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산책] 호주 유학생이 바라본 현지 코로나19 대응과 교환 학생들의 애환

2020-03-28 09:11:32

편지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편지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전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의 대유행으로 인해 큰 어려움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호주 또한 3월 25일 기준으로 확진자가 2400명이 넘었고,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NSW) 주는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호주에서는 한국과 유럽보다 늦게 코로나19가 확산된 탓에 사전에 여러 국가의 사례들을 파악하고 그 위험성을 사전에 잘 인지한편이다. 이에 따라 매우 강경한 태도로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호주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확산되고 있던 2월, 중국인 및 중국을 경유한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강경한 조치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호주 시드니에서 교환학생 신분으로 거주하며 파악한 현지 상황과 호주 정부 및 학교의 대처방식, 그리고 외국인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공유해보고자 한다.

호주는 적극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실천하며 서로 간 1~1.5m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강제하고 있다. 한국과는 달리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에서는 자국민들에게 지원금을 준 뒤, 불필요한 시설 및 상점들의 운영을 축소 및 폐쇄하였다. 이에 따라 식료품점과 편의점, 약국 등을 제외한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지역 내의 헬스장, 도서관, 박물관과 같은 시설 또한 모두 폐쇄되었다.

미용실은 사전예약을 하지 않으면 갈 수 없으며, 30분 이상 미용실에 있을 수 없도록 이용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식당은 운영을 할 수 있으나 배달 및 포장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장례식은 10명 내외, 결혼식은 신랑 및 신부 포함 5명 이내가 아니면 진행할 수 없다. 필수적이지 않은 모든 이동 또한 금지하였기 때문에 국내외 여행 또한 제한되고 있다.

큰 화제가 되었던 일명 ‘화장지 사재기’는 호주 내에서 화장지와 마스크의 주재료가 같다는 소문에서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화장지를 사기 위해 아침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로 인한 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마스크는 기침을 하는 환자들만이 착용하는 것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마스크 착용 시 얼굴을 많이 만지게 되어 되려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으로 인해 대다수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지뿐 아니라 물티슈, 그리고 일부 매장에서는 아동용 기저귀와 생리대까지도 품절되고 있어 호주 내에서도 이를 기이한 현상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드니의 맥쿼리대학교에서는 4월에 있던 2주 동안의 기존 방학을 3월로 앞당겼다. 그 기간 동안 온라인 강의시설을 정비하였고, 정부의 조치에 따라 학내 시설들을 폐쇄 조치하였으며 이 소식을 매일 학생들에게 메일로 전하였다.

4월부터 이루어지는 수업들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온라인 수업이 불가한 실험 및 실습 수업의 경우 아직도 확정을 위한 논의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필자가 묵고 있는 기숙학교인 던모어랑 칼리지(Dunmore Lang College)에서는 자율배식을 중단하고, 손소독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식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식당 내 위생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실내 수용인원을 60명으로 제한한 호주 정부의 조치에 따라 식당의 배치와 배식시간도 변경되었다.

기숙학교에서는 ‘위생을 신경쓰고 조심하되, 불안해하지는 말라.’는 일념 하에 학생들의 공용시설 이용을 장려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조치는 학생들이 방에만 있을 경우 정신적 및 신체적으로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설들의 운영 감축 및 폐쇄, 대학수업의 전면 온라인화,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호주의 사회적 분위기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교환학생들을 위한 심리상담 및 지원이 학교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많은 학생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현실이다.

호주의 경우 바이러스 확산이 매우 심각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기숙학교 및 대학 내에서 강제로 학생에게 귀국을 요구하는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학생의 가족이 요구하거나 본국의 대학에서 학생에게 귀국을 권고하여 이곳을 떠난 학생들도 상당히 많다.

특히 교환학생을 비롯한 외국인 학생들은 이 대학과 기숙학교에 들어오기 위해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더욱 이런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일본에서 온 A씨는 교환학생이 되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지만 국경이 닫히기 전에 일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항공편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비행기 표를 구하는 것도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홍콩에서 온 B씨는 멀리 유학을 온 이유는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며 직접 대면 수업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주변시설 이용이 불가한 탓에 귀국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서 온 C씨는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는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것 또한 정신적으로 불안감이 가속되고 고통스럽다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불안정한 현지 상황을 실감하면서도, 남아있기로 결정한 학생들 또한 두렵기는 마찬가지여서 고민은 커지고 있다.<편지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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