부의 방산 수출 금융 지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방산업계는 지난 2022년 7월 폴란드와 '잭폿'에 비유되는 초대형 무기 수출 관련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그해 8월 총 124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1차 계약 서명이 우선 이뤄졌다. 1차 계약에는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212문, FA-50 경공격기 48대 등의 공급 계획이 담겼다.

이후 작년 12월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152문을 시작으로 2차 계약 차원의 개별 계약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본계약에서 K2 전차 1천대를 공급하기로 한 현대로템의 경우 1차 계약에서 우선 180대를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820대 규모의 대규모 2차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폴란드 측은 K2 전차 등 나머지 2차 계약 추진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금융 지원을 여전히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연구위원은 "과거 방산 수출이 건별로 수천억원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10조∼20조원으로 단위가 달라져 수출 금융이 요구될 때 준비가 필요하다"며 "수은 자본 확충 외에도 민간 신디케이트론 확보, 정부의 금리 보전 제도 도입 등 대규모 수주를 뒷받침할 체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한국을 국빈 방문하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오는 25일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의 경남 창원 사업장을 방문, 자국이 수입한 K-9 자주포와 K2 전차 생산라인을 시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에 국내 방산주가 대거 강세를 보였다. 전일 정규매매에서 퍼스텍(8.29%), 빅텍(5.86%), LIG넥스원(4.13%), SNT다이내믹스(2.97%), 풍산(2.56%), 기산텔레콤(2.09%) 등이 올랐다.

퍼스텍은 지뢰 제거 관련주로 꼽힌다. 퍼스텍은 과거 국방연구원 등과 함께 지뢰제거 로봇을 개발한 이력을 갖고 있다. 현재는 지상 분야 무인화 장비 중에 장애물 개척 및 폭발물 탐색, 운반, 폭파 등의 임무를 지원하는 전기식 다관절 매니퓰레이터 장치인 '조작팔'을 연구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풍산은 1973년 국내 첫 방위산업체로 선정된다. 목표는 탄약의 국산화였다. 그동안은 미국에 의존해왔던 탄약 생산에 뛰어들면서 1975년 미국에 소총탄 200만발을 처음으로 수출했다. 우리 군에서 사용하는 탄약은 오롯하게 풍산의 힘으로 대부분 국산화에 성공했다. 일찌감치 뛰어든 만큼 속도도 빨라서 1990년대 이미 탄약 국산화율이 98~100% 수준이었다. 박격포탄은 100%, 소구경탄과 대공포탄, 함포탄과 항공탄 등은 98.3%의 국산화를 이뤘다.

빅텍은 방위사업(전자전 시스템 방향탐지장치, 군용전원공급장치, 피아식별장비, TICN 장치 및 기타 방산제품 등) 및 민수사업(공공자전거 무인대여시스템(U-BIKE) 등)을 영위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정밀 유도무기와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 등 육해공 전 분야에서 첨단무기 체계를 개발·생산한다. KB증권 정동익 연구원은 "LIG넥스원은 지난달 20일 이라크 국방부와 3조7135억원 규모의 M-SAM(천궁-II)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며 "보안관계상 계약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6년부터 현지화 연구개발(R&D) 등 일부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는 올해 최종 테스트를 통과한 비궁 유도로켓의 미국 수출도 성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NT다이내믹스는 자동변속기 및 화력장비 등 방위산업 제품과 차량 부품 등의 생산과 공급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SNT다이내믹스는 최근 튀르키예 전차체계업체인 BMC와 총 2671억원 규모로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3세대 주력전차(MBT)인 뉴 알타이에 대해 1500마력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의 K2 전차 4차 양산 과정에서 SNT다이내믹스 변속기의 장착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1500마력 변속기 내구도 평가가 시행됐고, 향후 개최될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장착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산텔레콤의 방산 종속회사 현대제이콤은 항공기, 전차, 장갑차, 함정 등에 들어가는 다양한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김준형 빅데이터뉴스 기자 k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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