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산업, 그룹총수 장남회사에 영업권 무상제공... '경영권 승계 꼼수' 공정위 철퇴

이경호 기자

2021-01-12 09:57:42

[빅데이터뉴스 이경호 기자]
공정위가 중견 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과장금을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KPX소속 진양산업이 그룹총수인 양규모 회장의 장남 양준영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게 베트남 현지 계열사 비나폼에 대한 스폰지 원료의 수출 영업권을 무상으로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총 1635백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진양산업은 2015년 8월 자신이 수출하던 스폰지 원료 폴리프로필렌 글리콜(이하 ‘PPG’)의 수출 영업권(평가금액 3677백만원)을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무상으로 양도했다.

특히, 양도 과정에서 당사자 간 계약이나 상응하는 대가의 지급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지원행위를 통해 지원객체인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베트남 소재 국내 신발제조업체 등에 납품되는 스폰지의 원재료 수출 시장에 아무런 노력 없이 진입해 독점적 이윤을 향유했으며, 그 결과 잠재적인 경쟁사업자의 진입이 봉쇄되는 경쟁제한 효과가 초래됐다.

앞서 진양산업은 스폰지 제조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국내업체로부터 매입해 상당한 이윤을 더해 베트남 현지법인 비나폼(진양산업 100% 지분 보유)에 수출해왔다.

비나폼은 진양산업에서 수입한 원부자재로 스폰지를 생산해 현지 국내 신발제조업체(창신, 태광실업 등)에 납품했다.

진양산업은 자신이 비나폼에 수출하던 원부자재 중 PPG에 대해 2012년 4월부터 물량 일부를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이관하기 시작했고 2015년 8월 부터는 모든 PPG 수출 물량을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이관했다.

이러한 PPG 수출 물량 이관은 두 회사 모두에서 재직하던 임원의 의사결정에 의해 이루어졌고, 이와 관련한 계약 체결이나 상응하는 대가 지급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심지어 2016년 12월까지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실무 인력이 없어 다른 계열사 직원이 수출 업무를 대신 수행했다.

결국 진양산업은 종국적으로 2015년 8월 PPG 수출 영업권을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무상으로 양도한 것이며 이에 따른 지원금액은 총 3,677백만원에 이른다.

공정위는 이 사건 지원행위를 통해 수출업 경험이 없던 지원객체인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사업 기반 및 재무 상태가 인위적으로 강화됐다고 보고 있다.

2011년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매출액은 부동산임대업에서 발생하는 327백만원에 불과했으나, PPG 수출 물량이 이관되기 시작한 2012년부터 부동산임대업 매출액의 약 12~22배에 달하는 매출이 PPG 수출 거래에서 발생했다.

연 평균 영업이익 역시 이 사건 지원행위 전인 2007년부터 2011년까지는 약 77백만원에 불과했으나 PPG 수출 물량이 이관되기 시작한 2012년부터 2019년까지는 약 1,406백만원으로 18배 이상 증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베트남 소재 국내 신발제조업체 등에 납품되는 스폰지 원재료 수출 시장에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아무런 노력 및 인적·물적 기반 없이 신규로 진입해 독점적 사업자로서의 지위가 형성·유지된 반면, 수출업을 영위하는 잠재적 경쟁 사업자의 시장진입은 봉쇄됐다"고 전했다.

이어 "진양산업으로부터 PPG 수출 물량을 이관받은 결과 충분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그 수익을 기업집단의 지주회사인 KPX홀딩스 지분 확보에 활용함으로써 동일인 장남의 기업집단 KPX에 대한 경영권 승계 발판을 마련했다"며 "공정거래저해성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에 비해 기업집단 내·외부의 감시와 견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지만 경쟁저해성은 대기업집단에 못지 않는 중견 기업집단의 위법 행위를 엄정하게 조치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며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시장에서 경제력을 남용하는 중견 기업집단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감시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진양산업, 그룹총수 장남회사에 영업권 무상제공... '경영권 승계 꼼수' 공정위 철퇴

한편, 기업집단 KPX(양규모)는 2019년 12월 기준 국내 계열사 27개, 해외 계열사 5개 등 총 32개 계열사가 있으며, 총 자산규모는 국내 계열사 기준 약 2.3조원인 중견 기업집단이다.

진양산업은 플라스틱 발포 성형제품 제조 및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진양홀딩스로서 43.2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2019년말 기준).

케이엔터프라이즈는 1987년 3월 설립되어 부동산임대업 및 상품수출업을 영위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기업집단 KPX 동일인의 장남인 양준영으로서 88%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외 동일인 및 그의 배우자가 각 6%를 보유하고 있다(2019년말 기준).

비나폼은 1996년 10월 베트남에 설립되어 현지에서 플라스틱 발포성형제품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진양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2019년말 기준).

이경호 빅데이터뉴스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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