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맨스플레인’

한윤형 편집인

2017-09-25 12:18:00

[칼럼]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맨스플레인’
검색을 해보면 ‘맨스플레인’은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를 합친 단어로, 어느 분야에 대해 여성들은 잘 모를 것이라는 기본 전제를 가진 남성들이 무턱대고 아는 척 설명하려고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된 단어로 2010년 뉴욕타임스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으며, 2014년에는 옥스퍼드 온라인 영어사전에 등재됐다. 하지만 이 자연발생 단어를 활용한 에세이로 단어를 널리 알린 사람은 레베카 솔닛으로, 한국에서도 2015년 국내에 번역된<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데이터를 분석하다보면 별로 의식하지 않았는데도 저 단어를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아직은 충분한 사례로 검증하지 않았기에 다소 주관적인 인상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조사문항이 조금이라도 어려워지고 세밀해지면 여성은 ‘잘 모르겠음’에 대한 답변 비율이 늘어난다.

그런데 남성은 거의 늘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문항이 약간 세밀하거나 정책적이면 남성의 ‘잘 모르겠음’ 응답률이 5% 정도인데 여성은 15%에 육박하는 식의 격차가 생긴다. 보통 구미 선진국에서도, 그리고 한국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남녀 간에 정치적 성향의 격차는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 결과에서 보이는 것도 그렇다. 그런데 이 영역에서만 이런 식의 격차가 난다.
 
주관적인 기준이긴 하지만 조사문항이 그보다 더 어려워질 경우는 아예 응답률 자체에서 큰 격차가 발생한다. 표본 1천명을 모집했는데 남성은 700명이고 여성은 300명인 경우가 발생한다.

이 지점에서 굳이 해석을 해본다면, 남자들의 경우 질문한 사안에 대해 잘 몰라도 본인이 안다고 가정하고 거침없이 대답하는 것 같다.
 
한국에선 예전엔 남성들이 정치에 더 관심이 있다고 여겨졌다. 한편 최근엔 요즘 2030세대 레벨에선 여성의 정치적 관심이 더 높다고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경향성을 보인다면 이것은 사회적 성역할, 즉 젠더의 격차가 맞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이 ‘모르는 것도 자기 신념이 있다고 가정하고 아무렇게나 막 대답해버리는 그 남자들’이 숫자 계산이 들어 있는 문제에 들어가면 갑자기 조심스러워진다. 경제 관련 문제로 오면 대체로 남성들의 답변이 더 보수적이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 등에 대해, 재정건전성이나 시장 현황 같은 걸 더 고려한 것 같은 종류의 격차가 나온다. 여성들이 지향으로 정책을 선택할 때, 숫자를 더 고려한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 결과를 쳐다보고 있으면 ‘여자들은 산수도 안 해보고 저런 걸 막 지지한다니까...’라는 식의 맨스플레인이 내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물론 이런 현상이 본성인지 아니면 문화인지를 묻는다면 규명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러한 격차가 어느 수준으로 유의미한지를 말하려고 해도 더 많은 조사를 살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근시일내에 여러 종류의 데이터와 여론조사를 통해, 이와 같은 가설이 어느 정도 타당한지를 검증할 기회가 생기리라고 믿는다. 우리의 인지는 이런 식으로 확장되어 갈 것이다.

한윤형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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