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시간외 매매에서 STX중공업 주가는 종가보다 2.57% 오른 1만7930원에 거래를 마쳤다. STX중공업의 시간외 거래량은 1만2088주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과 선박 엔진 제작업체 STX중공업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공정위는 엔진 부품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3년간 공급 거절과 가격 인상을 금지하는 내용의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15일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의 주식 35.0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국내 선박용 엔진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엔진 부품(CS) 및 선박용 엔진 간 수직결합 ▲선박용 엔진 간 수평결합 ▲선박용 엔진 및 선박 간 수직결합 ▲엔진 부품(CS) 간 수평결합 등 다양한 결합유형에서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했다.
공정위는 이 중에서도 엔진 부품(CS) 및 선박용 엔진 간 수직결합의 경쟁제한 우려에 대해 주목했다. 공정위는 결합회사가 한화엔진과 STX엔진에 선박용 엔진의 핵심 부품인 크랭크샤프트를 공급하지 않아 엔진을 생산하지 못할 현실적인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과거 국내 엔진 제조사들은 크랭크샤프트를 직접 생산하거나 특정 업체와 전속적 거래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지난 2018년 한화엔진(옛 HSD엔진)과 두산에너빌리티의 계열관계가 종료되면서 수직계열화된 구조에 변화가 발생했다. 한화엔진이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크랭크샤프트 100%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던 구조에서 20%는 KMCS로부터 공급받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번 기업 결합으로 STX중공업이 HD현대중공업의 계열회사로 편입되고, 한화엔진의 엔진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그 수요는 100% 경쟁자인 결합회사 쪽으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KMCS가 한화엔진에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거절할 유인이 증가하게 됐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이 같은 공정위 판단에는 한화엔진이 다른 곳에서 크랭크샤프트를 조달하기 쉽지 않은 상황도 고려됐다. 한화엔진의 주 공급처인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공장 가동률이 포화상태에 달했고 크랭크샤프트와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원전 주기기의 수주 증가로 크랭크샤프트 생산을 증대시킬 여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중국산 크랭크샤프트는 품질, 운송비 및 납기 안정성 등 측면에서 대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엔진의 입장에서 KMCS가 유일한 대체 공급선인 셈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KMCS가 결합 후 한화엔진 등 경쟁 엔진사에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거절하거나 공급하더라도 불리한 가격 또는 납기로 공급하게 될 경우, 경쟁 엔진사의 엔진생산에 차질이 발생해 결합회사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기업집단 한화는 지난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재 한화오션)을 인수하면서 조선업에 진출했다. 올해 HSD엔진(현재 한화엔진)을 인수해 선박용 엔진제조업을 수직계열화함으로써 조선 및 선박용 엔진 분야에서 HD현대중공업의 유력한 경쟁사업자로 등장한 상황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경쟁 구도에서 한화가 미처 수직계열화하지 못한 크랭크샤프트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선박용 엔진 시장, 나아가 조선업 시장에서 한화와 HD현대중공업이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3년 동안 경쟁 엔진사의 안정적인 크랭크샤프트 수급이 가능하도록 공급 거절 금지, 최소 물량 보장, 가격 인상 제한, 납기 지연금지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필요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기업결합으로 HD한국조선해양은 엔진 부품 시장의 약 80%, 선박용 엔진 시장의 약 70%를 보유해 각 시장의 1위 사업자 자리를 굳혔다. 엔진 부품부터 선박까지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 구조도 공고화했다.
STX중공업이 HD현대그룹의 일원이 되면서 영업확장 잠재력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경영권 양도 계약건은 영업 확장 가능성을 가장 크게 가져갈 수 있는 인수주체에게 넘어간 사례”라며 “HD현대그룹은 제3자로부터 수주하는 선박엔진 제조 사업역량의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고 파악했다.
그는 “현재 25% 미만에 불과한 선박엔진 제조설비 가동률을 50%까지 높이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덧붙였다.
신영증권은 STX중공업 목표주가를 경쟁사인 HSD엔진과 비교해 산정했다.
엄 연구원은 “HSD엔진은 아직 한화그룹 편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편입 기대감이 반영돼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STX중공업은 가동률 차이 등을 감안해 HSD엔진에 적용하는 주가배수에 20%를 할인해 목표주가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STX중공업을 새로운 조선기자재 최선호주로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김준형 빅데이터뉴스 기자 k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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