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논단] ‘평화의 도시’(예루살렘) 살롬(안녕)의 만남…미국·이란 평화협정 복원기대

2021-05-03 10:00:47

사진 = 남영진
사진 = 남영진
중동의 ‘종교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1948년 이스라엘이 나라를 세우자마자 독립전쟁이 일어났다. 이때 살던 지역을 뺏긴 주위 팔레스타인인들과 식민지배를 했던 영국과 미국의 지원을 받은 유태인들과의 싸움이었다. 이후 1968년 시나이반도에서 탱크전과 북부 시리와와의 국경인 골란고원에서 포격전을 벌인 ‘7일 전쟁’의 주역은 이스라엘과 이집트, 시리아였다.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시나이반도를 이집트에 돌려주는 조건으로 평화협정이 맺어져 중동평화가 정착되는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지역 패권국가로 새로 부상한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와 종교혁명으로 집권한 호메이니의 이란의 전쟁으로 다시 전쟁에 휘말렸다. 양국전쟁 중 이스라엘은 반사적 이익을 얻었고 이후 주적은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석유자원을 중심으로 한 친미 수니파의 사우디왕가는 이란의 시아파가 부상하는 것을 걱정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치지구인 가자지구와 요르단 동안까지 유태인 정착촌을 확장하며 압박하자 국제적인 반이스라엘 분위기로 돌아섰다. 2000년대 이후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등 ‘아랍의 봄’ 물결 속에서 중동, 북아프리카지역에 민주화가 진행됐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리비아의 카다피, 이라크의 후세인이 물러난 이후 알케이다, IS등 테러조직이 중동평화를 위협하는 주요인이었다.

미국의 트럼프대통령이 여기에 불을 붙였다. 유태인과 아랍인, 기독교인들의 공동 성지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대사관을 여기로 옮겼다. 미국 월가의 유태인부자들의 지원을 받은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의 파레스타인인 탄압을 묵인하고 새로 이스라엘의 주적이 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했다.

이미 핵무기 보유국으로 공인받는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철저히 막으려 한다. 이미 몇 차례에 걸쳐 이란 핵과학자 암살과 핵 연구소를 공격했던 이스라엘은 최근 4월11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200㎞정도 떨어진 나탄즈 핵시설을 공격했다. 이곳은 2015년 오바마 미대통령이 이란과 맺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로 사용이 금지된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보유한 곳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핵합의 복원을 막으려고 이 시설 공격을 단행했다고 보고 있다. 지하 50m 지점에서 폭발이 일어났으며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이란은 지난해 말 자국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암살당하자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로 상향한 데 이어 이번에 나탄즈 핵시설이 공격받자 농축 농도를 60%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란이 나탄즈의 핵연료농축시설(PFEP)에서 농도 60% 육불화우라늄(UF6)을 생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UF6는 천연 우라늄으로부터 생산된 고체 상태의 우라늄을 기체로 만든 화합물로, 핵무기 원료로 사용되는 우라늄-235 원자를 분리하기 위해 원심분리기에 주입된다. 미국은 세계패권 경쟁에서의 주적(主敵)을 중국으로 보고 있다. 국제정치상에서는 잘 쓰이지 않지만 우리도 북한을 주적이라고 하고 있어 미-중대결이 주적관계라는 것을 알고 있다. 2차대전후 냉전(cold war)시대 미국과 소련의 패권다툼은 핵개발, 미사일개발, 우주개발등 눈에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91년 소련의 해체 20여년 후 21세기에 들어서 중국의 굴기(崛起:갑자기 부상함)로 군사, 안보 대결을 넘어 경제와 금융까지 패권경쟁이 치열하다.

이 대결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은 지역이 중동에서는 이란이고 극동에서는 한반도다. 팔레비왕을 쫒아낸 호메이니 혁명이후 미국과 이란은 핵개발문제로 항상 으르렁댔다. UN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5국외에 인도와 파키스탄이 70년대부터 핵을 가졌고, 그리고 10여년부터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미국으로서는 이란과 북한의 핵무기개발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오바마대통령은 이란의 핵개발 진전을 막기 위해 일정부문 경제제재를 풀어주는 댓가로 핵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성사시켰다. 2015년 중국, 러시아를 중재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과 맺은 핵 합의를 성사시켰다. 그러나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을 추진한 트럼프대통령은 이 국제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협약을 복원하기 위해 지난 4월초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다.

12억 가톨릭신자들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례명은 13세기 이탈리아 아시시에서 수도원을 연 프란치스코 성인의 세례명을 받았다. 이 성인은 가톨릭인들이 자유로운 성지순례보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예루살렘과 아랍지역을 7차례나 침략한 ‘십자군전쟁’때의 사람이다. 그는 십자군전쟁에 참여해 환시를 본 뒤 수도자가 되었다. 1219년 프란치스코는 십자군 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고자 이집트의 술탄을 직접 방문한 적이 있다.

지난 3월초 프란치스코 교황이 코로나19와 테러위협 속에서도 중동지역의 허브인 이라크 남부의 우르지역을 4일간 방문했다. 가톨릭 2,000년 역사상 첫 방문지가 3종교의 공동조상인 아브라함의 출생지였다. 800년전 프란치스코 성인의 카이로방문과 1,200년후의 교황의 이라크방문은 평화를 구하려는 종교간 대화의 최고봉이다.

중동지역에는 유난히 평화를 강조하는 말이 많이 쓰인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공동성지인 예루살렘은 ‘평화의 도시’라는 뜻이다. 아랍어의 인사인 ‘압살롬’도 평화를 기원하는 인사이고 히브리어의 ‘샬롬!’도 헤어질 때 평화를 비는 인사다. 전 세계 예연가들은 <살렘(SALEM:평화)>담배를 피우며 하루를 연다. 바이든대통령의 미국이 이란과의 평화협정을 복원해 이 지역에 ‘전쟁없는 살렘’이 깃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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