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 전망대] 방송자막으로 표출 된 제작진의 감성이 불편한 이유

기사입력 : 2020-02-27 10:17:40
center
강현희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익보호특별위원회 위원
최근 MBC TV‘구해줘 홈즈’라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으며 고공행진 중이다. 워낙 주택 가격이 높아 집을 마련할 수 없고 결혼까지 포기할 정도로 셋집 마련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지 오래다. 그렇다 보니 시청자가 의뢰한 조건에 맞게 좋은 집을 구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필자의 경우 딱히 집을 구하거나 매매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을 즐겨 보게 된다. 다양한 지역, 여러 가지 형태의 집을 구경하는 재미는 기대 이상으로 쏠쏠하다. 특히 건축 디자인이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 보니 더 그렇다.

서울 뿐 아니라 전국을 돌며 그야말로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좋은 집을 찾아 소개하는 걸 보면 그야말로 감탄사가 나온다. 시청자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을 만한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최근에는 스페인을 비롯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유명인의 집까지 소개하는 등 무대를 넗혀 시청자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그런데 ‘구해줘 홈즈’를 시청하다가 너무나 놀란 적이 있다. 어쩌면 필자의 직업병일 수도 있겠지만 방송심의에 문제성을 지적받을 수 있을 정도의 자막을 보게 된 것이다. 문제의 장면은 출연자가 욕실을 설명하면서 나타났다. 욕실 문에 걸린 ‘BATH’를 보며 ‘몰래 봐야 하는 곳’이라고 출연자가 말한 것이다. 출연자의 언급에 제작자는 출연자의 개인적인 생각임을 자막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자막으로 “바스?”,“뭘 바쓰”,“몰래 봐야 하는 곳”이라는 출연자의 언급 내용을 그대로 내보냈다. 그리고 그 자막 위로 방청객의 가짜 웃음과 경찰 사이렌 효과음, CG작업으로 폴리스 라인까지 곁들인 자막을 내보낸 것이다. 다양한 편집 기술을 동원한 듯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아 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불법 몰래카메라 성범죄’가 희화화되는 순간이 되고 말았다.

방송심의를 하다보면 출연자의 적절하지 못한 언행도 문제지만, 그 상황을 대처하는 제작진의 태도도 문제임을 종종 확인하게 된다. 방송은 생방송을 제외하고 방송을 편집하는 과정이 있다. 그런데 MBC TV‘구해줘 홈즈’ 경우, 편집 과정에서 문제의 장면에 대한 기술적 편집만 있었을 뿐 국민 정서를 고려한 사회적 편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몰래카메라 범죄로 인한 피해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인식했다면 그런 장면을 없었을 것이다.

만약 희화화한 편집과 자막 대신 출연자의 발언을 묵음으로 처리하고 출연자의 잘못된 발언으로 편집 처리한 내용을 자막으로 내보냈더라면 시청자들에게 그리 큰 문제가 안 되었을 것이다. 물론 제작진이 일부러 성범죄를 희화화하려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을 비난할 의사도 없다.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과의 경쟁, 방송사의 시청률 압박 등 시청률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방송윤리를 준수해서 시청자들에게 불편한 순간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싶을 뿐이다. 미디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게 크다. 폭력적인 장면이나 성적 장면이 연상되는 표현이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으로 미치는 악영향을 세삼스럽게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더구나 12세 이상이면 누구나 시청이 가능한 프로그램으로서 청소년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종편과 케이블방송이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받게 되면서 방송프로그램도 다양하고 경쟁도 그만큼 더 치열해지고 있다. 프로그램 구성도 긍정적인 변화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송심의규정에 어긋나는 사례들을 접하게 되는데 조금만 더 주의했더라면 하고 안타까울 때가 많다. 제작과정에서 해결할 수 있는데도 편집 작업을 통한 수정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요즘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대세다.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자들의 돌출된 말과 행동을 제어하긴 쉽지 않다. 그러나 편집 작업을 통해 그 장면을 들어내거나 과정상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자막을 이용해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방송프로그램이 건전하고 교육적이야 할 필요는 없다. 교양프로그램도 필요하지만 오락프램도 함께 공존해야 한다. 생각 없이 웃고 떠들며 시청하는 순간 유쾌해지고 시청자들에게 휴식과 위로를 주는 르로그램도 필요한 것이다. 각각의 프로그램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다만 재미와 유쾌함 속에서도 방송심의 규정 준수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강현희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익보호특별위원회 위원/ 휴먼에이드 정책연구소장>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