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19 불길 잡은 한국, '문 잠근 대만'과의 비교 적절한가

2020-04-04 09:36:41

임경오 / 빅데이터뉴스 발행인
임경오 / 빅데이터뉴스 발행인
한국 코로나19 확진자가 4명이었던 지난 1월27일 정부 방역 최고 책임자는 20곳 이상의 진단키트 생산업체 등 의료기업 대표들을 기차역 안에 마련된 회의실로 소집후 긴급 회의를 했다.

이날 회의에서 당국자는 업체들에 빠른 진단키트 개발 주문과 함께 신속 승인을 약속했다. 회의 일주일만에 진단키트가 승인됐고 이후 광범위한 검사체제가 구축됐다.

위 내용은 세계적 통신사인 로이터가 지난 3월19일 '한국은 어떻게 미국을 이겼나'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예방을 위한 한국정부의 노력에 대해 집중조명하면서 알려진 사실이다.

이 기사에서 필자가 탄복하는 부분은 KTX고속철로 추정되는 기차역에서 회의를 했다는 사실이다.

1월27일은 설연휴 마지막날로 인구 대이동으로 인해 교통상황을 예측할수 없는데다 정부 청사로 오고가다보면 시간을 많이 버리기 때문에 보건 당국은 기차역 회의실에서 긴급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보인다.

즉 진단키트 제조업체 책임자들이 손쉽게 올수 있고 빨리 돌아가기 쉽도록 파격적으로 철도역사 공간을 긴급 회의실로 택했다는 것이다.

모두가 느슨할때 정부 당국은 상황을 굉장히 급박하게 인식했던 판단력이 돋보였다. 1월27일이면 kf94 마스크도 온라인에서 개당 550~600원대에 구입가능할 때였으니 정부당국이 얼마나 발빠르게 대처했는지 짐작할수 있다.

빠른 승인과 대량생산이 뒷받침되면서 2월18일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대확산을 했음에도 신속한 대량검사가 가능했고 결국 큰 불길을 잡는 밑받침이 된 것이다. 물론 의료인과 자원봉사자들의 힘도 컸음은 당연하다.

4일 국내 일부 언론은 현재 우리 나라 방역상황과 대만의 방역상황을 비교하면서 우리나라 방역상황은 낯뜨거울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한국은 1만62명 확진에 사망자수 174명, 대만은 348명 확진에 5명 사망이니 얼핏 보기엔 낯부끄러운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신천지란 변수가 돌발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달랐다.

우선 한국과 대만의 인구 수를 보면 대만은 2377만명, 한국은 5178만명으로 한국의 인구가 대만보다 2.17배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코로나19 확진자가 첫 발생한 날은 한국과 대만 모두 공교롭게도 1월20일로 같다.

중국 후베이성으로부터 들어오는 외국인을 입국 금지시킨 것은 대만이 1월27일, 한국이 2월6일로 대만이 우리보다 10일 빨리 문을 닫았다.

이후 대만은 2월 6일 중국발 외국인에 대해 전체 입국 금지시키며 문을 완전히 닫고 빗장을 꼭꼭 걸었지만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교류 및 민간의 이동 자유 등을 고려, 검역 강화만 시행했을 뿐 중국발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를 시행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31번째 확진자가 나오기 전날인 2월17일까지 대만의 확진자수는 20명이었던데 비해 한국은 30명이었다.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수로 환산하면 대만은 0.84명이었지만 한국은 0.58명에 불과했다. 대만이 오히려 한국보다 0.26명 많았던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 발생일도 대만은 2월17일이었지만 한국은 대만보다 3일 늦은 2월20일 처음 발생했다.

2월17일까지의 지표만 본다면 한국은 중국발 외국인 입국 금지라는 극단적인 봉쇄정책을 펴지 않고 중국과의 활발한 교류활동을 펼치면서도 코로나19 관련 여러 지표면에서 대만보다 나았다고 평가할수 있는 상황이었다.

감염병 역사에서 전환점이 돼버린 '2월18일', 한국에서 신천지 교인인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하고 이후 대구 경북 같은 교인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들불처럼 번지면서 이같은 비교우위는 단번에 깨져버렸다.

31번째 확진자 발생후 1주일만인 2월 25일 국내 확진자수는 1000명을 넘어섰으며 같은달 28일엔 2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갔으며 다음날인 29일엔 급기야 하루 909명까지 급증, 최악 국면에 돌입하는 듯 했다.

글로벌 각국은 한국에 대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으며 한국체류 외국인들은 자국 등으로 엑소더스를 감행하기 시작했다. 중국에 이어 확진자수 2위였던 한국의 상황은 암울하기 짝이 없었다.

이 추세가 이어졌다면 현재의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의 길을 먼저 갔을게 분명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질병관리본부는 신천지 교인 수십만명을 포함해 의심 증상자 및 접촉자 전원에 대한 검사라는 험난한 길을 선택했으며 이들에 대해 광범위한 역학조사도 실시했다. 기차역 회의가 없었다면 꿈도 못꿨을 상황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구로 내려가 2주일간 방역을 진두지휘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수도권에서의 신천지 교인에 의한 감염을 예방하기위해 신속하면서도 적극적인 감염확산 방지책을 실시했다.

이들 두 단체장은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현장으로 나아가 감염병 차단을 위해 관계자들을 직접 독려하는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 결과 감염병 확산 추세는 극적으로 잡히기 시작했다. 하루 909명 발생을 끝으로 이제는 하루 100명 안팎으로 급감한 것이다. 유학생이나 외국인을 빼면 하루 수십명대로 사실상 안정화 초입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할수도 있는 대목이다.

물론 아직 안심하긴 이르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 실천해야 한다. 필자도 오는 6일 '한국사회공헌포럼' 세미나에 참석하지만 그 세미나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의미에서 참석자를 10명 정도로 제한했을 정도다.

분명한 것은 지금도 미국이나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세계 최강 선진국들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공포스러울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으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이들 국가는 예외없이 지역간 이동 금지등 초강경 봉쇄조치를 펼치고 위반시 최고 수년형의 징역형을 경고하고 있지만 미국은 4일 오전 7시 기준(이하 동일) 확진자수가 27만5000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도 7004명에 이르렀다.

이탈리아는 11만9,827명 확진에 1만4,681명 사망, 스페인은 11만9,199명 확진에 1만1,198명 사망, 독일은 9만1,159명 확진에 1,275명 사망, 프랑스는 6만4,338명 확진에 6,507명 사망이라는 비극적 결과를 낳고 있다.

이란, 터키,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캐나다, 오스트리아 등도 한국보다 확진자 수가 많으며 사망자수도 한국보다 수배에서 수십배 많다. 오로지 오스트리아 사망자수만 한국보다 6명 적을 뿐이다.

이들 국가는 지난 달 3일 한국이 3736명일때 터키의 경우 확진자 수는 제로였으며 벨기에는 2명에 불과했다. 이날 가장 확진자수가 많았던 이탈리아가 1694명에 그쳤으며 이란 978명, 독일과 프랑스 130명, 미국 98명, 스페인 84명, 스위스 36명, 영국 29명, 캐나다 24명, 오스트리아 14명, 네덜란드 10명 밖에 되지 않았다.

이들 나라 모두 한국에 비해 확진자 수가 대부분 미미하거나 아예 없었지만 한 달만에 상전벽해 수준으로 상황이 역전돼 버린 것이다.

뉴욕타임즈 BBC 로이터 등 주요 유수 외신들이 연일 한국에 대해 칭찬을 하는 것은 신천지 사태후 들불처럼 퍼질수 있는 확산세를 잡았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신천지 변수없이 대만과 비슷하게 나갔다면 이처럼 주목을 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대만처럼 문을 꼭 걸어잠그고 방역한다면 세계 감염병 역사에 무슨 의미가 있고 감염병 해결의 단초가 되겠는가.

한국 정부는 시민의 자유를 봉쇄하지 않은 채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신속한 검사, 시민의 자율의식등으로 감염병 대확산단계에 처할뻔 했던 상황을 극적으로 극복했기 때문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과감히 말하고 싶다.

2분기 경제상황은 1분기 못지않게 좋지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 나빠질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크게 높아졌다. 세계인들이 한국인의 높은 시민의식과 자율 질서의식, 한국정부의 정확한 상황 인식과 발빠른 대처 및 투명한 정보 공개, 한국 의료업체들의 높은 기술력을 체감했고 지금도 실감하고 있다.

감염병 사태가 진정되면 수많은 국가들로부터 여러 방면에서 러브콜이 들어올 것임은 불문가지다.

한국은 스마트폰 와이파이등 'IT강국'의 이미지와 방탄소년단, 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 킹덤 시리즈 등 '문화의 나라'에서 복지의 끝판왕인 '감염병 예방 최선진국의 나라'라는 각인까지 아로새겨졌다. 정말 많은 세계인들이 한국의 위상에 대해 피부로 느끼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이는 2~3%대에 머물러있는 한국의 한해 경제성장률이 3~4%, 혹은 그 이상으로 올라설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얘기가 길어졌다.

이제 우리나라 언론도 한국정부가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하자. 지금까지 효과도 없는 '중국인 입국금지'나 외치고 '마스크 줄서기'만 보도하다가 이제 깔게(?)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문걸어 잠근 대만과의 단순 방역 비교 보도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보고싶은 것만 보면서 침소봉대하는 것은 이제 자제해야할 때다. 국민들의 눈과 입이 무섭지 아니한가. <임경오 / 빅데이터뉴스 발행인>

news@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