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지역주의'로 치부하는 세력에게

2020-04-16 10:55:46

임경오 / 빅데이터뉴스 발행인
임경오 / 빅데이터뉴스 발행인
1941년 12월 7일 일요일, 일본은 선전포고 없이 미국 영토의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했다. 별다른 대비가 없었던 미국은 7척의 전함 가운데 5척을 잃었고, 미국 항공기 200 대 가량이 날아보지도 못하고 지상에서 철저히 부서졌다.

사망자수는 민간인 68명 포함, 2,403명에 이르렀으며 부상자도 1,178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 태평양 함대 총사령관 하즈번드 키멀 제독은 이미 2주일 전 워싱턴으로부터 "일본의 급습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를 받았지만 키멀은 특별히 진주만이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주만은 안전할 것이라고 믿었다.

키멀 제독은 11월 27일과 12월 3일에도 잇따라 경고를 받았지만 '진주만은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 아래 염두에 두지도 않았으며, 일본은 아시아에서 싸우느라 바쁘기 때문에 진주만을 공격할 수 없을 것으로 확신하고 진주만 피습 하루 전날에 나온 "일본 항공모함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무시해버렸다.

결국 일본은 진주만을 공격했고, 미국은 큰 피해를 봤다.

키멀은 ‘진주만은 안전할 것’이라는 자기 신념에 빠져 그와 반대되는 증거들은 모조리 무시한 것이다. 이처럼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반대 정보는 배척하는 심리를 ‘확증 편향’이라고 한다.

즉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심리를 뜻한다.

기억나는 우화 하나가 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영국의 런던의 여왕을 방문하게 됐다. 친구는 런던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고양이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 지금 어디 갔다오니?”

“영국 여왕을 만나러 런던에 갔다오는 길이야.”

“영국 여왕 앞에서 무엇을 보았는데?”

“응, 여왕의 의자 밑에 있는 생쥐를 봤어”

이같은 확증편향은 로마시대라고 다르지 않았나 보다.

시오노 나나미는 1992년 제1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를 시작으로 '로마인 이야기'를 15년 동안 매년 한 권씩 집필, 2006년 마침내 제15권 ‘로마 세계의 종언’을 끝으로 대장정을 끝냈다.

로마인이야기 15권중 유일하게 2권에 걸쳐 등장하는 인물인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것 밖에는 보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보고 싶지 않은 것까지 볼 수 있었던 위대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확증편향은 정치세계에 들어오면 이상스러울만치 더 탄력을 받게된다.

지난 2016년 2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천정배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에 취임하면서 같은해 4월 치러진 20대 총선에 나섰다.

당시 호남 민심은 박근혜 정부 견제에 실패한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국민의당을 밀어주었다.

국민의당은 호남지역 싹쓸이를 발판 삼아 총38석의 의석을 확보하고 정당득표율에서도 2위를 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호남지역이 그동안 민주당을 밀었던 것은 지역주의가 아니었음을 짐작케 해주는 강력한 반증이다.

지역주의는 '애향(愛鄕)'을 의미하고 '애향'의 또 다른 얼굴로 '맹목성'을 가지고 있기에 소수가 잠시 등을 돌리는 일은 있어도 절대 다수가 자신의 고향을 등진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등돌린 호남민심이 이번에 민주당을 선택했다고 해서 '지역주의'로 몰아갈수 있을까.

영남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잇따라 선택한 호남민심을 지역주의로 매도할수 없다는 것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20대 총선시 민주당을 떠났던 민심이 아베의 무역 규제와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국가경제를 훌륭하게 지켜냄으로써 세계의 칭송을 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한 호남의 민심을 지역주의로 매도하는게 진심인지 묻고 싶다.

강남과 용산, 분당에서 야당을 선택한 것은 종합부동산세 영향도 아주 없다고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적 위기때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발목을 잡는 것도 모자라 막말 파동과 제명 파동으로 인해 대부분 지역에서 야당에 등돌린 상황인데도 '우리가 남이가'하면서 밀어준다면 이거야말로 지역주의가 아니겠는가.

호남과 영남의 선택을 같은 선상에서 '지역주의'로 매도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보고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에 사로잡혀있다고 볼수 밖에 없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볼수 밖에 없다.

20대 총선때 민주당에 회초리를 들었던 호남지역 민심은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호남 출신 김대중 전 대통령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이 겹치면서 이번엔 민주당을 선택했다. 민생당은 호남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못하고 참패를 했다.

3000여년전 중국 주나라 창업 공신인 강태공이 죽어서 주나라에 묻히고 강태공의 5대 후손까지 주나라에서 뼈를 묻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말을 탄생시켰다.

누구나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사랑하고 자신이 자란 지역에 대해 애착심을 갖는건 당연하다.

그러나 자신의 고향사람이 대다수 국민들의 희망과 다른 길을 갈 때도 맹목적으로 밀어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지역주의의 발로다.

국민은 국회선진화법도 넘을수 있는 의석수를 여당에 안김으로써 개혁을 완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것이 민심이다.<임경오 / 빅데이터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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