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시간외 매매에서 칩스앤미디어 주가는 종가보다 1.65% 오른 2만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칩스앤미디어의 시간외 거래량은 14만8354주이다.
이는 저전력·저비용으로 맞춤 설계를 지원하는 ‘RISC-V’ 아키텍처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을 가를 새로운 무기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PC, 모빌리티, 데이터센터 등 모든 산업에서 AI를 원활하게 구동해줄 AI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를 설계하는데 최적화된 RISC-V 사용이 높아지고 있다. RISC-V는 반도체 설계 시 활용되는 개방형 아키텍처로, 미국 UC버클리대 연구진이 2010년부터 개발해 2014년 공개했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꼈다. AI 반도체에 성능 최적화와 저전력·고효율의 두 장점이 동시에 필요해지면서 이를 모두 갖춘 RISC-V 설계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명령을 인식하고 수행하는 ‘명령어 세트’(ISA) 수에서도 x86은 1500개, ARM은 200개인 반면 RISC-V는 47개로 단순화했다. ISA 개수가 줄어들면서 발열 문제를 해결했다.
RISC-V는 개발 권리가 개방돼 있어 누구나 칩을 사용할 수 있는 아키텍처다. 자유로운 설계 변경과 응용도 가능해 복잡한 라이선스 과정도 거치지 않는다. 스마트폰의 90% 이상, 태블릿PC의 85% 이상에 활용돼 독과점 우려가 높은 ARM이 로열티 가격을 올리면 설계자 입장에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지만 RISC-V는 이같은 문제에서 자유롭다. 칩 제작에 투입되는 비용 중 설계 IP 비용은 약 15%다. 기업 입장에서 AI 반도체 단가가 올라가는 만큼 RISC-V 사용시 설계 비용을 아낄 수 있다.
RISC-V 선도 기업은 2016년 설립된 캐나타의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텐스토렌트다. ‘반도체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이 회사는 IP 라이센싱과 고객 맞춤형 칩렛(하나의 칩에 여러 개의 칩을 집적하는 기술) 설계를 주요 사업 모델로 삼아 기업 가치 10억 달러(1조3000억 원)에 이르는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켈러 CEO가 2020년 텐스토렌트에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합류했을 당시 직원은 60명에 불과했지만 이젠 300여 명을 거느릴 정도로 성장했다.
켈러 CEO가 RISC-V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AI 시대의 기술 혁명에 ‘오픈소스’가 중요하다고 봐서다. 켈러 CEO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 AI 포럼 2023’ 기조연설에서 “지난 40년간 기술 영역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발전이 개방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이라며 “오픈소스는 제품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RISC-V 생태계에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RISC-V 생태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ISC-V 지원을 위한 SW 개발도 생겨나는 추세다. RISE(RISC-V Software Ecosystem)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RISE는 RISC-V 기반 SW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출범했다. 삼성전자, 구글, 인텔, 퀄컴 등 글로벌 IT·반도체 업체 13개 회사가 이사회 멤버로 참여했다.
한편 칩스앤미디어는 국내 유일 반도체 IP(반도체설계자산)상장 기업이다. 자동차, IP카메라, 드론, 로보틱스, 가전, 모바일용 반도체 칩에 비디오 IP를 제공한다. 주로 팹리스 업체에 IP를 라이선스해 수익을 창출한다. 생산된 칩이 팔릴 때 칩스앤미디어가 다시 한 번 로열티 형태로 수익을 거둔다.
회사 측은 최근 팹리스로 한정돼 있던 거래선이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비디오 IP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달 해외 유수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며 "데이터 센터의 서버에서 비디오를 처리하는 칩에 칩스앤미디어의 비디오 IP가 들어가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SiFive를 주축으로 한 반도체IP 업체들의 연합 조성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SiFive는 미국 UC버클리 컴퓨터 과학 연구자들에 의해 탄생한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RISC-V를 활용해 맞춤형 SoC 설계 자산을 라이선싱한다.
칩스앤미디어는 SiFive의 디자인쉐어(DesignShare) 파트너로 IP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SiFive가 칩스앤미디어의 비디오 IP와 RISC-V 등 다양한 IP를 턴키(Turnkey)로 칩 업체에 제공한다"며 "칩스앤미디어가 IP를 라이선스하는 경로가 추가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준형 빅데이터뉴스 기자 k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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