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重·한전, 블랙록에 큰 투자 손실 안긴 21개 ‘친 화석연료’ 기업 포함

IEEFA "기후변화 리스크 미반영 포트폴리오로 10년간 900억 달러 투자 손실"

김수아 기자

2019-08-01 13:05:00

[빅데이터뉴스 김수아 기자]
두산중공업과 한국전력이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에 막대한 투자 손실을 입힌 대표적 21개 '친 화석 연료' 기업에 포함됐다.

글로벌 에너지경제·재정분석연구소(IEEFA)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보고서명 : 'Inaction is BlackRock’s Biggest Risk During the Energy Transition: Still Lagging in Sustainable Investing Leadership')를 1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블랙록은 화석 연료에 치중한 글로벌 에너지 관련 기업 21곳에 투자해 지난 10년간 가치파괴(value destrcution)와 기회비용 측면에서 투자자들에게 약 90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투자 손실 중 75%는 엑손모빌(ExxonMobil), 셰브런(Chevron), 로열 더치 셸(Royal Dutch Shell), BP 등 글로벌 정유사들의 실적 악화에 기인했다. 나머지는 두산중공업을 포함해 발전소 건설사인 GE와 지멘스(Siemens) 등과 한국전력과 같은 전력 회사인 PG&E 와 추부 전력(Chubu Electric) 등에서 발생했다.

이들 기업의 실적 악화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기존 화석 연료를 통한 발전 비중은 급감하고,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IEEFA 에너지 경제 분야 국장이자 해당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팀 버클리(Tim Buckley)는 “기후변화 위험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운용은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한 수탁자 책임이며, 블랙록은 이 점에서 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언급하며, “운용 자산 규모와 글로벌 위상을 고려해, 블랙록은 선도적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버클리 국장은 블랙록을 비롯해 더 많은 글로벌 자산 운용사와 투자자들이 기후변화 리스크를 고려해 화석 연료와 연관된 기업들에 투자하지 않기로 할 경우,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이미 한국전력에 대한 투자 철회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HSBC, 알리안츠(Allianz), 소프트뱅크 등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석탄발전 투자를 철회하거나, 그 비중을 빠르게 축소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두산중공업과 한국전력이 국내의 대표 에너지 기업으로서,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트랜드를 확인할 수 있는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보고서 내용이 기후변화 대응에 미진한 국내 다른 기업들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데 동의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과 한국전력의 주가 급락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화석연료 발전과 안전 문제 때문에 침체기에 접어든 원전 등에 대한 사업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저탄소 배출원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글로벌 신규 발전설비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구시대 에너지원들을 몰아내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흐름은 어느 국가나 기업이든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의 기업들이 더 이상 에너지전환의 흐름에 후행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수탁자 책임을 다하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저탄소 기업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하고, 기업들도 화석연료 기반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친환경적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국내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었고, 국민연금이 올해 9월 사회책임투자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으로, 향후 ESG를 기반으로 한 투자와 기업관여가 가속화될 전망이라는 점에서 규제의 틀 안에 들어와 있으며 재무적 수익과 가장 밀접하게 연동된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한 고려는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수아 빅데이터뉴스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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