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씨아이에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64% 오른 1만1090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장비 발주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업체들이 2027년까지 짓기로 한 글로벌 공장 규모는 연산 1109.3GWh(기가와트시)다. 현재 가동 중인 공장을 제외하고 2027년까지 추가로 짓는 공장 규모만 757.3GWh에 이른다. 1GWh당 설비투자가 평균 1300억원 들어간다고 봤을때 설비투자 총액은 98조4490억원으로 100조원에 육박한다. 설비투자 중에서 30~40% 이상이 장비 구매에 들어간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29조5300억~39조3800억원 규모다. 설비투자액 내 장비 투자 비중은 공장 규모가 크면 클수록 높아진다. 건설 비용은 규모의 경제로 인해 대규모일수록 보다 저렴해지는 데 비해 장비 비용은 규모가 커질수록 비례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30GWh 이상의 대규모 공장을 다수 짓고 있는 미국의 경우 중국이나 헝가리, 폴란드보다 장비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첨단산업인 반도체의 상황은 다르다. 국산화율이 20% 수준에 그친다. 반도체장비 국산화율은 국내 반도체 기업에 공급된 장비 중 국내기업이 국내에서 생산한 비율을 가리킨다. 국내 장비 수입 중 77.5%는 미국·일본·네덜란드 등 3국에 의존하고 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미국), ASML(네덜란드), 램리서치(미국), 도쿄일렉트론(일본), KLA(미국) 등 ‘세계 5대 반도체장비 기업’의 국내 매출액은 203억달러(약 25조 9637억원)로 점유율이 81.3%에 달했다(한국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자료).
배터리 장비의 높은 국산화 비율은 국내 배터리 3사가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세를 이루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일본에서 태동했지만 대규모 양산을 먼저 시작한 것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다. 1990년대부터 노트북·휴대전화 등에 들어가는 소형전지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장비 생태계도 튼실해졌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 등 지근거리에 지속적인 수요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서는 더욱 규모가 커졌다.
국내 배터리 장비 기업들은 한국 배터리 3사 뿐만 아니라 유럽·미국 등 해외 배터리셀 제조사들에게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2026년 이후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걸고 있는 유럽기업들의 장비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추가적인 수주 가능성이 높다. 하나기술 , 에스에프에이 , 탑머티리얼 등이 제각기 장비 컨소시엄을 꾸려 노스볼트·엔비전AESC·프레이어·ACC 등에 국산 배터리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너도나도 배터리 양산에 나서면서 기술력과 대규모 수주 실적을 갖춘 한국 장비 기업들이 쾌재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판을 좌우하는 네덜란드 ASML같은 장비 기업이 한국에서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다만 배터리 장비 기술은 비용 절감 등 분야에서 보다 고도화할 필요는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배터리 장비 시장은 올해 7조6319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31% 이상 성장해 2030년 39조691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공정은 전극→조립→ 활성화(화성)→검사 공정으로 크게 4단계로 나눠진다. 우리 장비 기업들은 섞고 누르고 자르고 숙성시키는, 배터리 세부 공정 하나하나에 맞는 장비를 개발했다.
이후 전극은 두개의 커다란 롤 사이로 통과해 납작하게 만든다. 입자 사이의 불필요한 공간을 없애며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다. 롤프레싱 공정에는 씨아이에스, 피엔티의 장비가 들어간다. 납작해진 전극을 각 사이즈에 따라 가로로 자른 후(슬리팅) 다시 세로 방향으로 잘라주면(노칭) 전극 공정이 완료된다.
이렇게 완성된 전극은 파우치·각형·원통형 등 폼팩터에 따라 조립 공정을 거친다. 양극·음극·분리막을 층층이 쌓거나(스태킹) 접거나(폴딩) 감아서(와인딩) 파우치나 알루미늄 캔에 넣은 후 전해액을 주입한다. 이 공정을 거치면 배터리 형태는 완성된다. 톱텍·원익피앤이·하나기술 등이 조립 공정 장비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전지 특성을 심는 것이 활성화 공정이다. 이 공정에서는 배터리를 충·방전하고 ‘숙성(에이징)’시켜 활성화한다. 에이징은 정해진 온도, 습도에서 일정 시간동안 보관해 배터리 내부에 전해액을 충분히 분산시켜 이온 이동의 최적화 상태를 만드는 공정이다. 원익피앤이 , 에이프로 , 삼지전자 등의 장비를 사용한다. 이후 검사장비를 통해 셀의 불량을 점검하고 포장을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된다.
배터리 공정별 장비 투자 비중은 대개 전극공정(30%), 조립공정(17%), 활성화공정(29%), 검사·자동화 공정(24%)으로 이뤄진다. 매출액 기준(2022년)으로 보면 에스에프에이(이차전지 부문·5429억원), 원익피앤이(2888억원), 필에너지 (1897억원), 씨아이에스(1572억원) 등의 기업이 배터리 장비 기업 순위에서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배터리 기업들의 장비 발주는 공장 준공 시점보다 1년~1년 반 가량 앞서 시작된다. 2025년 준공되는 다수의 미국 공장에 공급될 배터리 장비 발주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이 다가왔다는 평가다.
김민정 기자 thebigdata@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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