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진화하는 인권유린 ‘디지털성범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사입력 : 2020-04-06 07:5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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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희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익보호특별위원회 위원


우리나라 성범죄는 비디오, 컴퓨터, SNS로 진화해 왔고 비디오에서 시작 된 확산성은 디지털로 옮겨 가면서 상상을 초월하게 되었다. 디지털 성범죄의 시작은 소라넷, 양진호 웹하드, N번방으로 진화하였고 디지털성범죄 진화는 셀 수 없는 피해자들을 만들어 냈다.

‘N번방’사건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103명을 ‘노예’라고 지칭하며 성 착취를 한 최악의 디지털성범죄다. 우리나라 디지털성범죄는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1999년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 ‘소라넷’은 불법촬영 영상과 성착취물을 공유하며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 낸 디지털성범죄의 시작이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일반인, 연예인들의 영상이 유포되는 일은 많았다. 그러나 ‘소라넷’은 당시 100만명의 회원이 있었다는 경찰의 발표에 의하면 현재 25만명을 운운하는 ‘N번방’은 그 규모가 작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렇게 많은 회원들에 의해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한 소라넷 사건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운영자 한 사람만 징역 4년이 전부였고 사이트 운영으로 벌어들인 엄청난 범죄수익금 몰수액은 ‘0원’이었다. 또한 웹하드업체를 통해 불법 촬영된 영상을 유통하고 헤드업로드, 필터링업체, 디지털삭제업체까지 ‘웹하드카르텔’을 운영하며 2000억이 넘는 성범죄 수익을 얻은 양진호는 현재 구속기소 되어 있다.

소라넷은 사이트 접속 형식이고 ,웹하드는 다운을 받아 보는 방식만 다를 뿐 만들어진 영상을 공유하는 것은 같다. 이와 N번방은 같으면서도 다른 차이가 있다.

소라넷 영상에는 남녀가 등장하는 것이 주이며, 여성의 얼굴은 오픈되나 남성들의 얼굴은 철저히 가려져 있었다. 즉, 여자친구를 포함한 자신의 주변 여성들과의 관계를 몰래 촬영하며 소라넷에 올리는 것이 유행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N번방은 영상에 강간영상을 제외하고는 남성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피해자인 여성들만 ‘N번방 집단범죄자’들의 지시에 따라 영상에서 원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화면 안에 있었던 범죄자들이 화면 밖으로 나간 것이다. 성착취 범죄자들의 주변에서 피해자가 등장했던 소라넷과 다르게 시간과 공간이 다른 곳에서도 인권유린 행위인 성착취 범죄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딥페이크-특정인의 얼굴을 특정 영상에 (나체나 성행위에 사용 되고 있음) 붙이는 것’으로 범죄자가 원하면 모든 여성이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데 이런 예측할 수 없는 성범죄자들의 진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성범죄자들이 진화하는 본질은 성범죄자들에 대한 관대한 형 집행과 일부 법조인, 입법부의 무관심을 넘어선 무지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이것도 소위 'n번방 사건'이라는, 저도 잘은 모르는데요, (딥페이크는) 자기는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 수도 있거든요“라고 했으며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청소년이나 자라나는 사람들은 자기 컴퓨터에 그런 짓 자주 한다"고 얘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나 혼자 스스로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잖아요. 내 일기장에 내 스스로 그림을 그린단 말이에요"라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 김도읍 의원은 “기존 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지 않냐? 청원한다고 법 다 만듭니까"라고 했으며 정점식 의원은 "내가 자기만족을 위해서 이런 영상을 가지고 나 혼자 즐긴다 이것까지 (처벌이) 갈 거냐"고 말했다.

그런데 이 ‘N번방’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변화를 마주하게 되었다. ‘N번방 - 박사방’ 사건을 처음 인지하고 시작한 것은 경찰이나 검찰이 아닌 대학생기자단인 ‘불꽃’이었다. ‘불꽃’에 의해 시작 된 ‘N번방’사건은 400만명의 국민청원으로 박사방 운영진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하게 하였고, 성인지 감수성 제로로 평가 받아 온 재판부를 바꿔내는 성과도 이루어 냈다.

무엇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양형기준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반인권적인 성착취 문제를 법이나 제도 보다 먼저 인식하고 함께 뜻은 모은 결과인 것이다. 이에 앞으로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국민들의 의견이 변질되지 않도록 끊임없는 관심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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